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mas Advent Wreath with Nativity Scen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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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차례의 묵상집을 만든다. 사순절과 대림절 묵상집이다. 처음에는 사순절에서 대림절까지 긴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묵상집을 만들어보면 대림 시기가 끝나자마자 바트게 사순절이 돌아왔다. 한 사람이 연이어서 묵상집 기획과 원고모집, 출판과 배송을 다하기에는 너무 벅차, 몇 년 전부터 두 사람이 나눠서 묵상집을 만들기로 했다. 대림절을 맡은 나에게 대림 시기는 초가을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야 11월 한달 간 묵상집을 홍보하고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 대림절을 맞이하게 된다. 남들보다 대림시기가 100일 정도 빨라졌다. 그래서 기다림도 길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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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림절이 시작하면서 ‘기다림’을 함께 묵상하게 되었다. 무엇을 간절하게 기다려 본 경험이 언제였던가를 되돌아 보았다. 처음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내 기억이 하나 떠오랐다. 그리고 몇 개의 기억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날을 기다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부를 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가서 맛있는 김밥을 먹을 생각에 들떴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라면 공감할 날짜를 세며 지겹게 기다리던 제대날짜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방위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해제날짜이지만… 그리고 우리 애들이 태어나기를 설레면서 기다리던 기억도 났다. 아마 그 이후로는 한동안 무얼 그리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기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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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40대가 되어서야 다시 침묵기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언제쯤이면 하루 20분을 어렵지 않게 앉아 있을까를 기다렸다. 하루 20분이라는 시간이 멍하니 있거나, 딴 짓을 하면서 보내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기도 가운데 20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매일 기도 자리에 앉는 것은 정말 ‘넘사벽’처럼 느껴졌다. 그때 천안에 있는 디아코니아자매회 언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그 언님도 당신이 디아코니아에 들어와서 기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셨다. 언님들은 공동체로 모여 살면서 매일 함께 기도를 하셨다. 그런 분들도 기도 자리가 잡힐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야기가 위안이 되었다. 함께 사는 사람들도 그런데 일상 중에 혼자 기도를 하는 사람은 그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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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부터 일상 가운데의 영신수련을 하느라 눈뜨자마자 하루 1시간의 기도를 드린다. 때로는 기도 준비와 본기도, 그리고 기도 후에 일지를 작성하면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40대에서부터 지금까지 보낸 시간들이 1시간의 기도를 어렵지 않게 앉아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그렇게 다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영신수련은 기도의 구조상 하나님에 대한 감사 묵상 이후에 죄묵상을 하게 된다. 3주간에 걸쳐 죄묵상을 하는 시간은 말로 할 수 없이 힘든 시간이었다. 40대에 침묵기도를 시작하면서 기도 자리에 앉는 것이 힘들었다면, 죄묵상은 기도 시간 자체가 힘들었다. 살아오면서 행한 숱한 잘못과 범죄, 수치들을 묵상하면서 지켜보는 1시간은 그야말로 살아서 체험하는 지옥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옥같은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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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시기는 이 땅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 시기이다. 새롭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은 성탄의 분위기와 함께 어떤 설렘임을 동반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이런 설레임은 점점 줄어들지만 말이다. 그러나 대림시기를 기도하면서 준비하게 되면 강팍하게 굳어있던 마음들도 다시 부드러워지게 된다. 대림시기를 통해 말랑해진 마음으로 성탄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성탄이 지난 다음 날인 26일이 되면 충격적인 묵상 구절이 기다린다. 성탄 노래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의인 아벨의 피로부터 사가랴의 피까지 책임을 묻는 말씀이 기다린다.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다는 기쁜 소식에 이어져 있는 피의 책임을 묻는 엄준한 말씀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왜 이렇게 바트게 탄생과 죽음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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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으로 연결되는 성탄 시기의 묵상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오랫동안 기도를 하면서 깨단한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감사와 슬픔이 따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만큼의 슬픔을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얼마만큼 감사를 체험했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감사없이 슬픔만을 목도해야 한다면, 더 이상 슬픔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행동에 대한 핑계를 대고 냉소에 빠지거나, 아니면 그 슬픔에 빠져 절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감사만 존재하게 된다면 감사의 그 모든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결국은 다른 삶의 고통은 그 사람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하는 욥의 친구들이 될 것이다. 감사는 슬픔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슬픔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아프게 배울 수 있게 한다. 슬픔은 연민과 자비를 배태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감사와 슬픔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성탄의 신비는 여기에 그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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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기 예수 탄생의 신비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오성 목사(한국살렘영성훈련원)  peacechurc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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