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신앙과 직제’ 제1차 세계 대회 참석자들 ⓒWCC

개신교는 수많은 교파와 교단으로 분열되어 있어 교회일치운동에 대한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필자는 개신교의 세계적 협의체인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특히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의 논의를 중심으로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필자는 ‘신앙과 직제’와 세계교회협의회의 총회에서 논의된 주제에 대한 담론들을 역사적으로 추적하여 서술하는 방법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회일치에 대한 논의와 담론들이 역사와 함께 매듭지어지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계승되면서 확대재생산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제에 대한 논구는 역사적 서술보다 몇 가지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그것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 ‘신앙과 직제’의 출발과 의의

‘신앙과 직제’는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가 창설되기 이전에 ‘생활과 사업’(Life and Work, 1925년 스톡홀름에서 1차 세계대회 개최), 국제선교협의회(IMC, 1910년 에딘버러에서 창설)와 함께 교회의 일치를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하고 일치의 길을 여는 수단으로서 교회 간의 신학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온 에큐메니칼 운동의 하나였다.(미주 1) 1927년에 ‘신앙과 직제’는 첫 번째 세계대회를 스위스의 로잔에서 개최하였는데(8월3일부터 21일까지), 당시에 정교회, 영국 성공회, 개혁교회, 자유교회 등 127개 교회를 대표하는 400명 이상이 참석하였다. 첫 번째 세계대회에서 ‘신앙과 직제’는 서로 다른 교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일치점들의 명백한 수준과 여전히 남아 있는 심각한 불일치점들’은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비교방법을 취했다.(미주 2) 이러한 비교방법은 이후에 전개된 세계대회에서도 계속 논의되었다.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가 창설되자(8월 22일부터 9월 4일까지 암스테르담에서 제1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개최) ‘신앙과 직제’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상설기구로 편입되었고 이름도 ‘신앙과 직제 위원회’로 변경했다. 1952년 스웨덴의 룬트에서 열린 ‘신앙과 직제 위원회’의 세 번째 세계대회에서는 교회일치에 대한 논의가 비교의 방법에서 공동의, 성서적이고 그리스도론적인 기초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 접근하는 신학적 대화의 형태로 방향을 수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신앙과 직제 위원회’는 12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 3년 혹은 4년마다 모임을 갖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배와 공동생활 속에 표현된 하나의 신앙, 하나의 성찬 친교 가운데 가시적인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로마가톨릭교회도 1968년 이후, 공식적으로 12명의 회원을 ‘신앙과 직제 위원회’에 파견하여 연구 활동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교황청의 그리스도교 일치협의회와 함께 신앙과 직제 위원회는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 주간’ 자료를 준비하는 일을 함께 해오고 있다.

‘신앙과 직제 위원회’는 창립 초기부터 교회 일치를 위한 광범위한 신학적 문제들을 연구해 왔는데, 그 주제들은 ‘세례, 성찬, 교역에 대한 이해와 실천’, ‘신조와 신앙고백들의 역할과 의미’, ‘교회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드러난 소위 비신학적 요소들의 영향’, ‘사도적 신앙의 공동표현’, ‘교회 일치와 인간 공동체의 갱신’ 문제 등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뚜렷한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1982년 ‘세례, 성만찬, 직제’(BEM)라는 문서를 오랜 토론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마침내 완성한 것이라고 하겠다.

‘신앙과 직제 위원회’가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 안으로 통합된 후, ‘신앙과 직제 위원회’는 교회 일치에 대한 논의와 연구결과를 세계교회협의회의 세계대회가 열릴 때마다 보고하고, 교회의 가시적 일치를 추구해 왔다.

그러므로 개신교의 입장에서 전개된 교회일치운동을 정리하기 위해서 필자는 ‘신앙과 직제 위원회’가 연구해 온 주제들과 세계교회협의회에 보고되고 논의된 결과들을 검토하는 방식을 취하겠지만, 그것을 연대기적으로가 아니라, 주제 중심적으로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은 교회일치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논의의 주제와 결과가 여전히 부분적으로만 교회의 가시적 일치에 기여하고 있으며,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 심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캔들’로서의 분열과 ‘주어진 일치’

‘신앙과 직제 위원회’와 ‘세계교회협의회’는 처음부터 교회의 분열을 스캔들로 이해하고 있다. 이 점은 로마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인데, 로마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4년 11월 21일에 발표한 교령 ‘일치의 회복’(Unitatis Redintegratio)에서 교회의 분열은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서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3)

