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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민중신학의 방향성을 가늠했다심원 안병무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 통해 다양한 신학과의 만남과 발전 모색한 자리
류순권 | 승인 2022.10.18 15:16
▲ 심원 안병무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는 8개 분과에 걸쳐 25개의 논문이 발표되며 민중신학의 신학적 해석학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류순권

흔히들 ‘바하’를 ‘음악의 아버지’,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 부른다. 같은 독일 출신이지만 독일과 영국이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양 음악을 체계화시킨 두 음악가에 대한 찬사이다. 한국신학계에는 이런 인물들이 있을까.

서구 기독교의 전례로 시작된 한국교회와 신학에서 ‘고유한 한국적 신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중신학에서 이와 유사한 인물들이 있었다. 이 민중신학을 태동시키고 체계화시킨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다한 학자들은 누구나 주저없이 ‘서남동’과 ‘안병무’를 꼽는다. 당시 한국신학대학의 교수라는 동일한 출신으로 연세대와 한국신학대학이라는 자리에서 민중신학이라는 자생적 신학을 꽃 피웠다.

그 중 민중신학의 어머니, ‘심원 안병무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학술대회가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17일(월) 개최되었다. “한국 민중신학의 새로운 목소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심원 안병무 기념사업회, 한국민중신학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향린교회가 공동 주최하고 25개 단체가 공동 주관했다.

민중신학, 다양한 오늘의 신학과 만났다

이날 행사는 개회식으로 ‘안병무의 삶과 신학’이란 주제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가 “역사의 예수를 찾아서: 안병무의 삶과 사상”을,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가 “안병무의 민중신학, 민중사건의 증언과 공(公)의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강연을 펼쳤다.

김희헌 목사는 안병무의 삶과 사상의 전개 과정을 네 단계 즉, 〈실존 → 현존 → 사건 → 살림〉으로 구분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역사의 예수’를 어떻게 찾아갔는지를 추적했다. 그는 ‘역사의 예수’를 서구 신학의 이분법적 대칭인 ‘신앙의 그리스도’의 안티 테제라기보다는 안병무가 붙든 필생의 화두인 ‘역사를 속으로 되살아오는 예수’를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민중신학은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신학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영원히 앞서가는 신의 현존, ‘오늘의 예수’를 증언하는 신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 현실에서 출발하는 신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미래에 참여하려는 믿음의 모험이 오늘의 민중 사건을 통해 화산맥처럼 나타날 때, 안병무가 찾은 ‘역사의 예수’도 우리 시대에 그 얼굴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형묵 목사는 “세계 신학계에서 한국의 고유한 신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민중신학은 한국 현대사에서 자생적인 이론 가운데 하나로서도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민중신학은 민중 사건을 증언하고자 하는 데서 형성되었다”고 했다.

“안병무는 숱한 역사적 사건 안에서 민중이 자기 초월을 하는 것을 본다고 역설했다.”며 “하나의 범례로서 전태일 사건의 경우, ‘자기 고통의 문제를 자기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고 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승화시킨 데서 민중적 메시아 상이 드러난다’고 보았다.”고 했다. “전태일 사건 안에 민중의 메시아적 역능이 현존한다는 뜻”이라고 회상했다. 

또한 “안병무의 신학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자리하고 있던 ‘공(公)’개념은 1980년대 민중 운동의 현실에서 불꽃처럼 피어났으며, 안병무의 민중신학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 중심 개념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며 “안병무에게 공은 하느님 나라의 실제를 역사화하는 의의를 지니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 현실에서 안병무 민중신학의 ‘공’의 신학은 “공적인 것의 소멸 현상이 심화되는 오늘의 현실을 넘어설 뿐 아니라, 공을 사유화하는 것을 기반으로하는 자본주의적 체제와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을 넘어설 실천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회 강연을 마치고 현장 참여자들은 오전에 3개 분과 오후에 5개 분과로 나누어 모임을 진행했다. ▲ 제1분과 ‘과학신학 생태신학’, ▲ 제2분과 ‘평화와 신학’, ▲ 제3분과 ‘민중신학의 재조명’, ▲ 제4분과 ‘여성신학’, ▲ 제5분과 ‘노동/경제 해방신학’, ▲ 제6분과 ‘안병무 민중신학의 대화’, ▲ 제7분과 ‘기독교 사회운동’, ▲ 제8분과 ‘소수자신학 퀴어신학’ 등이었다.

