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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지불식 간에 하나님을 맞이했던 아브라함처럼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타자를 향한 환대는 그리스도인의 덕목이다. ⓒGetty Image |
| 김오성 목사님의 이 글은 ‘평화교회연구소’(소장 황인근 목사)가 발행하는 웹진 「주간 평화교회」 57호에 수록된 것을 평화교회연구소와 저자의 동의를 얻어 에큐메니안에 게재합니다. 게재를 허락해 주신 평화교회연구소와 김오성 목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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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일상은 그것을 상실하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코로나 19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자, 지난 몇 년 동안 연말연시에 유럽의 어떤 도시를 거닐었던 순례가 자주 떠올랐다. 라트비아의 리가,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러시아의 모스크바, 스위스의 바젤, 프랑스의 떼제와 파리, 네럴란드의 암스테르담,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와 크라쿠프.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씩 머물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걷고 또 걸었던 그 순례의 여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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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거리들을 이렇게 순례할 수 있었던 것은 떼제공동체가 매년 연말에 진행하는 유럽모임 때문이었다. 잘 알다시피 떼제는 프랑스의 아주 작은 마을의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갈라진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서로 화해를 이루기 위한 로제 수사의 노력으로 떼제라는 작은 마을에 공동체가 세워졌다. 공동체가 형성될 초창기부터 젊은이들은 떼제를 찾아가 함께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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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떼제는 ‘젊은이들의 공의회’를 열었고, 유럽 각지에서 수 만명의 젋은이들이 떼제 마을을 찾아왔다. 이들이 떼제에서 머무는 동안 기도와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나님과 교회를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떼제에서 머무는 시간은 귀중한 체험이었지만 일상과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떼제 공동체 역시 떼제 공동체를 중심으로 어떤 ‘운동’을 조직하길 원치 않았고, 젊은이들이 각자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지역교회와 공동체에 참여하며 헌신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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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떼제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와 지역, 나라에서 화해와 신뢰를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유럽 모임을 개최하였다. 떼제 모임이 개최되는 도시에서 수많은 청년들은 지역교회 신자 가정에서 며칠동안 머물게 된다. 떼제 유럽모임이 열리는 도시는 유럽 각 나라에서 수 만명이 모여들었고, 한 때는 10만명이 모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복음을 구체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며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유럽모임은 2019년 폴란드의 브로츠와프 모임이 42번째 유럽모임은 1만 5천명이 모였다고 한다. 보통 떼제 유럽모임은 지역교회 여러 교파 지도자들이 떼제를 초대하여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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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유럽모임은 18세에서 35세까지의 젊은이들을 위한 모임이었다. 그래서 나처럼 연령제한을 훌쩍 뛰어넘은 사람은 공식적으로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6년 한국의 젊은이들로 순례단을 조직해서 인솔해달라는 떼제공동체의 초청으로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열리는 유럽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리가에서 떼제 기도모임에 참석하면서 듣는 이야기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만 명의 넘는 젊은이들이 묵을 수 있는 가정집들을 찾기 위하여 교파를 뛰어넘고, 시장과 대통령까지 협력을 했으며, 신자들만이 아니라, 종교가 없는 집에서도 떼제 유럽모임을 위해 낯선 젊은이들에게 가정집을 열어주었다는 이야기는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가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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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에서 말하는 “화해와 신뢰의 순례”라는 말이 단순히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육화(incarnation)되는 것은 가정의 환대를 통해서였다. 바로 한 두 세대 전에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자기 집의 문을 개방하여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며 환대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떼제의 순례자들이나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들이나 평생 얼굴 한번 마주쳐보지도 못하고, 말 한 번을 나눠보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상대방이 나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없이는 불가능한 만남이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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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순례단은 떼제 유럽모임 이후에 모스크바에서 며칠 머물며 정교회 성탄예배를 함께 참예하게 되었다. 이때 모스크바에서 잠자리를 제공해 준 사람은 러시아 정교회의 종지기 부부였다. 그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침대를 제공할 때는 그 잠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 러시아를 떠날 때가 되어서야 내가 잠을 자던 침대가 그 부부들이 사용하던 침대였고, 자신들은 거실에서 소파를 이용한 간이 침대에서 잠을 잔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게 되었다. 떼제 공동체가 주관하는 기도 모임에 참여하는 순례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들의 안방을 내어주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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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모임을 마친 후 한동안, 종지기 부부의 환대는 내 삶의 화두였다. 그리고 묵상 끝에 창세기 18장에 아브라함이 3명의 낯선 사람을 환대하던 아브라함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그네를 영접하면서 자신을 종으로 호칭하던 아브라함의 모습은 환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손님을 주인으로 맞아들인다는 환대의 정신을 구현했던 종지기 부부들은 성경 말씀이 그들에게 육화되었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말씀이 육신된다는 그 구절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내어질 수 있는 것임을 깨단하게 되었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히브리서 13:2)”라는 그 말씀처럼 내 삶에서 천사들을 대접하는 그 선택을 꿈꾼다.
김오성 목사(한국살렘영성훈련원) peacechurc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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