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잔치 ⓒGetty Image

오늘의 이사야 본문은 답변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읽으면 우리는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본문이 답변이라면, 그것은 63,15-64,12의 긴 기도에 대한 답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 속의 ‘우리’는 자신들이 주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자같이 되었고 ‘우리’의 아름다운 성전이 불타고 황폐하게 되었다고 탄식합니다. 그리 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하나님을 향해 그들은 아직도 가만히 계시냐고 아직도 잠잠하시냐고 부르짖습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도하는 이들의 진심을 의심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은 거절과 응답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래도 거절의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의 오랜 역사에서 이스라엘을 하나로 대해 오셨는데, 이 시점에서는 이스라엘을 야훼를 버린 자와 야훼를 찾는 자로 구별하십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서 더 이상 하나가 아닙니다.

야훼를 버린 자들도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호소에 동참했을 것입니다. 그들을 염두에 둔 오늘의 본문은 훗날 바울이 로마서 10,21-22에서 인용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나는 내게 묻지 않던 자들에게 문의를 받고, 나를 찾지 않던 자들에게 ‘발견되었고’
내 이름으로 불리지 않던 민족에게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고 대답하였다.”

하나님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 구절이 말하는 자들의 하나님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에게 물었고, 하나님은 그의 백성에게 하시듯 응답하십니다. 반면에 하나님은 옳지 않은 길을 가는 이스라엘을 향해 온종일 두 손 벌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계속 보내 돌아오라고 그들을 불렀습니다.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치 탕자가 돌아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는 아버지처럼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저 민족을 거룩하지 못한 자들이라고 멸시했으면서도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지 못한 일을 일삼으며 거룩한 척 오만을 부리고 하나님 앞에서 멀어졌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기도를 보며 하나님이 그 앞에서 어떻게 하실 것이라고 또는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하나님은 그들의 행위에 따라 그들을 벌하시겠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실제로’ 그에게 돌아오지 않은 자들을 더 이상 기다리시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기도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으로 답한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레미야 3,22b-25와 호세아 6,1-3의 기도에 대해서도 그것을 단지 말뿐인 것으로 받아들이십니다. 그래도 그때에는 돌아올 기회를 한 번 더 주셨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기다리기에 지치신 것일까요? 그들의 행위가 조상들이 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심으로써 더 이상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신 것일까요? 그들에게는 심판 밖에 남겨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길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는 이제까지 하나님 없이 지낸다고 했던 다른 민족의 태도와 비교하면 곧 드러납니다. 이스라엘과 달리 그들은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는 그려져 있지 않지만, 비유적으로 말하면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불리던 자들에게 무시당하던 자들이 하나님을 기다리는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의 폭을 넓히셨고 더 이상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이 그의 백성이 되는 조건이 아님을 보여주셨습니다. 다른 민족에 대한 감춰져 있던 하나님의 관심이 이렇게 드러나고 하나님을 찾는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심을 이렇게 알리셨습니다.

이들은 누가복음 본문의 어떤 사람이 말하듯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께서는 그 말을 받아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큰 잔치를 베풀고 사람들을 초대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정시간이 가까우면 손님들에게 다시 한 번 초청사실을 알려줍니다. 여기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람을 보내 모셔오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올 수 있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연일 수 있겠지만 모두에게 사정이 생겼습니다. 밭을 사거나 소를 산 사람도 있고 장가든지 얼마 안 된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에게 다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잔치를 베푼 사람은 난처해졌습니다. 손님 없는 잔치라니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잔치 베푼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 산 밭이나 소를 보고 싶어하거나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만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야속했을 법합니다. 그렇다고 준비가 다 된 잔치를 물릴 수도 없습니다.

잔치 주인은 사람들을 급히 시내로 보내 거리의 가난한 자들, 몸이나 다리가 불편한 자들, 못보는 사람들을 불러와 자리를 채우라고 합니다. 이들은 초청받은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이나 몸상태를 역으로 보여줍니다. 이로부터 잔치를 베푼 사람도 어떤 류의 사람일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소위 상류층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 사이에 초청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무시당한 주인은 초청받은 사람들은 내 잔치에 올 수 없다고 역정을 냅니다. 그 자리에 초대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로 잔치집이 가득 찼습니다.

초대를 거절한 사람들은 이를 보고 뒤에서 비웃을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 사람들로 흥겨워할 것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난생 처음 초대를 받고 그들을 초대해준 잔치주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자리를 흥겹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잔치가 정말 잔치다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대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초대받기를 마음 한구석에 감추고 있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기에 더욱더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초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날짜에 다른 것을 기획할 수 있었고 지신의 관심사 때문에 그 날을 가볍게 여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초청과 기다림을 거부했습니다. 그들은 초청자를 삶으로 부정하고 모욕했습니다. 그들에게 버림받던 사람들, 무시당했던 민족들을 하나님은 부르시고 높이셨습니다.

우리는 어느 자리에 있습니까?

대림절입니다. 우리는 주께서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그 기다림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을 내세우며 다른 곳을 향할 수 있고 또 자신의 특권을 주장하며 초청받을 수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며 오만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를 높은 자리에 두고 그의 오심을 가볍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에게 묻는 우리이고. 낮은 곳으로 오시는 주님을 낮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대림절이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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