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징은 교회의 권위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Getty Image

종교개혁 이전까지 참된 교회의 표지로 인정되었던 것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381)가 고백하고 채택한 교회의 네 표지들이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는다.” 개혁자들도 이 표지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로마교회가 저 표지들을 유형적이고 가시적인 것들과 결부시켜 주장했기 때문에, 참된 교회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표지들을 찾았다.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 제7조는 개혁자들의 공통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교회는 그 안에서 복음이 순수하게 선포되고 성례전이 바르게 집행되는 성도들의 모임이다.”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순수하게 선포되고 또 경청되며,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대로 성례전이 거행되는 곳에, 거기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Inst. IV.i.9)고 말한다. “교회라는 이름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는 교회를 자칭하는 모든 집단에 이 표준을 시금석으로 적용해야 한다”(Inst.,IV.i.11).

분명히 칼빈은 눈에 보이는 이 교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바로 이 눈에 보이는 교회가 신자들의 “어머니”이며, 신자들은 일평생 이 학교에서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 밖에서 우리는 “죄의 용서나 구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Inst., IV.i.4).

그러나 그가 보이지 않는 교회를 우선 다루었던 것은, 로마교회의 오류를 시정하고자 하는 관심이었다. 동시에 그 보이지 않는 교회가 인간적인 불완전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보이는 교회로 하여금 끊임없이 교회의 적법성과 정체성에 관해 질문하게 함으로써 교회의 원천에 대한 기억을 활성화시키고, 그로부터 살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보이는 교회들 가운데 어떻게 참된 교회를 찾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

교회, 소집된 군대

교회는 히브리어로 ‘카알’, 헬라어로 ‘에클레시아’, 그리고 라틴어로는 ‘ecclesia’로 표기되며, 소집된 모임을 의미한다. 칼빈은 그것을 ‘군대’(compagnie)라고 즐겨 부른다. 그 까닭은 그 용어가 메신저의 외치는 소리나 혹은 트럼펫 소리를 듣고 모든 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을 소집한 분은 하나님이다. 성령이 임할 때, 이런 사람들의 모임이 형성되어, 신자들의 군대, 곧 신실하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자들의 군대를 이룬다.

그러므로 교회는 같은 의견, 같은 이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인간적 집회에 의해 형성되는 것도, 혹은 단순히 같은 신앙과 소망과 사랑을 지닌 사람들의 집단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교회는 그때까지 다른 견해와 생각을 갖고 서로 흩어져 있는 개인들을 ‘함께 부르시어’(convocatio) 하나의 단체로 구성하는 하나님의 소집에 의해 형성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들의 모임이다.(1)

그러므로 교회는 신약성경이 ‘성령의 친교’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교회는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갈1:1) 이루어진다. 교회는 천재적 인간의 직관이나 깊은 신앙심이나 결단의 결과도 아니며, 종교적 열광의 산물도 아니다. 교회를 세우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란 없고, 이러한 과업을 시작할만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도 없다. 교회를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실, 곧 사건으로 만들며, 인간의 모임과 공동체로 만드는 것은 지금도 성령으로 그들을 불러 모으시고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이다.

이렇게 성령은 살아계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 특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공동체를 창조한다. 여기서 예수님의 삶과 고난, 죽음과 부활이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포되며, 설교와 성례전은 성령의 도구로써 믿음을 활성화하고 양육하는 보조수단이 된다. 이러한 성령의 활동에 의하여 세계사의 한 가운데 있는 특정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말과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고 고백하는 일이 일어난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일한 주님으로 인정·고백하는 것, 바로 이것이 교회의 삶의 비밀이다.

그러므로 칼빈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교회되게 하려고 할 때, 그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교회의 창립과 보존과 지속을 교회의 개혁과 갱신과 일치시키는 것이었다. 교회를 세우고 지키고 보존하시는 분만이 교회를 개혁하고 갱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위협을 당하는 교회는 오직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통해서만 죽음 앞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죽은 교회라도 생명의 주님께서는 죽음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일으켜 세우실 것이기 때문이다.(2)

어떻게 이 두 표지는 참된 교회여부를 결정하는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성서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 자신이 말씀하신다는 개혁자들의 생생하고 충만한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4권 교회론 서두에서 복음의 설교와 성례전의 거행을 성령께서 신자들의 믿음을 활기 있게 하고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한 두 수단들로 제시한다(Inst., IV.i.1).

