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기도하는 바리새인과 성전 기둥 뒤에 숨어 기도하는 세리 ⓒGetty Image

그리스도인에게 도전이 되는 것들은 안팎으로 참으로 많지만, 성서가 우리를 향해 던지는 큰 도전들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이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이나 이것이 도전이 되는 까닭은 우리의 몸이 이 땅 위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살이는 우리가 그러한 마음으로 사는 것을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손익을 따지고 이해관계를 따라 행동하고 약육강식이 생존의 원리처럼 작동하는 곳입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러한 세상에 저항하는 것이니 넘기 힘든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을 권고하는 빌립보서 2장의 문맥을 보면 그것은 서로 같은 마음을 갖고 서로 겸손하고 서로에게 배려의 행동을 하는 것이어서 그 마음의 평범함에 놀라게 됩니다. 물론 그 마음으로 사신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하셨으니, 그 마음은 한없이 크고 따라서 그 마음을 품는다는 것이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의 표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장이 그리는 그 마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한 마음이고 또 가질 수 있고 갖기 원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 마음을 방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기는 의롭다는 생각입니다. 그 생각이 타인에 대한 멸시를 낳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간 바리새인과 세리 두 사람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바리새인은 종교적 열정이 아주 넘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지 못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서도 보겠지만, 성서가 강조하는 마음의 할례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는 말로 바꾸면 마음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리새인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토색이나 간음 또는 불의를 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자랑이었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그런 비교와 그 결과로서의 우월의식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는 저쪽에서 기도하는 세리를 무시하는 말투로 자신과 비교하며 자기를 하나님 앞에 드러낼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사람 속에 예수께서 말하는 사랑이 자리 잡을 리가 없고 예수의 마음이 들어설 리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이 멸시하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면 그는 오히려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금식과 십일조도 그에게는 구별의 표지였고 그의 긍지를 높이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당당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세리는 바리새인처럼 하나님 앞에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 내세울 것이 있겠습니까? 세리뿐만 아니라 바리새인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혼잣말로 기도하는 바리새인과 달리 그는 가슴을 치며 기도합니다.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고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 외에 그는 달리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세리의 삶을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세리하면 떠올리는 악덕 세리의 삶을 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서 의롭다고 하시는 자는 바리새인이 아니라 세리라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그가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자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의롭다고 하는 말은 우리가 신학적 의미를 부여해서 특별하게 사용하는 의롭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말은 옳다, 잘했다, 맞다 정도를 뜻하고, 이로부터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과 또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는 우월감을 갖는 계기가 아니라 겸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예컨대 종교와 신분이 다른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차별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하나님을 아는 자들을 향해 내가 너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고 스스로 답하시며 야훼를 경외하고 그의 길을 가고 그를 사랑하고 마음과 뜻을 다해 야훼를 섬기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대답입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대답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지극히 평범합니다.

하나님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시고 뇌물을 받지 않으시는 공정하신 하나님입니다. 고아와 과부를 위해 정의를 행하셔서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이주민과 난민을 사랑하셔서 그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십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어려운 것들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과 정의와 사랑이라고 하십니다. 이것들은 일상 속에서 실천될 수 있는 작은 행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마음에 할례를 받으라고 하십니다. 예레미야는 이를 마음의 가죽을 베라는 말로 나타냅니다. 우리의 마음을 덮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아주 평범하고 매우 인간적인 저 행위들을 할 수 없는 것인지요?

지식입니까? 어리석음입니까? 신분이나 체면입니까? 재물입니까? 질투나 부러움입니까? 혐오입니까? 이익입니까? 분노입니까?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가죽을 베어낸다는 것은 그러한 것들을 베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그리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음의 가죽을 베어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오늘의 본문은 그렇게 하라는 명령의 근거로 하나님의 사랑을 듭니다. 하나님은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 이스라엘을 기뻐하시고 사랑하셔서 그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가죽으로 뒤덮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그 사랑이 우리 속에 자리 잡고 우리 속에 사랑이 솟아나게 한다면, 우리는 그 가죽을 벗겨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가죽을 벗겨내는 칼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하나님과 사람을 향할 것입니다. 그 사랑이 정의와 공정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우리를 겸손하고 배려하게 할 것입니다. 사랑의 행동을 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랑의 마음이 하나님을 닮은 마음이고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입니다.

사랑으로 가죽이 벗겨진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기를 빕니다. 마음의 가죽이 벗겨져 자유롭고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빕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은 사람으로 그가 있는 곳에서 그와 함께 사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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