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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한 무리한 압수수색이었다”정대일 연구실장이 말하는 그의 연구와 통일선교
이정훈 | 승인 2022.08.04 14:37
▲ 정대일 연구실장 가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 이유였다. ⓒ이정훈

‘아직도’라는 단어가 금세 떠오를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28일 정대일 연구실장의 가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이다. 이유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는 7조 제1항의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였다는 것과 제5항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하였다는 혐의에 따른 것이다.

법조문이기에 어렵게 보인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흔히 쓰던 말로 하면 ‘북조선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빨갱이’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게 보인다. 진실 찾기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 연구실장이 정말 북조선이 남파한 빨갱이인지 수사당국은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시기가 묘하다. 속된 말로 ‘왜 하필 이때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만한 시기라는 뜻이다. 가장 가까이는 9월15일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공개 변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의구심은 어쩌면 그저 의구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만약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면 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한 정치적 노림수였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시 ‘아직도’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겠다.

이러저러한 의문점을 가지고 정대일 연구실장을 만났다. 그에게 있어 신앙과 신학의 어머니와도 같은, 종로5가 기독교회관 5층에 위치한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도임방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나누었다.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아보였다. 그의 고향 같은 곳이어서 그랬을까.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었다

▲ 오랜만에 만났는데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먼저 압수수색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압수수색을 담당한 기관은 어디이고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지난 7월 28일 오전 10시경 압수수색이 있었다. 제 신체와 자택, 사무실(통일시대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 압수수색 담당 기관은 양천구 신정동에 소재한 서울지방경찰청 안보수사대였다. 안보수사대는 지난 날 보안수사대로 대공관련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지금 국가정보원의 대공업무가 경찰로 이관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앞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국가정보원의 지도하에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결국 ‘국가보안법’이다. 그렇기에 묘한 정치적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었던 대공업무가 이관 중이고 9월 중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변론이 시작된다. 전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압수의 이유는 모두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에 적시된 내용으로, 제1항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였다는 것과, 제5항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하였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보안법 7조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계류된 상태이고, 다음 달 15일부터 공개변론 절차를 밟게 된다. 수구 여론을 환기시켜 헌법재판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 조항인 7조에 대한 헌법불일치 판단을 막아내 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압수수색의 진정한 목적이자 이유라고 추측한다.

▲ 수색과정 중에 불미스러운 부분은 없었는가?

수색과정 전반이 불미스러웠다. 특히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제가 박사공부하며 10년, 박사 학위 취득 후 10년, 도합 20년 간 모아 놓은 모든 연구자료를 압수해갔다. 안방에 있는 서가에서 압수를 하게 되니, 방학 중이라 집에서 늦잠을 자던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인 두 딸들이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이다.

내 연구자료가 궁금하다면 적절한 절차를 밟아서 반출한 후 신속히 복사를 진행하고 원본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북한 연구자가 북한 자료를 소지한 것을 두고 무슨 커다란 일이 벌어진 듯이 미성년 자녀들이 있는 가택을 침입하듯이 들어와서 강도처럼 뒤지는 것은 야만적인 처사라고 본다.

제 자신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부설 한국학대학원 철학박사 출신인데, 북한 연구자들에 대한 선택적 이중잣대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주체사상과 종교를 비교연구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학문적 입장인데, ‘주체사상에는 종교적 의미가 없다’고 단정한 압수수색 영장의 글귀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도대체 영장을 작성한 수사기관이나 영장을 발부하는 사법부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제 학문적 입장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인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학문에서 논쟁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의 장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근대 학문의 시작이 이러한 합의에서 비롯되었다.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순간 중세의 마녀재판이 재현되며, 이성을 배제한 야만이 지배하게 된다.

▲ 정 실장은 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한 무리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정훈

▲ 수색을 담당한 기관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 이 기관에 대한 논란도 많고 소문도 무성하다. 그리고 꽤 많은 경찰병력이 동원되었다고 이야기 들었다. 겨우 한 사람 붙잡자고 그 정도로까지 동원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수사본부 김순호 안보수사국장이 지난 29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찰국’의 국장으로 내정되었다. 제 압수수색 다음 날이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업무를 이관 받고 있는 경찰 조직의 안보수사 책임자를 경찰국장으로 차출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의 외청이다. 국정원과 연결되어 있으며, 본청도 간섭하지 못한다. 사실상 국정원 조직이다. 경찰의 국정원화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안정국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행안부 경찰국장으로 내정된 뒤,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만지작거리던 공안기획사건들을 보여주기식으로 대방출하여 나름대로의 공을 세우고 입성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든다. 국정원과 청와대를 향한 일종의 충성서약인 셈이다. 제 사건 말고도 졸속으로 기소를 준비하고 있는 사건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또 한 번 정권의 시녀가 되어 국민을 때려잡는 몽둥이로 전락하고, 결국에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준엄한 역사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공개 변론과 맞물려 있다

▲ 기자가 보기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헌재의 변론에 가장 큰 작용점으로 보인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시기적으로 어떻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가보안법 7조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이 9월 15일이다. 8월말이나 9월초에 제 사건을 기소하고, 기소와 동시에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으로 국가보안법 존치 여론을 불러일으키려는 게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국장의 구상일 것이다. 여기에 말리면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지형이 조성될 수 있다.

