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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한번 나눠 먹어요”‘을지OB베어 이주선포식’ 가지고 새로운 투쟁 이어갈 것 다짐
류순권 | 승인 2022.12.02 15:49
▲ 지난 4월 사설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으로 쫓겨난 을지OB베어를 지지해 왔던 연대인들 200여명이 모여 이주선포식을 진행하고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을 다짐했다. ⓒ류순권

“이곳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달라고 40년 넘도록 이 골목을 만든 100년 가게를 지켜달라고 매달렸습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무시와 조롱에 움츠러들어도 이곳에 모인 모두가 나의 일처럼 심각성을 느끼고 연대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상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한파로 살을 에는듯한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던 11월30일(수) 오후 8시 충무로9길 12 골목길에 2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을지OB베어 이주선포식’에서 이민희 목사(에라스무스)의 일갈이었다.

지난 4월21일 새벽 3시경 사설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으로 42년간 장사해 오던 자리에서 강제로 쫓겨난 을지OB베어를 지지하며 연대 투쟁을 이어온 이유를 이 목사는 이같이 밝힌 것이다.

이날 이주선포식은 지난 7개월 간의 골목 투쟁을 마감하고 새로운 골목의 첫 가게를 시작하기 위한 이주 결정을 공식화 하는 자리였으며 현장예배와 골목행진, 골목선언문 낭독, 을지OB베어와 함께 하는 음악회(황푸하, 단편선) 등의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함께 짐을 지는 사람들”

먼저 현장 증언에 나선 최수영 사장(을지OB베어)은 “을지OB베어가 1980년도에 을지로 인쇄 골목에서 처음 시작하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만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하며 “그러나 이 골목이 망가지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2018년 가게에 명도 소송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향린교회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서 2021년 공대위가 결성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연대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최 사장은 “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없는 상인들만 있는 골목에서 시작했듯이 저희는 이 골목에서 오늘의 행사를 마지막으로 이 골목에서 떠난다”며 “을지OB베어가 어디에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연대해 주신 분들은 을지OB베어에 꼭 한번 들러주십시오. 진짜 맛있는 맥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의 말을 남겼다.

연대의 발언에 나선 ‘소라’(연대하는 채식인 모임)는 “비가 오든 날씨가 어떻든 여기서 음식을 나눠 먹었었다”며 “오늘도 을지OB베어라 쓴 초코 케이크을 구워왔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솔직히 몰랐다.”며 “어떻게든 한번 나눠 먹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소라는 어릴적 해방촌에서 자란 경험과 해방촌에 모여 살던 친구들이 뿔뿔히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상기하며 “연대하는 채식인 모임을 포함해 을지OB베어와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어디선가 한 번씩 쫓겨나 본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한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밤낮 이 골목에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낸 것들이 떠올라 어려운 마음도 있었을 텐데 그게 누구든 쫓겨났던 기억들을 생각하면서 을지OB베어와 앞으로도 연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민희 목사는 마태복음 11장 28-30절을 본문으로 “함께 짐을 지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혼자만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도의를 저버린 만선호프 때문에 을지로에 새겨진 역사와 소시민의 문화, 상생하며 일군 공동체가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며 “그 욕심 많은 만선호프는 기어이 40년이 넘는 을지OB베어 마저 잡아먹었다”고 한탄했다.

“만선 특혜 골목에 붙은 저 힙지로라는 간판은 이 세상이 얼마나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타인의 삶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냉소적인지 이런 이상한 세상에 물들어 사느라 같이 도시를 공유하는 이웃에게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이 목사는 지적했다.

이 목사는 “우리의 연대는 무거운 짐을 함께 지는 일”이며 “멍에를 나눠지는 일”이고 “이제 우리는 이 연대의 자리를 넓히려고 하고 탐욕과 독식을 멈추라고 골목을 골목답게 지키자고 간절히 요구해 온 진짜 이 골목에 산 증인들의 소리를 더 확장해 가려고 한다”며 을지OB베어가 이곳을 떠나는 이유를 설교했다.

▲ 이주선포식 참석자들은 이주선언문 발표하고 골목행진을 진행하며 만선호포의 만행을 고발했다. ⓒ류순권

“우리가 골목이다”

예배를 마치고 참석한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골목행진을 진행했다. 만선 가계로 바뀐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참석자들은 “만선호프는 사죄하라”, “우리가 골목이다”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을 마친 참석자들은 골목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골목의 첫 가게이자 마지막 가게, 새로운 골목의 첫 가게가 될 을지OB베어와 연대인 일동은 “지난 4월 21일 새벽 3시, 용역 깡패 70여명에 의해 을지OB베어의 사람과 집기가 모두 들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날을 기억한다.”며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같이 이 골목에 모여 잃어버려선 안 될 가게와 골목 문화를 지키기 위해 건물주 만선호프와의 ‘상생’을 외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만선호프와의 상생을 외치지 않겠다.”며 “독점의 폐해로 얼룩진 골목 속, 을지OB베어가 추구하고 만들어온 골목 문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으며 수많은 대화 요구와 몇 번의 면담에서도 대화를 향한 노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제 우리는 독점과 폭력으로 얼룩진 골목의 문을 닫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새로운 골목을 선언한다!”며 “우리는 이미 이 골목에서 각계각층의 연대로 이루어진 연대의 문화를 일궈냈으며,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독점으로 쇠락하는 동안 새로운 상생의 골목을 일구기 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골목에서 오랜 간판을 다시 올려 이 모든 다짐과 약속이 결국 행정도 아니고, 자본도 아닌 낡은 골목과 작은 가게를 사랑한 모든 시민의 손으로 이루어졌노라 얘기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싸워달라.”며 “우리는 을지OB베어와 모든 잃어버린 가게의 이름으로 반드시 상생의 가치를 쟁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골목선언 후에 참석자들은 황푸하, 단편선의 노래 공연이 보며 마지막 노가리 골목에서의 맥주를 마시며 그동안의 을지OB베어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골목의 마지막을 지겼다.

이후 을지OB베어는 중구청 앞에서 피켓 시위와 문화제, 예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순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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