▲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심원 안병무 탄생 100주년 기념학술대회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21세기 민중신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류순권

21세기 민중신학의 형성을 위해

폐회 강연자로 나선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는 “‘영과 진리 안에서: 21세기 대승적 민중신학의 길’이란 주제의 강의를 폐회 예배를 설교 제목으로 삼아 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는 오늘 말씀 제목을 21세기 민중신학의 지형점을 “생기와 진실 안에서,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민중신학”을 지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명예교수는 “민중신학은 형성 과정 중의 ‘살아있는 신학담론’이지만 민중의 ‘삶의 자리’는 크게 변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상황변화 핵심변수’를 4가지”로 제시했다. ▲ 정치경제 이념 논쟁의 상대화와 민중의 깨어남, ▲ 기술 공학 문명발전으로 대중적 정보화 실현, ▲ 생태계 파괴, 기후붕괴, 바이러스펜데믹으로 문명 종말의 위기 상황, ▲ 기존의 종교 권위 상실, 신휴머니즘(neo-humanism) 대두, ‘종교에서 영성’에로 관심 이동 등으로 제시했다.

이에 21세기 대승적 민중신학이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로 “한국 민중 전통과 합류하며 ,특히 씨알사상과 깊은 지평 융합을 이루는 일”이라며 “21세기 민중신학은 유교 전통이 갖고있는 ‘인성론’과 불교 전통이 지닌 ‘연기론적 만물 동체의 보디사트바론’과 깊은 대화를 통해 인간 이해의 지평을 더 확대 심화시켜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21세기 민중신학은 오해가 많은 ‘자력적 민중구원론’의 본 뜻을 바로잡고, 생명이란 그 자체가 고난의 존재, 대속적 존재, 연대적-유기적 ‘한 몸’인 것을 더욱 밝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의 민중신학은 전통적 속죄론 신학을 중세기 알셀름(Anselm)의 속죄이론 해석의 틀을 넘어서서, 〈생명의 연대성, 대속성, 공동책임성, 자기희생적 사랑의 치유능력〉 등 새로운 시각에서 정립하고 정통교회와 화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기독교 자기 정체성의 핵심인 ‘부활 이해’에서, 부활은 인간의 ‘실천이성’이나 ‘역사이성’의 범주와 인식론적 영역을 넘어선 하나님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성경은 증언한다(행3:34)는 것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활사건이 역사 안에서 일어났지만 ‘역사이성’이 접근하지 못하는 초역사적 사건 곧 창조주 하나님이 일으키신 ‘창조적 비의’(創造的 秘義)로서의 신앙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명예교수는 “현대사회의 변화 속도에 미루어 볼 때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며 “앞으로 30년 곧 2050년 이내에, 인류문명과 동아시아 및 한반도의 운명이 공멸인가 공생인가 결판날 조짐이라며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자살적인 전쟁 위기, 생태환경 위기, 시민 군중속에 가리워져 있는 소수자 혐오와 배제 위기를 민중신학은 붙들고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1세기 민중신학이 싸워야 할 최대의 적은 유사종교(類似宗敎, quasi-religion) 수준으로 몸집을 불리고 막강한 권위를 지닌 2종류 현대판 우상 곧 국가주의 폭력성과 신자본주의 텐트로 몸을 위장한 금융자본가들의 무자비한 양육 강식의 탐욕성”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김 명예교수는 “민중신학 선구자들의 정직했고 정의롭고 용감했고 탁월했던 유산은 계승하여 이어가되, ‘오늘날 삶의 자리’가 변화된 것을 직시하고 우리들의 생각의 지평을 보다 넓고 깊게하며,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서로 격려해가며 나아가야 한다”며 성경(딤후1:7-8)의 말씀으로 마무리 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 오직 하나님의 능력안에서 복음과 함께 고난받는 것을 두려워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날 행사는 개회강연과 폐회강연 그리고 8개 분과를 통해 25개 논문이 발표되었으며 각 강의실마다 많은 관심을 보여 모처럼 마련된 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으며 내년 국제학술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류순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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