복음의 선포, 성례전 그리고 훈련(권징)

개혁자들은 이 두 표지들이 명확히 드러나는 곳에서 살아계시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유일한 머리와 주가 되시며 교회의 보편적인 감독으로서 존경을 받으실 수 있다고 보았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전이 거행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기에, 이 두 표지가 분명히 보이는 곳에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그곳에서 다스리시고 존경을 받는다고 하는가?

우선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그 말씀이 선포될 때, 그곳에 함께 하신다. 복음의 선포는 단순히 부재중인 그리스도에 관한 인간의 선포가 아니다. 복음이 선포되는 곳에 그리스도 자신이 복된 소식과 그 은혜롭고 풍성한 효과로서 그 자리에 계신다. 이 복음이 선포될 때,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히4:12)하시는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주권을 행사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를 교회의 첫째 표지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말씀의 선포라는 지상적 형태에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참된 교회는 로마교회가 어리석게 찬양하는 가시적이며 외적인 장엄하고 화려한 형태에서가 아니라,(3) 비록 누추하고 허름한 공간이라도, 교회의 회원이 두세 사람에 불과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이 순수하게 선포되고 경청되며 존중을 받는 곳에서 찾을 수 있다(Inst.,IV.ii.6.). 성서에서 성령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우리가 듣는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교회를 교회가 되게 한다.(4)

또한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전은 지금 부재중인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단순한 상징들이 아니라,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현재하는 상징들이다. 성만찬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눈에 보이는 떡과 포도주라는 상징을 통해 그리스도의 임재를 나타낸다. 특히 성만찬은 그리스도 자신이 이미 십자가에서 성취하신 유일회적인 희생을 통해 우리의 모든 죄가 완전히 용서받았다는 사실과 또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지금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그리스도와 연합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증하는 예식이다.

중세교회는 7개의 성례전을 갖고 있었으나, 개혁자들은 복음의 참된 성례전을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것들에 국한하면서 교회의 성례전을 세례와 성만찬으로 축소했다. 칼빈은 성례전을 “우리의 연약한 신앙을 지탱하기 위해 주님께서 그의 선하신 호의를 우리에게 제시하며 증거하시는 외적인 표지”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성례전의 주된 목적은 믿음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설교의 목적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성례전은 설교의 확장이다.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직책 즉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제시하고 보여주며 그의 안에서 하늘 은혜의 보고를 제시하고 보여주는 직책을 가졌다”(Inst.,IV.xiv.17). 둘 사이에 있는 단 하나의 차이는 이 ‘제시’가 일어나는 형식이다. 성례전은 하나님의 말씀이 제시하는 것을 나타낸다. 말씀을 통해 들은 은혜는 이렇게 신체의 여러 감각기관들을 통해서 다시 보고, 만지고, 맛보고, 그리고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칼빈은 성례전을 “보이는 말씀”이라 일컬은 어거스틴을 따른다(Inst.,IV.xiv.6).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신자들의 훈련(권징)을 교회의 세 번째 표지로 간주했던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와 달리 명시적으로 교회의 세 번째 표지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회의 존립은 권징의 적용 없이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징은 그리스도의 교훈에 반대하여 날뛰는 사람들을 억제하며 길들이는 굴레와 같고, 나태한 사람을 고무하는 박차와 같고, 더 중한 타락에 빠진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영의 유화함으로써 부드럽게 징벌하는 아버지의 매와 같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일이 교회의 생명이라면, 권징은 몸의 구성원들을 서로 결합하고 각각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근육’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권징을 시행하지 않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결국 교회를 해체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된다고도 하였다(Inst.,IV.xii.1). 이 말이 얼마나 예언자적이었는지는 권징을 거의 잃어버린 오늘의 교회의 모습을 통해서 입증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안에서 이 세 가지 표지들이 명확히 드러날 때,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와 주로서 홀로 영광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 이 세 표지들이 드러나는 곳에서 그리스도께서 권능을 행사하시고 그분 홀로 다스리신다. 그 표지들이 분명히 나타나는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 그분 자신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그 이름을 위하여 불타오르는 교회를 볼 수 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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