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테스탄트 개혁자들과 가톨릭교회 대표자들과의 가상 논쟁(그림 왼쪽에 앉아 있는 루터, 츠빙글리, 칼빈, 멜랑히톤, 부겐하겐과 외콜람파디우스) ⓒWikipedia

종교개혁 이전까지 신학적 전통 속에서 참된 교회의 표지 혹은 속성으로 인정되었던 것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381년)가 고백하고 채택한 교회의 네 가지 표지들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습니다.” 개혁자들도 이 네 가지 표지들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참된 교회를 결정하는 다른 표지들을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당대의 가톨릭교회는 너무 철저하게 부패하여 이 네 가지 표지들만으로는 교회가 참된지, 거짓된 교회인지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은 교회분열의 죄를 범했는가

어떤 교회가 참된 교회인가? 어떤 교회를 참된 교회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참된 교회가 어디에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개혁자들에게 이 물음은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 실존적인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로마교회가 그의 기존의 주장들로써 그 자신을 참된 교회로 정당화할 수 있다면, 개혁자들은 이단과 분파의 죄를 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혁자들은 자신들이 분열의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로마교회가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거부함으로써 참된 교회를 저버리는 죄를 범했다고 주장합니다. 로마교회는 많은 남용과 오용의 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스도를 교회의 유일한 머리와 주로서 순수하게 고백하는 일이 로마교회 안에서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개혁자들은 결국 그리스도와 로마교회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그리스도에게 가기 위하여” 로마교회로부터 떠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IV.ii.3,4,6).

참된 교회는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로서 존경을 받는 곳에 존재합니다(IV.ii.6).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어떤 교회에서 그리스도가 실제로 교회의 머리와 주로서 인정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살펴 본 바와 같이, 복음의 설교와 성례전의 거행은 성령께서 신자들의 믿음을 활기 있게 하고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한 수단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두 가지 수단들은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 리와 주로서 드러내는, 그래서 참된 교회여부를 결정하는 표지들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복음의 설교와 성례전의 거행은 교회의 두 개의 표지들, 곧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신앙의 공동체들 사이에서 그들 가운데 어느 것을 참된 교회들로 간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도록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두 개의 표준들입니다. 칼빈은 어떤 교회가 “이 두 가지 표지들을 보존하고 있는 한 다른 결점이 많더라도 우리는 그 교회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IV.i.12). 그러나 어느 시대든 완전주의자들이 있으며, 그들은 복음을 듣는 사람들이 복음이 가르치는 대로 생활하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교회가 없다고 단정합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칼빈은 잘 알려진 그리스도의 비유를 들어서 비판합니다.

칼빈은 분열이 의에 대한 그릇된 열정 때문에 생기지만, 분열을 조장하는 과도하게 비판적인 정신은 자만심과 교만, 그리고 거룩한 생활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서 생긴다고 분석합니다. 그는 분리주의 자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마땅히 다음과 같은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칼빈은 예언자들이 이스라엘과 유다에 만연한 죄악들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일반 백성과 함께 같은 성전에 모여 공중 예배를 드렸던 사실을 적시합니다(IV.i.18,19). 물론 신자들은 누구나 완전을 향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상에서 경주를 계속하는 동안 자신이 완전하게 될 수 있다고 믿는 태도에 대해서 칼빈은 “마귀적인 공상”이라고 비판합니다(IV.i.20).

교회는 죄를 사하는 권세를 가졌는가

사도신경은 교회를 말한 다음에 ‘죄의 용서’를 언급합니다. 그것은 성도의 공동체에 속하는 자들에게만 주께서 자비를 베푸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교회에 처음 들어오려고 할 때 세례를 주어서 하나님의 은혜로 죄를 씻게 해야 합니다(IV.i.20). 그러나 사죄는 교회에 가입할 때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평생 죄의 흔적을 가지고 다니므로, 우리 죄를 사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항상 우리를 붙들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순간이라도 교회 안에 머물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IV.i.21).

신자들의 죄는 교회의 교역자들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사해집니다. “이 직책을 받은 장로들이나 감독들이 복음의 약속으로 신자들의 양심에 힘을 주어 용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IV.i.22). 칼빈은 복음의 약속으로 신자들에게 죄를 사하는 이 권한을 “열쇠의 권한”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교황제도 하에서 이 열쇠의 권한이 매우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IV.xi.1). 그것은 로마교회가 열쇠의 권한을 교회의 재판권의 근거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11장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칼빈은 이상의 논의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그런데 초기교회 때부터 16세기 종교개혁의 때,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광신자들은 세례를 받은 후에 죄를 짓는 사람은 하나님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요컨대, 그들은 은혜를 받은 후에 아무 육적인 오점도 없는 순결하고 천사 같은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용서받을 소망이 없다고 하며, 처음 중생했을 때 받은 용서 이외의 다른 용서를 용납하지 않습니다(IV.i.23).

그러나 주께서 우리에게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셨을 때, 그분은 매일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마6:12)라고 반복해서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주께서는 우리의 죄를 사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IV.i.23). 이것이 성경이 가리키는 진리인데,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하거나 또는 죄를 범하면 은혜를 전연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뻔뻔한 일이겠습니까?

참된 교회의 표지를 잃어버린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1장에서 칼빈은 그가 생각하는 교회의 참된 모습을 정의하고, 그 교회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에 대해 경계합니다. 그러나 2장에서 그는 로마교회가 교회의 참된 모습을 상실했고, 뿐만 아니라 자기들을 축출했기 때문에, 새로운 교회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를 말합니다.

교회의 두 가지 표지들에 대한 칼빈의 주장은 두 개의 결론에 이릅니다. 첫째, 그것은 설교와 성례전의 거행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공동체와 분열은, 비록 거기에 그것들이 수행되는 방식에서 약간의 잘못이 있더라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논쟁적인 쟁점들에 대한 비판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며, 그 문제에 관해서는 완전히 적법한 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제를 단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며, 칼빈의 생각에는, 명백히 금지된 것입니다.(1)

그러나 동일한 것이 두 개의 표지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공동체들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단절은 적법할 뿐만 아니 라 요구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단절은 분리로 간주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리는 정의상으로는 칼빈이 방금 정의한 바와 같 이 참된 보이는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앙의 요새에 허위가 침입해서 필수적인 교리의 핵심과 성례전의 효용이 파괴될 때에, 교회가 죽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IV.ii.1). 칼빈은 이것이 정확히 교황제도 하의 가톨릭교회의 상황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이러한 비행이 눈에 띈다면, 그러한 교회와의 교제는 단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와의 교통은 그것이 우상 숭배와 불경건과 하나님께 대한 무지와 기타 악폐에 우리를 빠뜨리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건 위에서 확립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리에 순종하는 생활을 유지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건 위에서 확립된 것”이기 때문입니다(IV.ii.2).

그러나 그는 이론적으로는 교회의 “흔적”이 로마에 충성하는 교회들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례의 존재는 하나님께서 그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이 교회들이, 엄밀히 말해서, 더 이상 참된 교회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교황제도 하의 가톨릭교회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참된 교회의 두 가지 표지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교회는 그가 정의 한 두 개의 표지들을 토대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IV.ii.11-12). 이 논의는 칼빈에게 개혁자들이 로마교회와 단절을 정당화하면서 “분리”를 일으켰다는 가톨릭 신학자들의 비난을 무시하게 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간결하지만 매우 명확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가기 위해 그들에게서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IV. ii.6).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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