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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하나님은 더이상 하나님이 ‘아니다’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1.03.28 15:23
▲ 「Job and his three friends」 (1873) ⓒWikiMedia
네 시작은 미미했으나 네 나중은 매우 클 것이다.(욥기 8,7)

욥은 아무 이유 없이 고난에 처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하나님에게서 시작됩니다. 욥에 대한 하나님의 자부심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그 점만 본다면, 욥은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식들이 혹시라도 하나님께 잘못할까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였습니다. 그의 생이 송두리째 바뀐 것은 하나님이 사탄에게 욥을 자랑한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탄은 마치 검사처럼 보이는 자로서 하나님의 통제 아래 행동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상한선을 긋고 그 아래서만 그에게 욥을 맡깁니다. 욥은 그때까지 복이라고 칭송받던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잃고 아내와 병든 몸만 남았습니다.

인생이란 덧없다 말하지만, 그 말로 이 사태가 납득될 수 있겠습니까? 당한 자도 보는 자도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상황에서 그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있겠습니까?

그의 친구들이 찾아와 일주일을 재 위에 앉아 말없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주는 그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욥이 그들 앞에서 말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들 앞에서 회개의 말을 할까요? 하나님을 찬양할까요? 아마도 그보다는 태어난 게 원망스럽고 죽고 싶다는 것 아닐까요? 욥은 원망하고 탄식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그런 욥의 절규를 전혀 예상치 못한 탓에 크게 실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친구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왜 그러지 못했을까요? 역설적이지만 ‘신앙이 너무 좋아서’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만 있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 없는 하나님은 더이상 ‘하나님’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하나님이 되고 사람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게 하나님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에게 사람이 없으면 그가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신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욥에게 들이댑니다. 하나님을 찾고 전능하신 이에게 간구하고 정결하고 정직하면 하나님이 너를 돌보실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문제는 그 말을 하는 그들의 의도입니다. 그들은 네가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이 너를 돌보지 않으시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그를 비꼬며 말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보잘 것 없는 자도 하나님은 그를 매우 큰 자가 되게 하실 텐데, 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좋은 말로 비난합니다.

욥은 하나님도 온전하고 정직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을 떠난 자라고 인정하셨던 자입니다. 그가 지금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찾지 않고 그에게 간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욥은 친구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와서 친구들 앞에서 하소연 하듯 탄식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갖고 있던 신앙에 비춰보면, 그의 상황은 도저히 해명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욥의 탄식 근거는 친구들의 신앙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직전까지도 함께 나누던 욥의 고통을 잊고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그의 죄만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동일한 신앙으로 해명될 수 없는 고통의 경험과 여전히 그 신앙으로 해명된다고 하는 생각의 충돌입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사람 사랑 없는 하나님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우리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신앙으로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오늘이기를. 하나님 사랑이 사람 사랑으로 실현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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