하지만 저는 헌법재판관들의 소양을 신뢰한다. 헌법재판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외력으로 판결에 영향을 끼치려는 저들의 속셈을 간파할 수 있다고 본다. 법리가 아닌 야만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악법 추종자들의 작태는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국가보안법 7조 위헌 판단의 불쏘시개가 되리라 감히 예언한다.

▲ ‘예전 같았으면’이라는 말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압수수색이 될 정도면 여러 언론에서 다룰만하다. 하지만 크게 반응이 없었다. 속된 말로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암묵적인 시류가 있는 것 같다. 어떤가?

아직 국정원에서 보도지침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기소 시점에서 완성된 대본을 신문과 방송에 배포할 것이다. 일단 국정원이 먹잇감을 던지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것이다.

▲ 이제 차분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그간의 활동과 관련해 이야기 부탁드린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출신이다. 부산대 철학과 졸업 후 한신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 진학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설 한국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북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전문위원,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장, 기독교사회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장,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종로시찰 낙산교회 운영위원장,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연구실장,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으로 섬기고 있다.

▲ 교계 에큐메니칼 인사들이나 진보 인사들 중 많은 이들이 국가보안법의 희생자들이었다.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당장 가까이는 기도회나 기자회견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에 대해 교회의 반응은 차갑다.

8월 5일에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도회가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교회 전반을 평균적으로 보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반응이 차갑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제 주변의 목회자들이나, 제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입장은 뜨겁다. 예수 믿는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찬성할 수 없다. 예수님도 로마 제국의 국가보안법으로 십자가 처형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이런 성서적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기복주의 신학의 병폐가 문제라고 본다.

▲ 신학대학원도 졸업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교회의 반응은 어떤까?

제가 섬기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종로시찰 낙산교회는 평신도 교회이다. 장로 집사 권사 같은 직제가 없이 모두가 ‘교우’들이다. 운영위원장은 돌아가면서 맡아야 하는 직책일 따름이다. 제 차례가 되어서 맡고 있다. 동료 교우분들이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계신다. 다들 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겪으신 분들이라 크게 놀라시지는 않고, 다만 공안사건이 작금에도 기획되는 부분에 대해서 언짢아하신다.

▲ 정대일 연구실장과 도임방주 KSCF 총무. ⓒ이정훈

교회와 신학을 밑바탕으로 한 통일선교를 향한 열정이었다

▲ 앞선 활동 소개에서 언급한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연구실장으로써의 활동이나 에큐메니안에 게재했던 ‘주체사상 100문 100답’이 압수수색의 한 이유였다고 들었다. 왜 이런 활동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는가?

제게는 통일선교에 대한 소명이 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통일선교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북을 바로 아는 것이 필수이다. 북을 아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 주체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북에서 주체사상은 국가종교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를 신앙하는 남의 그리스도인들은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북의 동포들을 이해해야 대화가 가능하고, 대화가 가능해야 통일선교의 지평이 열린다.

제 종교적 신념에 의해 집필하고 에큐메니안에 투고한 글들을 빌미로 공안탄압을 획책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 침해에 앞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대한민국이 종교탄압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

▲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통일운동과 남북 간의 교류와 이해는 필요해 보인다. 계속해서 활동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버겁지 않은가? 이러한 활동이 자신의 신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공안탄압이 예상된다고 통일선교를 멈출 수는 없다. 제 신앙의 푯대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를 따르는 길에 십자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 고난을 거부하는 신앙은 거짓 신앙이다. 제 죄목 중 하나가 김일성 주석의 항일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권독기와 독후기를 통일타임즈에 연재한 것이다. 제 개인적으로 이 작업은 에큐메니안에 연재한 ‘북한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의 후속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

에큐메니안과 통일타임즈에 연재한 기고글들은 제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통일선교의 일환으로 집필하고 게재한 글들이다. 학자는 연구결과로 말한다. 연구결과 발표는 학자의 존재양식이다. 이는 또한 제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고백되지 않은 신앙은 신앙이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의 입을 막는다고 주를 부인할 수는 없다. 주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소명이 통일선교인데 제가 이 길을 걷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주체사상과 김일성 주석 회고록 관련 연구와 집필, 투고에 더욱 발분하겠다. 

▲ 향후 대응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제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총회 차원의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제가 가입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와 생선연이 회원으로 있는 기독교사회선교연대에서도 기독교대책위를 꾸리고 대응하고 있다. 법적 대응은 민변에서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할 예정이다.

아직 기독교차원의 대응만 논의 중이지만,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여러 이웃종교 종단들, 학문의 자유 침해라는 점에서 여러 학술단체들과의 연대와 연합에 의거한 통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문제는 제 문제가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 마지막으로 교회와 에큐메니안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한국교회가 망해도 다 망하지는 않았고, 썩어도 다 썩지는 않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희망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한다. 지금이 그 자리다. 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분단된 이 땅을 통일로 회복하시려는 그 분의 마음을 증거할 때이다. 분단의 대명사이며 분단의 수단인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하고, 주님이 원하시는 통일선교를 수행하는 데 온 마음과 뜻을 다하기를 바라고 당부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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