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성서 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너희도 떠나려느냐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2.04.10 15:30
▲ Valentin de Boulogne, 「The Last Supper」 (1625-1626) ⓒWikimediaCommons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도 가고 싶으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주여,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주님은 영생의 말씀을 갖고 계십니다.(요한복음 6,67-68)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떡’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은 생명의 물 이야기를 들은 우물가의 여인이 그랬듯이 그 떡을 우리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자신이 곧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시며 그것은 곧 자기의 살이라고 덧붙이십니다. 여기서 그의 피를 무엇이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시지만 그것은 우물가의 여인에게 말씀하셨던 생명의 물일 것입니다.

생명의 떡과 생명의 물, 그것은 곧 예수 자신이었고 그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이 땅의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예수에 대한 지배계층의 반감이 본격화되기 이전이고 아직 활동 중이므로 사람들은 그의 살을 먹고 그의 피를 마셔야 그 안에 생명이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를 먹어야 살 수 있고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안에  있다는 예수의 말씀은 그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제자라고 일컬어지던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곁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났는지 모르지만, 너희도 가고 싶으냐는 예수의 질문은 사태가 상당히 심각했음(?!)을 보여줍니다. 열두제자들만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예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공간의 허전함이 우선 두드러지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생동감과 희망으로 가득 찼을 그 자리가 텅 비었습니다. 쓸쓸함과 적막감이 대신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그 공간을 ‘내 안’으로 만들려 하는 시도가 좌절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의 죽음과 결부된 생명의 떡과 생명의 물을 그들에게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이야기했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으니 허탈감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보니 이 상황에 동요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자들도 당혹스럽고 계속 예수를 따라 다녀야 하나 고민했을 법합니다. 기대도 흥도 모두 사라진 풀 죽은 순간일 것입니다. 예수도 제자들도 최대 위기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 어색한 상황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도 가고 싶으냐? 너희들만이라도 내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희망이 섞인 질문입니다. 제자들은 아마도 속내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 같습니다. 베드로의 대답은 준비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예수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의 말씀이란 생명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의미합니다.

그 생명이 예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예수를 떠난 대중들과 베드로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말을 하면서 베드로와 함께 제자들은 예수 곁에 남았던 것은 그때까지 쌓인 예수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 관계의 내용이 무엇이었든 이제부터 그 내용은 생명을 중심으로 할 것입니다. 깊은 좌절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게 한 생명의 말씀을 조금씩 그리고 결정적으로 십자가에서 깨달을 것입니다.

생명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붙잡고 주님의 곁을 지키게 하는 오늘이기를. 주님의 말씀으로 우리를 비틀거리게 하는 걸림돌들이 제거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목사(백합교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4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