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을 민간에게 맡기기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발상은 부동산 시장의 파국을 예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에 힘입어 대통령직에 당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부동산 세금에 대한 민심이반은 심각했다.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대대적인 주택공급, 부동산 세금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공약은 주효했다. 그 공약에 호응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 부산과 심지어 광주광역시의 부동산 수혜세력의 계급투표가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거 복지를 향상할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강서 지역의 목동 아파트 가격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주택 가격이 낮아졌는데, 그것은 서울 강남이나 목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남과 목동의 노후 대단지 아파트 가격이 뚜렷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재건축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두 배 이상 올랐던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노후 아파트 단지의 주택 가격도 하락 추세를 멈추고 다시 오를 전망이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투자 포인트를 찾아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건축이 예상되는 노후 아파트 단지는 물론이고, 역세권 재개발 지역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그들이 세력을 이루어 움직이는 화폐 자본의 규모가 수백 조 이상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세력이 투자 포인트로 잡는 지역에 돈이 몰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지난 1월 16일 윤석열 후보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종 상향’ 조처를 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 공약이 실행된다면, 그 지역의 땅값은 터무니없이 오르고 그 이익을 차지할 사람들이 따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엄청난 혜택을 주겠다는 지역 개발 공약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매표 행위가 분명했다. 그러나 노후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 상향 공약은 윤석열 후보가 내건 부동산 공약 전체를 놓고 보면 새 발의 피였다.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부동산 공약을 내걸었다. 원칙이 분명하니, 그가 내건 부동산 공약이 그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체계를 이루는 것은 당연했다. 그 체계의 핵심은 세 가지 대표 공약이다. 하나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250만 호(수도권 130만-150만 호)의 주택공급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합부동산세와 징벌적 양도소득세 등으로 대표되는 세금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임대차 3법 개정을 손질하여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을 늘리고 전·월세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대표 공약은 구체적인 세부 정책들로 채워져 있다. 그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윤석열 당선인이 정권을 잡고 부동산 정책을 시행할 때 나타나는 문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을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재건축 사업을 통해서만 전국적으로 47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그 가운데 수도권에 30만5천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윤석열 후보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내걸었다. 지은 지 30년 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토지개발이익환수를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 조치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까지 재건축 사업을 억제해 왔던 모든 빗장을 열어젖힐 테니, 민간이 돈을 들고 와서 재건축 사업을 벌여서 주택공급을 늘리고 이익을 챙겨가라는 뜻이다.

또한, 재개발 사업을 통해 20만 호(수도권 13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의 복합개발을 촉진하겠다고 한다. 상가지역, 주거지역, 준공업지역 등을 통틀어 거대한 재개발 구역을 설정하고 도시 인클로저 방식의 개발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표명할 길이 있을까? 더 나아가, 윤석열 후보는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142만 호(수도권 74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가운데 몇 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것인가를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공공택지 가운데 대부분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민간주택 공급업자에게 싸게 매각되고, 그들이 지은 민영 주택은 비싸게 팔릴 것이다. 공공택지 공급과 관련해서 윤석열 후보는 GTX 종점 부근에 개발하는 택지에는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여 컴팩트시티를 형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 그곳에도 용적률 500%의 아파트 단지가 삭막하게 줄지어 들어설 것이다.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 끄트머리에 이르러 윤석열 후보는 추후 공급될 250만 채의 주택 가운데 30만 채는 청년들에게 원가로 공급하고, 20만 채는 취약계층에게 역세권 첫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시장이 그런 방식의 주택공급을 할 리 만무하니 정부가 나서야 할 텐데, 주택공급을 시장에 맡기는 원칙에 충실한 윤석열 정부가 과연 그럴 의지가 있겠는가?

그다음에 부동산 세제 개혁을 들여다보자.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거래세, 부동산 양도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그가 약속한 세제 개혁은 입법을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도 있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될 것도 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동산 세제 개혁을 할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러한 조처를 즉각 시행할 것이다. 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입법이 필요하지만, 공시가격과 세율 적용 등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될 수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징벌적 양도소득세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단 2년 동안의 한시적 유예 조치를 거친 뒤에 아예 폐지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터무니없이 시행한 취·등록세율의 조정도 정부의 부동산 관리 지침 변경 고시를 통해 곧바로 진행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장차 추진할 부동산 세제 개혁은 부동산 소유 계급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임대 3법은 다주택자 소유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이바지하는 측면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 소유에 대해 취했던 태도를 180도 뒤집은 입장이다. 다주택 소유는 정부가 임대시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고, 주택 수요가 증가할 때 주택공급을 늘리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후보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과 계약갱신에 따른 임대료 상승 폭 제한도 폐지해야 임대시장이 정상화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임대 3법 개정을 통해 그러한 조처까지 시행된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영원한 ‘갑’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맞설 세력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장차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시행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24인의 인수위원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 갖는 정책적 완결성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전문가 4인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관점을 강력하게 표방하는 인사들이어서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을 세부 정책으로 가다듬어 차기 정부에 넘겨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견제할 정치세력은 지금으로서는 정의당밖에 없다. 정의당은 공공택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달성하겠다는 노선을 일관성 있게 표방해 왔다. 그러나 소수 정당인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저지할 힘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후보 시절에 국민의힘의 시장주의적 부동산 공급정책 공세에 투항하다시피 했다. 부동산 공약에 관한 한, 이재명 후보의 정책은 윤석열 후보의 정책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재명 후보 역시 310만 호의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을 내걸었고, 상계동 노후 아파트 단지에 가서 윤석열 후보와 똑같은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외쳤다. 이재명 후보도 종합부동산세 완화, 징벌적 양도소득세 한시 유예, 부동산 거래세 정상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물론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토지배당 공약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그쳤다.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요즈음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겠다고 공공연하게 외치는 중이다. 그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윤석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저지할 것 같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파국은 예정되어 있다

장차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강력한 시장주의적 부동산 정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만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천문학적인 화폐 자본이 흘러들어 온다면, 부동산 디스토피아는 불가피할 것이다.

