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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의 함성은 세계 현대 민주주의의 씨앗”권점용 광주NCC 회장, 한국교회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신학화 작업 필요성 강조
임석규 | 승인 2023.05.19 00:14
▲ 광주NCC 회장으로, 5.18민주화운동의 한 복판에서 죽음을 넘어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권점용 목사는 5.18은 한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만으로 한정짓는 것을 거부했다. ⓒ임석규
“많은 사람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 지역의 운동’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저는 이런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 민주주의를 염원한 광주 시민들의 함성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동아시아, 전 세계의 민주주의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개신교계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복원하고 ‘오월 정신’을 신학적으로 재해석하는데 본격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7일 광주백운교회에서 만난 권점용 광주NCC 회장(한국기독교장로회 광주노회)이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였다. 에큐메니안이 권 회장을 만나기 위해 광주백운교회를 방문했을 당시 권 회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맞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예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광주지역 교회·단체들이 해마다 5월 18일이 되면 군부독재 타도·민주주의 쟁취를 외쳤던 그날의 역사를 되새기며 피로 아로새겨진 ‘오월 정신’을 후세들에게 지속해서 계승할 것을 결의하는 예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현재 광주NCC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광주노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 회장이 시무하고 있는 광주백운교회는 ‘서서평(Elisabeth Johanna Shepping)’ 선교사에 의해 1921년에 창립됐다.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의 광주 땅에 정착한 서서평 선교사는 의료·교육·구제·전도 사역에 헌신적이었다.

백운교회는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러 왔도다(마가복음 10장 45절)’라는 서서평 선교사의 정신을 이어 소외된 이웃들을 섬기는데 힘써왔다. 백운교회의 선교활동 중에는 군사독재정권의 모진 탄압을 받았던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념·계승 사업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특히 광주NCC와 전남NCC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예배는 기장 광주노회, 대한기독교감리회 광주지방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호광지방회, 대한성공회 광주교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남·광주·광주동노회인권위원회, 광주YMCA, 광주YWCA, 광주CBS 등 광주지역 교계 단위들이 함께하기에 권 회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렇지만 인터뷰에 임한 권 회장은 연합예배를 통해 광주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교회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의(眞意)를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두환의 군홧발에 사랑하는 후배를 잃었다

하지만 그 책임감을 덤덤하게 밝혔던 권 회장이 증언한 오월의 장면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전두환의 하나회(신군부)가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자 광주지역 대학생·시민들이 1980년 5월 14일부터 민족민주대성회로 모여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를 부르짖었다. 이에 신군부는 광주지역 계엄령을 강화하고 공수부대를 동원해 총칼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군인들에 의해 죽고 다친 이웃들을 본 시민들은 시민군을 결성하고 구(舊) 전라남도 도청을 점거해 결사항전(決死抗戰)에 나섰다. 광주지역의 집사·권사 등 신도들과 목회자들도 함께 모여 계엄군의 철수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통렬(痛烈)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공수부대를 포함한 진압군의 무력 진압으로 인해 총 166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기록하며 27일에 막을 내렸다. 유혈진압으로 사망한 사람들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그날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76명에 실종자 76명, 부상자 3,139명, 구속·고문 피해자 1,589명. 전두환의 신군부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희생당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던 권 회장은 이때 아끼던 후배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새 조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교정(校庭)에서 시간을 보냈던 지인(知人)을 잃은 충격은 지금도 여전했기에 권 회장은 후배의 죽음을 증언하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비통함은 권 회장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군인들의 무자비한 진압에 목숨을 잃었던 유가족들의 통곡은 망월공원묘지(현 광주광역시 북구 수곡동 소재)에 울려 퍼졌으며, 어제까지 신앙생활을 함께하던 교우(敎友)를 잃은 신도들은 동지를 잃었다는 허탈감과 동시에 신군부에 의해 폭도로 규정당했다는 울분에 치를 떨어야 했다. 십자가에 달렸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광주를, 대한민국을, 민주주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흐느끼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권 회장은 갈수록 우경화 되어가고 있는 교계와 사회의 흐름 속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지켜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석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보존하고 신학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전후로 신군부의 은폐와 압박으로 교계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기기 어려웠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무시됐기에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었고, 정부가 언제든지 자료를 뺏고 저작자·소유자들을 탄압했기 때문이었다. 빈약한 기록·자료와 더불어 긴 세월이 흘러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어 후세들이 점점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권 회장은 광주NCC와 광주지역 교회들을 중심으로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생존자·유가족·관계자들의 증언들을 구술(口述)하고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당시 자료들을 수집·정리하는 역사복원 작업에 매진했다.

또한 권 회장은 기념예배와 역사복원 사업과 더불어 국내 교단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신학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회장이 속한 기장 총회는 지난 104~107회기 동안 광주민주화운동과 신앙의 연관관계를 정립한 ‘5·18 신학’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지속적인 조사·발굴 및 강연회·심포지엄 진행 등을 결의했다. 권 회장은 광주민주화운동 때 민중이 겪었던 고난을 성서를 통해 재해석하여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오월 정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5·18 신학’의 역할이라 설명했다.

인터뷰 끝자락에서 권 회장은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에 뿌려진 시민·교인들의 붉은 피가 땅 위에 스며든 지 43년이란 세월은 흘렀지만, 사회·교계의 우경화가 심해질수록 그날의 생생한 기억들이 또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탄식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 때부터 헌정질서와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민주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전광훈 등 보수-극우 교계 인사 및 신자들이 여전히 온라인과 집회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개신교계의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이어 하나님께서 오늘날 신도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 역사를 통해 복음을 믿는 자들이 품어야 할 진정한 이웃이 누구인지 질문하고 계신다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의 곁에 함께 서서 보수-극우세력으로부터 역사의 정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 기념예배가 NCC 관련 교단·단체들의 행사로써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향후 보수성향의 교계 단위들도 함께 연합예배에 모여 광주의 ‘오월 정신’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석규  rase21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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