세계교회협의회는 그 창립총회에서(암스테르담, 1948년) 교회가 “믿음이나 직제, 그리고 전통의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국가, 계급, 그리고 민족적 자부심에서 서로 분열되어” 있으며, “심지어 신학적, 언어적, 제의적 차이가 없는 곳에서조차 인종과 피부색으로 인해 분열된 교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의 걸림돌(스캔들)”이라고 탄식한다.(4)

교회의 분열이 스캔들인 것은 교회의 분열이 복음 선포에 해를 끼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 자체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신앙과 직제위원회는 1927년에 개최된 제1차 세계대회에서 “오직 하나의 그리스도, 그 안에 있는 하나의 생명, 그리고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는 하나의 성령이 있듯이, 오직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가 있을 뿐이다.”고 선언한다.(5)

그런데 이미 하나인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가 현실에서 분열되어 있다는 것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해하는 신약성서의 증언에도 대립된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이해하는 성서적 전통은 제3차 신앙과 직제 세계대회(룬드, 1952년)에서부터 구체화되었고(6) 1954년 에반스톤에서 열린 제2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다시 확인되었으며 이후 교회일치운동의 성서적 전거가 되었다.

신약성서는 “교회의 일치를 사회학적인 것이 아니라 그 본질적 실재를 그리스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또 당신의 백성과의 끊을 수 없는 하나 됨 속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행 9,4 이하; 고전 12,12; 요 15,1-2)”,(7)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백성들의 하나 됨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증언하고 있다. 교회는 한 몸 안에 있는 많은 지체(고전 12,12)이며, 그 여러 지체들은 몸의 머리되시는 한 분이신 주님께 속해 있으며(엡 1,2; 4,15; 5,23; 골 1,18; 2,19),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요, 신랑 되신 그 분과 연합해 있으며(막 2,19; 계 19,7; 마 22,2 이하; 25,10-11; 눅 12,36; 엡 1,22 이하 참조), 그리스도는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그의 가지들이며(요 15,1 이하), 그리스도는 목자이시고 우리는 그의 양이다(요 10,1 이하)는 증언들이 그것이다.(8)

신약성서는 또한 교회의 하나 된 삶이 “구원자 되시고 주님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인격과 사역으로부터 유래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본성을 취하셨다는 사실과 그의 나라의 권능과 삶을 분명히 드러낸 그 분 자신의 말씀과 사역에, 그리고 인간들을 당신 나라의 교제 가운데로 부르는 부르심에, 또 열두 사도를 임명하사 당신의 메시아적 사역과 일을 함께 나누도록 한 것과 죄악을 최종적으로 정복하고 분열의 세력을 패배시킨 그의 고난과 죽음에, 우리 모두가 자라 나아가야 할 새 사람(엡 4,11 이하), 즉 모든 인간적 분열이 사라진 새 사람(갈 3,28)을 밝히 보여 주신 그의 부활에, 모든 역사가 그의 권세 아래 놓여지게 되는 그의 승천과 하늘의 통치에, 오순절 날 모든 교회 위에 성령을 부어 주심으로 그 이후의 모든 세례의식에 가장 깊은 의미를 부여하신 사실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고 증언한다.(9)

교회의 일치는 그러므로 이미 주어진 일치이다. 그리고 이 일치는 “우리의 지성의 일치와 우리의 의지의 일치에 달린 것이 아니다. 이 일치는 인간을 아버지 하느님께 다시 화해시키시기 위해서 지상에서 사셨고, 죽으셨고, 부활하셨고, 성령을 통해서 그의 교회 안에 내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 근거하고 있다.”(10) 일치의 근거가 삼위일체론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삼위일체론에 의지하여 일치를 이미 주어진 것으로 규명하는 접근은 뉴델리에서 열린 제3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1961년)에서 보다 분명해 진다:

그러나 교회의 분열은 현실이고, 그 때문에 교회의 일치는 동시에 과제인 것이다. 물론 교회의 다양성이 한 몸 안에 있는 성령의 은사의 다양성과 한 창조자에 의한 창조의 다양성을 반영할 때, 그 다양성은 바람직한 것이 된다. 그러나 다양성이 몸의 명백한 하나 됨을 분열시킬 때, 그것은 ‘죄’가 된다는 것을 세계교회협의회 제2차 세계대회(에반스톤, 1954년)는 지적했다. 교회의 분열은 스캔들을 넘어 죄가 된다는 것이다. 까닭은 ‘화해의 복음이 이것을 선포하는 사람들 자신의 삶 속에서 거부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그리스도의 구속의 충만함을 가리우기 때문이다’.(12)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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