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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터전성령, 새로운 세상의 희망(요엘서 2,28-32; 사도행전 2,33-36)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08.03 14:28
▲ 성령, 하나님의 영은 심판이자 구원이다. ⓒGetty Images

요엘서에서 이스라엘은 가혹하고 철저한 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조상들은 겪어 보지 못했던 그런 심판입니다. 이미 야훼의 심판으로서 외세에 짓밟혀 지배를 당하고 있었고 그에 더해 끔직한 자연재해까지 닥쳐서 이스라엘은 심한 고난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외세의 군대에 비할 수 없이 두려운 야훼의 군대의 침략이 예고됩니다. 야훼의 군대 앞에서는 땅과 하늘이 진동하고 해와 달과 별들도 빛을 잃고 그것이 지나간 곳은 마치 창조 이전으로 돌아간 듯이 황량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심판의 이유를 요엘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다른 예언서들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랑과 정의와 진실이 땅에 떨어지고 불의와 억압과 폭력과 거짓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호세아는 자연재해를 그렇게 인간 행위의 결과이자 그 배후에 야훼께서 계신 심판으로 보며 회개를 촉구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현재의 우리도 권력과 제도가 불의하게 사용될 때나 반생태적인 생활방식이 초래하는 결과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야훼의 뜻을 저버린 이스라엘 때문에 전통적으로 구원과 해방의 날로 기대되던 주의 날을 야훼께서는 심판과 재앙의 날로 바꾸십니다. 그러나 이 심판 속에서도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이 돌아올 길을 열어 두십니다. 이스라엘은 야훼를 번번이 저버렸지만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을 끝내 저버리지 못하십니다. 이스라엘에게 회개와 삶의 변화를 촉구하며 그것이 자연의 회복과 구원을 가져올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겉치레 회개로 옷을 찢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불의로 가득 찬 마음을 찢어 버리라고 호소하십니다.

이러한 야훼의 호소에 이스라엘은 응답했을지요?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응답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야훼의 영이 모든 사람에게 부어질 것이라는 놀라운 약속 바로 뒤에 이전과는 다른 우주적 차원이라 할 수 있는 땅과 하늘의 두려운 현상이 예고되고 그렇게 심판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훼의 영을 부어 주신다는 것은, 끝내 이스라엘의 무응답에 직면한 야훼의 다음 행동이었을지요? 인간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는 우주적 사건 속에서도, 또한 그것이 인간의 책임일지라도 여전히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고 살길을 마련해 주시려는 자비로운 야훼의 행동이 야훼의 영이었을지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한계 너머의 상황에서도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해방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기반이 무너져 가는 때에도, 꿈도 미래도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시고 우리가 직면한 절망적 현실 너머를 보게 하시며 미래를 말할 수 있게 하십니다. 그러한 때에도 우리의 꿈과 미래와 우리가 말할 것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정의와 사랑과 진실과 평화가 충만한 사람 사는 세상, 어떤 존재도 억눌리고 수탈당하지 않고 생명을 맘껏 꽃피우는 세상입니다.

야훼의 영은 우리가 다시 그 꿈을 꾸게 하고 그 미래를 준비하게 할 것입니다. 야훼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이를 전제하고 구원은 그 결과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며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이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를 배반했던 베드로는 오순절 사건 이후 크게 바뀐 모습을 보여 줍니다. 베드로는 군중을 향해 그들이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가 바로 오랫동안 그들이 기다려 온 메시아라고 두려움 없이 증언하며 오늘 요엘서 본문을 인용합니다. 하나님께서 살리시고 그 오른편에 앉히신 예수가 아버지께 받은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 주셨다고 선포합니다.

예언자 요엘이 말한 대로 새로운 세상의 토대이고 희망인 야훼의 영이 모든 사람에게 부어집니다. 불평등과 억압과 착취가 지배원리인 세상의 질서에 균열을 내고 그 너머를 보고 새로운 세상을 거기서 시작하게 하시는 영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하나님의 뜻을 알지만 권력의 폭력과 불의 앞에서 체념하고 그것을 한갓 공상으로 치부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찢어 버리고 새로운 마음, 새로운 심장을 심어 주시는 영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우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해방을 길을 여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마음에 응하는 우리의 마음과 삶이 되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영이 주시는 새 마음으로 하나님의 정의와 생명과 평화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아무리 세상이 캄캄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빛을 보고 그 빛 가운데 사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그런 우리의 하루하루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을 돌이켜 다시 생명의 터전이 되게 하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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