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섬 ⓒGetty Image

하와이섬과 미국 캘리포니아 사이의 북태평양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 약 1,550,000㎢ 넓이의 거대한 섬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섬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약 1조 8,000억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무게는 약 8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호주와 칠레 사이의 남태평양 헨더슨섬은 1988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산호초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헨더슨섬의 해변에는 약 3,800만 개, 무게로는 약 18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연구진은 지금도 매일 13,00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헨더슨섬으로 모여들어 플라스틱 쓰레기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Plastic)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해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 및 그 혼합물을 뜻합니다. 플라스틱은 제조 방식과 성질에 따라 수만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석유로부터 추출한 탄소화합물 형태의 합성수지입니다. 플라스틱은 싸고 가볍고 성형이 쉽고 견고해 한때 현대 문명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플라스틱은 처치하기 곤란한 쓰레기이자 지구를 독성물질로 오염시키는, 현대 문명과 인류가 풀어야 할 최대의 난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대략 10% 정도만 재활용이 되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산과 들과 강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을 합니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 물질을 만들어내며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기후 위기를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가 되어 대기 중에 배출됩니다.

최근 해양생물학자들은 지중해에서 어류 표본을 수집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했습니다. 지중해 어류의 18% 이상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었는데, 대형 어종인 황새치, 참다랑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양식 홍합과 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른 해산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의 몸에 플라스틱 유독 물질이 쌓일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상당한 양은 우리의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합성 섬유가 바로 플라스틱을 가동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전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사용한 포장용 플라스틱 양은 61.97kg이고,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포장용 플라스틱 양은 67.41kg,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45.9kg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수치는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에서 벨기에 다음인 세계 2위, 총 플라스틱 사용량은 벨기에, 대만 다음인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부끄러운 순위입니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음료수병, 테이크아웃 컵, 빨대, 음식 용기, 우산 비닐, 택배 충전재 등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세계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태평양에서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도, 태평양 섬들의 해변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의 상당한 양도 우리가 만든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플라스틱 중독’(Plastic Addiction)에 빠져 있습니다.

로마서에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어리석은(롬 1:22) 사람들의 모습을 지적합니다. 로마서는 그들이 하나님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드리거나 감사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생각이 허망해져서 지각없는 마음이 어두워졌다(롬 1:21)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낸 플라스틱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지금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우리는 이 어리석은 플라스틱 중독에서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내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에 목이 조여 죽어가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해양 생물과 새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창조 세계의 형제자매인 피조물이 우리의 플라스틱으로 탄식과 고통을 겪고 있는(롬 8:22) 현실을 우리가 기억하고 이제 창조 세계 회복을 위한 생태적 회개와 실천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에 우리가 속한 기독교 공동체를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의 공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각자 준비한 컵을 씻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컵 보관함을 만들면 어떨까요? 우산 비닐 대신 비 오는 날 현관에서 빗물을 잘 털 수 있도록 빗물 제거기를 설치해두면 어떨까요? 특별한 선물을 할 때는 화려한 비닐 포장지 대신 깨끗한 재활용 종이나 천과 종이끈으로 깔끔하게 포장하면 어떨까요? 미세플라스틱을 만드는 합성 섬유 대신 천연 섬유로 만든 목회자 성가대 가운을 입는 것은 어떨까요? 만일 어쩔 수 없이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해야 한다면, 해조류나 옥수수 전분과 같은 천연재료로 만들어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성분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여전히 많은 플라스틱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연 이 지긋지긋한 플라스틱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요? 포기하지 마세요. 하루에 한 가지만 일상 속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건을 찾아보세요. 이미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만든 칫솔이 있는 거 알고 계세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greenchur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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