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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 일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이다. ⓒGetty Images |
오늘 스가랴 본문 14절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흩으신 까닭에 그 땅이 황폐해져 오가는 이가 없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이를 가리켜 그들이 아름다운 그 땅을 거친 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상황은 이와 달리 하나님의 심판을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기후변화에 의한 수해는 우리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라는 생각을 더더욱 떨칠 수 없습니다.
해가 지난후 일어날 일들을 보고 지난 해의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이 땅을 우리가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심판의 말을 듣지 않도록 우리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며 본문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오늘의 스가랴 본문에서 “내가 불러도 그들이 듣지 않은 것처럼 그들이 불러도 내가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만군의 야훼가 말씀하셨다”는 말이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참 속이 좁아 보이는 말입니다. 심지어 거슬리기까지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우리가 의지하는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끝까지 인내하시고 무한히 사랑하시고 변함없이 온유하신 분이시고 또 그런 분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아들도 아끼지 않고 주신 이니까 더욱 더 그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이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나님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그런 것일까요? 바로 앞의 9-10절에 따르면 하나님은 그들에게 진리를 따라 재판하고 서로 사랑과 자비를 베풀고 과부와 고아, 이주민과 가난한 자를 억압하지 말고 서로 악한 일을 마음에 품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적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들으려 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 내용이 부당해서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말의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일까요? 그래서 해볼려고는 했는데 아무리 해도 힘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그러나 그듵이 듣지 않았다는 것은 그런 것도 아님을 짐작케 합니다. 그들은 귀기울이지 않고 완강하게 등을 돌리고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고 예언자는 말합니다. 이런 모습은 쉽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을 차돌같이 단단히 먹고 하나님이 예언자들을 통해 주신 말씀과 법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들의 이같은 모습이. 그것은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하나님 거부입니다. 하나님과 단교를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단절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요? 하나님의 선택과 해방에 기초한 길고 긴 계약의 역사가 이스라엘의 완강한 거부로 막판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위에 언급된 하나님의 요구가 지나쳤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는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평범한 아주 평범한 일상을 원하시는구나 하고 놀랄 것만 같습니다.
평범함이란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삶입니다. 하나님의 요구를 보면, 그것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본문을 참조해서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을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자라고 그 마음에 따라 행동한다면 과부, 고아, 가난한 사람, 이주민 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약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할 수는 있습니다. 적어도 그들을 왕따시키고 밀어내고 무시하고 혐오하는 일들은 없을 수 있습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그들의 자립을 돕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그들의 인간됨 곧 하나님의 형상이 손상당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대의 많은 국가들이 추구하는 헌법상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회들이 그 목표를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도 하나님의 요구를 온 몸으로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분노하셨습니다.
하나님께 그렇게 하는 것은 부당하니 그리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그들을 심판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그들에게 주신 땅에서 그들을 흩으셨습니다. 레위기의 말을 빌면, 이스라엘이 그 땅을 더럽히면 그 땅에서 먼저 살던 자들처럼 쫓겨날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만 셈입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너무 하셨다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의에 분노하지 않는 하나님은 하나님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보다 더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이같은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나님이 끊임없이 애쓰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계속 보내 그들을 부르셨습니다. 그들에 대한 사랑을 거두신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셨지만 예언자들에게만 맡겨두신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영으로 그리 하셨습니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그 자리에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셨습니다.
예언자들의 입을 빌어 하나님의 영이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이사야의 말을 따라 하나님의 영이 그들 위에 계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 61,1). 예수께서도 이 말씀으로 자기를 소개하신 적이 있고(눅 4,16-21), 불쌍한 마음으로 일하셨습니다.
주의 영이 그 위에 머문 사람들,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요구하셨던 일들을 수행했습니다. 불쌍하고 온유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스라엘을 부르고 또 부르며 외쳤습니다. 하나님의 요구가 실현된 따뜻한 인간적인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리켜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계시는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또 그의 성전을 더럽히지 말라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바울은 이 말을 음행과 연관시커 말하기도 합니다(고전 6,15-19).
그러나 그 말의 함의가 거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거룩하라고 말합니다. 거룩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또 레위기 19장이 보여주는 대로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의 말씀과 그의 능력으로 하셨던 일들도 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던 이스라엘과 닮았다는 것입니다.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사회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시대 이 사회를 향해 돌이키라고 외치는 사람들, 주의 영이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이 꼭 있어야 하는 때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거룩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고 늘어나야 하는 때입니다.
그래야 검찰독재정권 같은 것이 들어서지 않을 수 있고, 남의 나라 전쟁 불상사를 돈벌이 기회로 여기는 천박함과 추악함을 멈추게 할 수 있고, 핵오염수 방류로 세상을 죽이는 일도 그치게 할 수 있고, 기후변화로 세상이 파괴되는 일도 모면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곧 주의 영이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이며 하나님의 성전으로 평범한 일상을 사는 거룩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사람들 되어 이 시대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빕니다. 작게 보일지라도 위축되지 않고 힘들더라도 주저않지 않게 하나님께서 그의 영으로 함께 하시며 희망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하시고 독수리 같이 치고 올라가는 새힘 더해주시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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