▲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를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항거 50주년을 맞아 11월 5일 <한국교회, 전태일을 기억하다> 전태일 50주기 개신교 심포지엄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했다. ⓒ이채영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를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항거 50주년을 맞아 11월 5일 <한국교회, 전태일을 기억하다> 전태일 50주기 개신교 심포지엄을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앞두고 한국 개신교가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고 한국 노동권의 현실을 되짚으며 한국 교회가 청년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한국교회, 전태일을 기억하다> 전태일 50주기 개신교 심포지엄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민중신학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영등포산업선교회,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 전태일기념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심원안병무선생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전태일 열사가 남겨준 유산, 어떻게 오늘에 되살릴 것인가

이날 심포지엄은 NCCK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이 사회를 맡았다. 심포지엄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NCCK인권센터 이사장인 홍인식 목사가 개회사와 기도를 하였고, 한국민중신학회 최형묵 박사, NCCK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손승호 박사, 한국민중신학회 오세요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쉼힐링센터 홍윤경 소장,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 순으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먼저 NCCK 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는 한국 교회가 “전태일 열사가 우리에게 남겨주었던 중요한 유산들을 기억하면서 그 유산들”을 계승 발전시키고,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결단을 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며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에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힘썼지만” 5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계층 간의 분열은 더욱더 심해지는, 정의와 평등, 사랑, 평화가 사라지는 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며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되짚었다. 또한 “이런 시기에 전태일 열사의 산화 사건과 그분이 남겨주신 유산을 다시 생각하면서 특별히 한국교회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기 위해 일어서고 각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인간선언, 여전히 남은 과제

홍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형묵 목사(한국민중신학회 회장)는 ‘노동자의 인간선언과 그 신학적 메아리,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에 맞서 참 사람의 길을 연 전태일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민중신학의 태동과 교회의 신학적 성찰과 깨우침에 관해 설명했다.

“한 노동자의 인간선언으로서 전태일 사건의 메아리로서 이보다 더 큰 울림이 있을까 생각한다. 전태일이 마지막에 남겼던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외침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문제는 신학적 메아리로서는 어마어마한 메아리가 울려 퍼졌고 신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정작 그 사건으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의 인간선언’은 성취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작 노동자의 인간선언은 미완의 과제로 남겨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배제체제는 지속되고 있고 노동자의 인간선언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한국사회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권의 신장과 보편적 인권이 여전히 제한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특수성이며, 이러한 현실 가운데에서 교회는 당대의 인권문제에 무심한 부분을 반성하고 각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마무리했다.

우리는 정말 전태일 열사를 알고 있는가

두 번째 발제에서 손승호 박사(NCCK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 간사)는 전태일 열사의 죽음이 우리 한국 교회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조직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왔는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손 박사는 먼저 “한국인의 많은 수가 전태일을 안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죽음이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에 모든 관심을 할애하면서 정작 전태일 열사의 연애이야기나 건설노동자로서의 일상,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야기 등 그의 삶의 서사와 맥락을 놓친다.”고 말하며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점에 대해 꼬집었다. “죽음은 삶의 서사와 맥락 속에서 삶의 일부분으로 읽힐 때 그 온전한 뜻이 드러날 수 있기에, 우리가 예수를 죽음과 부활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모든 궤적에서 진리를 맛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하며 전태일이라는 인간 자체에 집중한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오세요 목사(한국민중신학회)는 세 번째 발제에서 청년 전태일의 정신이 오늘날 청년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청년이라는 개념과 오늘날 청년 노동자의 현실과 관련지어 청년 목사를 대표해 발표에 나섰다.

오 목사는 청년이라는 개념에 대해 되짚으며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련의 흐름 가운데 “청년 담론과 청년을 일컫는 세대 명칭이 자기명명에서 호명의 시기로 넘어가며 청년은 주체적이고 선언적 존재라기 보단 필요에 따라 소환되는 이름이 되었다.”고 하며 기만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노동자의 현실을 설명하며 2020년 대한민국에서 하루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 있는 현재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현실을 통해 “우리의 노동 현실이 죽음 정치적 노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안에서 노동자는 노동이 수행된 때나 그 후에 내던져지고, 대체되고 살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오 목사는 전태일에게 있어 청년은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인간상이자 또 현실을 변혁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간상”으로 쓰이는 것을 통해 현재 전태일은 “탈역사화되고 선포의 전태일만 남았으며 실제적인 전태일의 상은 우리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버린 것이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마지막으로 “청년과 청년노동자, 그리고 전태일은 2020년 자기언어를 잃어버린 존재들은 아닌지, 객체화되고 타자화되고 탈역사화되어 스스로 내는 소리는 제거당한 채 담론이 내는 목소리의 가면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축소되고 획일화된 전태일의 굳어져 있는 이미지에 대해 반문하며 마무리했다.

노동자들의 소리를 듣는 교회가 되기를

세 명의 발제자들의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홍윤경 소장(영등포산업선교회 쉼힐링센터)은 먼저 “이랜드 노조를 하면서 4번 해고를 당했고, 3번의 해고에 대해서는 복직을 했고 마지막 해고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지 파업을 주도 했다는 이유로 구속도 당했다. 분명히 헌법으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만 오히려 파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을 당하고 손해배상을 청구 받았으며, 파업이 끝나고 5년간 이어졌다. 이 일은 12~13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적했다. 또 “노동운동의 분명한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투쟁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지만 노동조합이 교묘한 방법으로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이 현재 노동운동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한 전태일 50주년에 “지금 외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들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도 없이 외쳐왔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왔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언급하며 “이제는 귀 기울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시대의 전태일을 어떻게 품고 신학적으로, 노동 운동적으로 어떻게 함께해갈 것인가”가 오늘날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자인 하성웅 총무(한국기독청년협의회)는 “시대의 권력자들이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전태일은 자신이 사는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으며, 전태일은 빛과 화려함을 시대의 폐해와 모순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태일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전태일을 살아내려는 사람들은 시대의 어둠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은 매년 반복되지만, 개선되지 않은 한국 사회는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교회의 공적책임을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으나 기독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보다는 기독교신앙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서 재고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교회의 본질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마무리 하며 NCCK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1970년 자신의 삶을 불태웠던 전태일을 기억하고 오늘 23살을 살고 있는 23살 청년들을 기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심포지엄의 취지와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앞서 두 분은 과거 70년대 불꽃처럼 살다간 전태일을 기억했다면, 뒤에 청년 목사님은 오늘을 살고 있는 23살의 전태일을 기억하는 한국 교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라고 짧게 발표와 토론의 내용을 요약하며 심포지엄을 막을 내렸다.

이채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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