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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도 끝나지 않는 학교폭력2021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4월호 ⑸
김한나(성공회대학교) | 승인 2021.06.02 17:16
▲ 지금의 젊은 세대를 뜻하는 ‘MZ Generation’ ⓒGetty Image

“학교폭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1년 4월 <사건과 신학> 주제는 “학교폭력”이다.

유명인들의 학창시절 폭력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잠잠했던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온 학교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명확한 대답은 없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우리 사건과 신학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월, 학교폭력 사건이 온 사회에 떠들썩할 때 사건과 신학으로 다루기 위하여 주제로 삼았지만 접근하기에 조심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말해지기 어려운 진실에 대하여 말하려고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폭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야말로 학창시절, 철부지들이 저지른 일을 문제 삼아 뭐하겠냐는 시각에서부터, 행여나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창창한 아이들의 앞길을 막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그러니 조용히 좋게 좋게만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바로 그 학창시절에, 바로 그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은 십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아니 그 상처는 몸과 마음을 파고들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냄으로 공동체가 회복되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창시절 폭력의 대상자이기도 했던 ‘김자은’은 “착한 말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도 ‘황필규’가 ‘직면하여 문제를 바로 볼 것을 그리고 어렵지만 정의 회복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김자은’은 교회가 그런 공간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희망의 이름을 빌어 우리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게시되는 과거 학교폭력에 관한 보도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가 결코 신생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폭력의 형태가 변화되고 그 범위가 확장됐을 뿐, 폭력의 근원은 ‘카인과 아벨’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창4:11). 성폭력 고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이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학폭 미투로 확대되어 각자가 묻어 두었던 폭력의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미주 1) 최근 학교폭력의 주요 특징은 정신적 폭력과 사이버폭력(사이버 불링)의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과 점차 그 대상이 저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 이를 묵인하는 경향을 보이며 여러 가지 범죄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띤다.

학교폭력은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 시기에 육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자존감 하락, 공동체 부적응, 자살 충동 등의 후유증을 겪을 수 있으며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장애를 겪는다. 또한, 피해를 당한 학생이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2차 3차의 폭력 행위를 낳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미주 2) 학교폭력은 사춘기의 육체적·심리적 변화, 정체성 혼란과 낮은 자존감,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관계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또래 집단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과민한 시기에 친구들의 압력과 모방 심리, 거친 저항성과 배타성은 학교폭력의 심각한 원인이 될 수 있다.

Z세대,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요즘 청소년들은 새로운 차원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왔다. 사이버 세계는 개인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주는 사회적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학교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미주 3) 또한,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는 청소년의 폭력과 일탈을 부추겨 온·오프라인 세계를 소리 없이 뒤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자살과 폭력을 미화하는 영화나 동영상, 금기시된 물품이나 유해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부 SNS 계정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실질적 위해가 되고 있다.

“청소년을 대하다 보면 그들이 스트레스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청소년은 자신이 경험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안과 성취를 가져오는 통찰력 있는 삶의 방법과 생각의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신학이 필요합니다.”(미주 4) 성장기 통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실존에 대한 깊은 고민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환경을 재성찰하며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교회는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성서적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와 교단이 협력하여 청소년과 청소년 문화, 청소년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영적·물리적으로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교회는 학교폭력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조사를 통해 그 실체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힘써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타심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더불어, 친구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을 해소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윤리적 지침과 이를 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청소년 상담이 가능한 전문 사역자를 양성하여 청소년들의 내적·외적 갈등을 방관하지 않고 도와야 한다. 또한, 목회자와 청소년 사역자, 부모들에게 학교폭력의 징후와 올바른 대처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회와 교단이 연합하여 학교폭력 근절과 관련된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상담 애플리케이션, 동영상 등을 개발·보급한다면 지역교회의 예산과 인력 부족에서 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지금 나를 도우러 오시고 주께서 나를 돕는 이들과 함께 계십니다.”(시54:4). 어떠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도우시며 주변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우리와 함께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다음 세대를 양육할 사명을 우리에게 주셨고, 교회는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하느님의 도움의 손길이 되어야 한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실재하고 불변하며 영원하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그 사랑 안에 견고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교회는 사랑의 표본으로서 미래세대를 향하신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과 주어진 교회의 사명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미주

(미주 1)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https://www.law.go.kr/LSW/lsInfoP.do?efYd=&lsiSeq=199081#0000
(미주 2) 「초등학생 학교폭력 실태와 대응 방안」, 한국교육개발원, 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TRKO201800037912&dbt=TRKO&rn=
(미주 3)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을 참고.
김한나,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멍울진 아이들」, 『사건과 신학』, NCCK, 2020년 6월, https://nccktheology2019.tistory.com/141
(미주 4) 딘 보그먼·마상욱, 『이야기 청소년 신학』 (샘솟는 기쁨, 2019), 14.

김한나(성공회대학교)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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