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를 잡고 있으며 보물을 잡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 ⓒGetty Image

전도서 기자는 자신을 히브리어로 코헬렛이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서 그가 한 일은 사람들이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추적 탐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일부터 홀로 사는 사람의 수고까지, 지배자로부터 억압당하는 자까지, 지혜자부터 어리석은 자까지, 의인으로부터 악인까지, 즐거움으로부터 슬픔까지, 출생부터 죽음까지 다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헛되고 바람 잡는 것과 같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로써 그는 헛된 것 중의 헛된 것은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이라는 말을 뒷받침합니다. 이 말이 본래 누구의 말이든, 그는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직접 확인합니다.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하나님인 것처럼(창 3,16-19) 모든 즐거움의 근원도 하나님이지만, 이 즐거움도 헛되고 바람 잡는 것이라는 판단을 피하지 못합니다. 참으로 우울한 관찰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그의 탐구 작업이 끝났다면, 그는 좌절했을 것이고 또 이 책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희망 한점 보이지 않는 이 헛됨의 바다를 어떻게 건널 수 있었을까요? 헛됨의 굴레를 아무리 씌우려고 해도 씌울 수 없는 것을 그는 발견해냅니다. 하나는 선을 행하는 것이고(3,12), 다른 하나는 연대하는 것입니다(4,9-12). 이것이 헛된 삶을 온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삶 위에 드리운 헛됨이라는 짙은 구름에 틈새를 열어주고 빛이 들어오게 하는 것 아닐까요?

그는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지만 3,12의 문맥은 그것을 짐작케 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마음에 ‘올람’(עולם)을 주셔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하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먹고 마시고 또 수고를 좋은 것으로 보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사는 동안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아는 것도 하나님의 은총일 것입니다. 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선을 행하는 것도 연대하는 것도 타인의 존재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땐 아무리 애써도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을 수 없었지만, 하나님을 아는 것으로부터 세상의 다른 모습이 드러나고 타인이 다른 ‘나’가 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써 생을 긍정하는 데까지 이릅니다. 이것이 하나님을 안다는 것의 참된 의미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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