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ter Paul Rubens, 「Christ giving the Keys of Heaven to St. Peter」 (1612) ⓒWikipedia

예수께서는 어느 날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과거 속에서 이해했습니다. 그에게서 가깝게는 세례 요한, 멀리는 엘리야나 예레미야 또는 예언자를 보았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현상을 직접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미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에 비춰 그것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수를 그들과 연관하여 보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하나님께서는 오래 전에 모세와 같은 예언자를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사람들은 늘 그러한 자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런 약속을 하신 까닭은 그들이 점술 같은 것을 의지하지 않고 그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람들도 동일한 이유로 그를 기다렸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때로는 예레미야도 사람들이 기다렸던 예언자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와 같은 예언자 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다시 올 것으로 명시된 예언자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보는 것이 부당하지는 않을지라도 꼭 맞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를 그 자체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관점이 필요했습니다. 과연 그것이 어디서 마련될 수 있겠는지요?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질문의 화살을 돌립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예수의 물음에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답합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듯 하나님의 도움이 없으면 말하기 어려운 대답입니다. 당시 사람으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예수께서는 그렇게 답한 베드로에게 놀라운 약속들을 하십니다. 베드로는 그 약속들의 의미를 한참 후에야 깨달았을 법합니다. 베드로라는 이름이 반석을 의미하는데, 예수께서는 그 반석 위에 그(~예수)의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반석이란 말이 뜻하는 것은 베드로나 그 고백 행위 보다는 “주는 그리스도이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고백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고백은 단지 그가 구원자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로 그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원자에 의해 열리는 미래가 하나님의 창조와 역사를 이어가는 것임을 말합니다. 그 미래는 예수에게서 시작되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것을 이어가는 연속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께서 세우시는 교회는 하나님의 역사를 예수 안에서 또 예수와 함께 이어나갈 것입니다. 그 교회는 죽음의 세계의 ‘문들’이 이길 수 없습니다.

교회에 대한 이 말씀은 무슨 말인지요? 아마도 그 말은 베드로에 대한 그 다음 말씀과 연관해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네게 하늘나라의 열쇠들을 주겠다. 베드로에게 주시는 하늘나라의 ‘열쇠들’이 죽음의 세계(~하데스)의 ‘문들’과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들을 힘 내지 세력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죽음의 세계는 하늘나라가 생명의 세계임을 암시합니다. 문제는 이 생명의 세계가 예수께서 그 세계의 ‘열쇠들’을 베드로와 그의 고백 터 위에 세워진 교회에게 주셨고 그에 따라 양자가 연동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열쇠들이 어떤 것이든 그 열쇠들이 땅에서 사용된 결과는 하늘나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네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이고 네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하늘나라의 열쇠들이 땅에 있습니다. 열쇠란 안과 밖 두 세계를 이어주기도 하고 분리시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열쇠들은 하늘나라와 땅을 잇거나 분리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잇는다는 것은 무엇이고 분리시킨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베드로와 교회가 가진 열쇠들은 무엇입니까? 교회는 베드로의 고백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 고백이 열쇠들일 수는 없습니다. 고백 위에 세워진 교회가 건물 같은 것일 수도 없습니다. 그 고백을 공유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야 맞고, 그 교회는 그 고백에 걸맞는 실천을 통해 비로소 표현될 것입니다.

이 표현을 열쇠들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베드로와 교회에 하신 그 말씀은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늘나라의 열쇠들을 소유했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며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한다고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마 23,13.15). 그들의 위선 때문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과 그의 나라에 대한 자신들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행위로 부정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들은 하늘나라의 열쇠들을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으로 땅에서 매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하늘과 땅을 분리시켰습니다.

예수께서 하늘나라 열쇠들을 베드로와 교회에 주셨다면, 그것은 그 열쇠들을 바로 이스라엘로부터 교회로, 전통으로부터 고백과 실천으로 옮기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기 위해서입니다. 이 땅에서 하늘을 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늘의 은총을 땅에서 누리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늘나라의 열쇠들로 푸는 일입니다. 우리는 고백에 부합하는 실천의 열쇠로 열리는 하늘의 빛으로 살 수 있습니다. 전통과 거짓으로 닫혔던 하늘나라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그 고백 위에 서있는 우리입니다. 우리에게서 계속되는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의 실천을 이끌어내고, 우리의 실천으로 하늘나라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죽음의 세계로 향하는 문들은 항상 열려 있지만, 그 문들은 그 문에서 비쳐오는 생명의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빛을 따라 우리 앞에 열려 있는 생명의 문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우리의 생이 한낱 티끌과 같고 곧 시드는 들의 꽃과 같다 할지라도, 하늘과 땅을 잇는 우리의 실천은 우리의 생을 헛되지 않게 하고 충만하게 할 것입니다.

고백이 사랑의 실천을 낳고 사랑의 실천으로 든든히 서게 되기를 빕니다. 코로나19와 더위도 하늘나라의 빛으로 넉넉히 이기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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