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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설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할 수 없다”한국-EU 장애계 공동성명 발표하고 “탈시설 원칙 왜곡 멈출 것” 촉구
정리연 | 승인 2023.03.22 22:16
▲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인권침해 사태는 인권적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로는 해결될 수 없다. ⓒ연합뉴스

한국과 유럽 시민사회 단체들과 국제 인권 단체들은 22일(수) 유럽의 시설 운영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반탈시설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원칙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유럽 장애계는 최근 한국에서 유럽 장애인 거주시설들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한다거나 좋은 사례인 것처럼 왜곡하는 실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시설이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보호주의적 시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탈시설-자립생활은 일부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 기준이라고 못을 박았다. 특히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전 세계 186개 국가가 비준했으며 정치적, 문화적 맥락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적용된다.”며 “장애 차별을 철폐하고 완전한 평등은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도래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주목할 것은 최근 한국에서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요구가 점점 강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Backlash)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일각에서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이라고 왜곡하여 주장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이를 보충하는 일반논평 및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 자립생활은 “모든 종류의 거주시설 바깥에서의 생활을 의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규모, 목적, 특성, 입소나 구금 기간과 관계없이 시설은 협약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 될 수 없음이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는 사실”을 밝히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일환으로서의 시설 운영’은 어불성설이며, 그 자체로 심각한 왜곡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설이 제아무리 ‘선진화’되어도 장애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되지 않는 공간, 다른 이들에 의해 짜여진 ‘프로그램’ 속에 장애인을 가둬두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구금이자 그 자체로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이는 일부 장애인 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며,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고 사회에 완전히 참여할 모든 사람의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활발히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유럽 장애계는 한국의 최근 동향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네스 불릭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시혜적 시각에 기반해 운영되는 유럽의 시설들이 ‘자립생활 모델’로 다른 국가에 소개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당사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싶다면, 지역사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지, 시설을 ‘개선’하는 데 투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역시 “탈시설-지역사회 자립생활이 국제적 인권 원칙임에도, 여전히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왜곡하는 주장이 거듭되어 안타깝다”며 “이러한 왜곡들을 바로잡기 위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일반논평 5호에 이어 지난해에는 탈시설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부는 탈시설 원칙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에 끌려다니지 않고 국제 규범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계획과 예산을 빠르게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시설 수용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이들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며, 선택권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지 않아 온 부끄러운 역사의 잔재임을 확실히 하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사회, 장애인의 속도를 열등한 것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떠나 평등한 미래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국장애포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등 한국의 장애, 인권단체들을 비롯하여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오스트리아자립생활연대, 발리더티재단 등 유럽 내 장애인 단체와 세계자립생활센터네트워크, 국제장애인권연대 등 국제 장애 단체들이 동참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전 세계 186개 국가가 비준했으며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적용된다.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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