시중은행이 부동산 시장에 화폐를 공급하고 자산계급의 천문학적인 화폐 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면 부동산 시장은 달구어질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그 울타리 안에 택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지어 매각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지대수익을 취할 것이다. 이처럼 도시 인클로저를 통해 발생하는 지대수익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동안에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부동산 소유는 양극화할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지역 바깥으로 쫓겨난 사람들은 도시 변방과 도시 바깥으로 내몰리고, 거기서 그들은 비싼 전세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물며 주거 불안에 시달릴 것이다. 부동산 소유 계급의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아래서 증가하고, 부동산 소유 계급과 무소유 계급의 자산 격차와 소득 격차를 하늘과 땅처럼 확대할 것이다. 그것이 부동산 시장에 화폐 자본이 몰려드는 동안에 벌어질 디스토피아이다. 개발연대 이래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그 풍경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아래서 되풀이될 것이다.

거꾸로, 부동산 시장에 화폐 자본이 들어오지 않아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 수익률이 악화하면 시장을 통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융 긴축 정책의 영향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서 양적 완화를 시행한 미연방 중앙은행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서 이자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고, 우리나라 중앙은행도 달러 이탈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주택담보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주택 수요가 줄고, 주택 매각이 늘어난다. 주택 수요와 공급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변화는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주택 매입과 보유 비용이 늘어나고, 주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얻는 자본이득이 줄어든다. 주택 수익률이 악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자 부담 증가와 주택 수익률 악화는 결국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시장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다. 그러한 전망은 물론 일리가 있다. 이명박 씨가 뉴타운 개발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세를 규합하여 대통령이 되었지만, 2008년 세계 금융공황 이후에 이자율이 올라가고 부동산 시장에 화폐가 공급되지 않아서 뉴타운 개발이 여러 지역에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정책의 실패로 인해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은 큰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화폐 자본이 원활하게 공급되면, 부동산 디스토피아는 불가피할 것이다. 반면에, 부동산 시장에 화폐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여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실현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난관 가운데 어느 하나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결정적으로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해 양질의 주택공급을 추진하지 않고 세금 정책으로 부동산 수요를 억눌러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하는 데 골몰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양도소득세 징수를 강화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공공택지를 충분히 개발하고 공공주택을 주택 수요에 맞추어 제대로 공급하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면, 윤석열 후보에게 정권을 내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모조리 뒤집은 윤석열 당선인은 시장이 택지와 주택을 주도적으로 공급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국가가 공공택지를 개발하고 공공주택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등한시하고 있다. 땅과 주택은 인간이 존엄한 삶을 꾸리는 데 필수 불가결한 재화이고, 각 사람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향유해야 할 재화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각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 이상, 국가는 택지와 주택의 공급을 시장과 화폐 자본에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성서의 희년법은 땅과 주택이 하나님의 ‘아훗짜’라고 선언했다. 사람이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땅과 주택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누려야 할 땅과 주택을 독차지해서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성서의 희년법은 땅과 주택을 잃은 사람들에게 땅과 주택을 되돌려주어 존엄한 삶의 기회를 되찾게 하라고 가르친다. 현대 세계에서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과 주택을 향유하도록 보장하는 일은 국가에 맡겨진 책무가 되었다.

국가가 공공택지와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많다. 국가가 (가칭)토지주택조성기금을 조성하여 공공택지 개발과 공공주택 공급에 필요한 화폐를 넉넉하게 공급하고자 한다면, 누가 그러한 국가의 의지를 억누를 수 있겠는가? 국가가 개발한 공공택지를 임대만 하고, 거기에 지은 공공주택 일부를 분양하고, 나머지 일부를 영구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누가 그런 방식의 공공택지 공급과 공공주택 공급을 저지할 수 있겠는가? 국가가 도시 인클로저를 통해 발생하는 지대수익을 상당 부분 환수하는 조처를 하고 공익을 위해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누가 이 정의로운 국가의 행위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국가가 공공택지와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부동산 세제를 운용한다면 누구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세제는 각각의 세금의 목적에 맞게 운용되어야 한다. 취득세와 등록세 같은 거래세가 부동산 시장의 장벽이 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양도소득이 부동산 등기부 단위로 매겨지지 않고, 인적 주택 소유의 양에 따라 면제되기도 하고 가중되기도 하는 일은 전혀 공평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충분히 환수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더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가 부동산 가치를 유지하는 공공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도록 설계되었는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

오늘 우리 국민은 여전히 부동산 디스토피아를 분쇄하고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해야 할 큰 과제 앞에 서 있다.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정면으로 공격하면서 시장 중심의 주택공급 정책과 부동산 감세 정책을 내걸고 정권을 차지했지만, 바로 그 정책들이 부동산 디스토피아를 불러오고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깨뜨릴 것이라고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집에 기록되어 있는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세제 정책을 고수한다면, 국민적 저항은 불가피하고, 날로 강화될 것이다.

이제는 시민사회와 사회세력, 그리고 정치단체들이 나서서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의견을 내야 한다. 땅과 주택을 하나님의 ‘아훗짜’라고 고백하는 교회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논의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kwdth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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