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례 요한 모자이크 ⓒGetty Image

말라기는 이스라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끌어내고 그것들을 대화형식으로 성찰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그의 예언활동은 이전 것들과 비교하면 새로운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드러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그들이 생활 속에서 무심코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하나님에게도 실망해서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심각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말하지만, 하나님을 존중한다기보다 하나님과 적대하게 됩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쓸데없다. 그의 명령을 지키고 그 앞에서 슬퍼한다고 무슨 이익이 있는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비단 그들의 말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 입에서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불의한 역사와 부조리한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고통이 계속되고 탄식이 계속되어도 바뀌거나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하나님은 여러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셨지만 그대로 행동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불의한 자들의 세력은 더 커지는 것 같고 세상은 나아지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혁을 위한 하나님의 행동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그렇게 말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불의한 자들의 조롱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하든 그것은 하나님의 행동을 볼 수 없다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 왜 가만히 계시는가?

우리는 아무리 해도 이 물음에 충분하게 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답의 실마리는 어쩌면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하게 되는 예수의 십자가 현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때도 하나님의 침묵에 예수를 조롱합니다. 십자가에서 내려 와라!

예수는 그렇게 조롱을 당하며 십자가에 달렸지만, 그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서 하나님을 본 사람이 있고(막 15,39), 하나님이 죽음에서 그를 일으키신 것에서 하나님의 행동을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침묵 속에 그의 아들을 통해 그의 자녀들을 낳았습니다. 땅에 떨어진 씨앗은 많은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들은 또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침묵 속 행동 아닐까요? 그렇다면 하나님의 행동은 그 씨앗들의 행동 속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씨를 뿌리시는 하나님입니다. 씨들이 꽃피우고 열매 맺도록 돌보시고 기다리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그를 조롱하는 세상에서 그를 경외하고 그의 이름을 존중하는 자들을 기억하시고 그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들을 아끼시며 돌보십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오시기까지 그의 침묵 속에 그의 행동을 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그의 말씀을 행동으로 옮길 책임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끼시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자녀들 곧 우리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씨앗으로 우리를 이 세상에 뿌리시고 가꾸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헛된 일일 수 없습니다. 그의 명령을 지키고 그 앞에서 탄식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기억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손익의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일입니다.

세례 요한은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생각되던 시절에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외쳤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해 조롱했던 말라기의 사람들과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천적으로는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삶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혈통적으로 대단히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다. 하나님이 선택하고 부르신 아브라함의 후손이기에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이 세상의 다른 어떤 민족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권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민족적 자존심이라기보다는 민족적 교만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더 나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세례요한은 이러한 그들의 자부심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너희는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말하지 말라. 하나님은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게 할 수 있다. 하나님에게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이스라엘의 자부심은 돌 하나만도 못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실질적인 하나님 경외를 요구하십니다.

하나님 경외의 시작은 의인과 악인을 분별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능력의 회복 내지 획득이 회개에 합당한 첫 열매입니다. 그때 악을 구별하고 유사 의인을 걸러내고 악을 멀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끼시는 자와 돌의 차이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인식능력과 거기에서 비롯된 삶의 차이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삶과 그 말씀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고 무시하는 삶, 어느 것이 우리의 삶입니까?

하나님은 침묵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그가 오실 때까지 그가 아끼시는 자를 통해 말씀하시고 행동하시고 변화를 이끌어내십니다. 하나님은 그의 씨앗이 건강한 씨앗으로 많은 열매를 맺도록 농부처럼 가꾸시고 돌보십니다.

세상의 변화가 작다고 한탄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평화를 향한 변화의 씨앗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이익이 있냐고 낙담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변화를 만들어 내고, 평화의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교만과 악을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평화의 변화에는 그것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홀로 떨어진 씨앗이라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아끼시는 형제들이 함께 있고 하나님께서 동행하시며 평화의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우리를 기억하시고 우리의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께서 아끼시는 자로 살아가는 그의 씨앗이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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