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날에 하나님은 세상 모든 산보다 높게 우뚝 설 것이다. ⓒGetty Image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그 뒤에서 햇빛이 비쳐오면 우리는 그 빛 때문에 그를 잘 볼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의 형체만 볼 수 있고 세세한 것을 볼 수 없고 심지어 그가 누구인지 잠시 잊기도 합니다. 빛 속의 그에게서 그저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만 얻을 뿐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그려보면 야훼의 빛 속을 걷자는 말이 조금은 더 풍성하게 이해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오늘의 본문이 시각적 의미에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야훼의 빛은 미래의 빛입니다. 미래를 비치는 빛이기도 하고 미래에서 비쳐오는 빛이기도 합니다. 야훼께서는 이사야를 통해 역사에 지친 자들에게 오늘의 본문을 말씀하십니다.

야훼의 집이 있는 산이 모든 산들 위에 우뚝 솟아오르는 훗날 모든 민족들이 그곳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그들은 분쟁과 다툼으로 지쳤습니다. 그런 그들이 야훼에게서 분쟁 해결과 조정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야훼에게서 평화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입니다. 그래서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살겠다는 다짐을 품고 야훼에게 나옵니다. 야훼의 말씀과 그의 법이 그들의 말씀이 되고 그들의 법이 될 것입니다.

그들의 이 같은 변화 계기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서 그와 같은 변화를 만들어내셨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야훼께서는 자기를 찾아온 민족들과 민족들 사이의 분쟁과 다툼을 판단하시고 중재하실 것입니다. 야훼가 세계의 법정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겠습니까? 야훼의 개입으로 그들 사이의 분쟁과 다툼이 해결됩니다. 평화와 공생의 길을 발견한 그들은 전쟁무기를 해체하고 농기구를 만듭니다. 죽임의 도구를 들고 전쟁훈련을 하던 사람들의 손에 땅을 갈고 생명을 가꾸는 농기구들이 들리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서 창조목적의 실현을 볼 수 있을까요? 아니 그 목적의 보다 깊은 뜻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은 땅을 가는 존재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은 생명을 일구고 평화를 가꾸는 일입니다. 이것을 위해 다투고 전쟁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그 목적 실현보다는 전쟁과 다툼으로 점철되어 왔습니다. 전쟁과 이를 위한 군사훈련의 폐지는 모든 민족들이 그러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합하는 새역사를 펼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들 마음에 야훼의 말씀이 있습니다. 무기가 아니라 말씀이 평화를 이루어내는 도구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 같은 역사의 청사진을 보고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이 말을 듣는 이스라엘에게 예언자는 야훼의 빛 속에 살자고 외칩니다. 현재 그들은 각종 분쟁과 다툼 때문에 시달리고 지치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그 청사진은 빛을 비춰줄 수 있을까요?

세계가 야훼 하나님 때문에 정말 그렇게 바뀔 수 있을까 하고 회의할 수도 있습니다. 야훼 하나님이 참으로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전쟁과 다툼과 폭력이 그치지 않고 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이 말씀은 전쟁과 폭력 없는 세상을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꿈꾸게 합니다. 그 희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서 그 희망으로 그 희망을 위해 일하게 합니다. 이것이 야훼의 빛 속을 걷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 청사진의 실현은 하나님의 몫이지만, 그 청사진을 따라 사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 삶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고 그 삶이 하나님의 나라에 맞닿아 있는 것을 볼 것입니다. 죽음이 있는 곳에 생명의 샘이 솟게 하고 다툼과 폭력이 있는 곳에 평화의 강이 흐르게 하는 삶입니다.

그 삶은 빛 속의 사람을 보듯 신비와 아름다움의 느낌을 자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생명과 평화의 꿈과 삶을 확장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옛사람과 그의 ‘낡은’ 행위를 벗고 새사람 곧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서까지 새로워진 사람의 모습일 것입니다.

옛사람과 새사람, 행위와 지식의 대비가 눈길을 끕니다. 그 지식에 따르면 인종과 민족과 종교와 문화와 신분에 따른 구별과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민족들이 야훼의 말씀을 찾고 그에 의거하여 평화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미래이지만,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실현된 미래입니다.

그 지식은 모든 차이를 넘어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들임을 인정합니다. 모두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그리스도만이 전부이며 모두 안에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생명과 평화를 위한 ‘새’ 행동을 낳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야훼의 빛 속을 걷는 사람들의 삶입니다.

‘새’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을 불안과 염려가 지배하지 않게 하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이기에 하나님 앞에서도 지치고 힘들어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탈진하거나 소진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새’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키시며, 우리를 생명의 은총으로 충만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 충만함이 우리 안에 여유와 기쁨과 활력을 낳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이 있을지라도 야훼의 빛 속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야훼의 빛 속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희망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뿌리신 생명과 평화의 씨앗입니다. 폭력과 전쟁, 차별과 혐오를 멈추게 할 하나님의 미래입니다. 빛 속의 그는 신비요 아름다움이며 세상에 주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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