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탄을 싣는 배」 (1881, 판넬에 유채, 37×55.5m) ⓒ드렌츠박물관, 아센

전에는 우리도 토탄을 캐어 겨울나기를 하였다. 토탄은 땅속에 묻힌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탄화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석탄을 말한다. 발열량이 적어 연료로서 가치가 없어 비료로 쓰기도 하였다.

토탄은 물기가 많아 진흙 같았다. 그것을 연료로 쓰려면 캐내어 말렸다. 아궁이에 넣고 불을 붙이면 연기만 많이 났다. 궁하던 시절에 돈 안 들이고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연료였다. 가난한 자의 아랫목을 그나마 덥혀 주는 고마운 땔감이었다.

저지대인 네덜란드에도 퇴적층에 토탄이 있었다. 부부가 토탄을 캐어 배에 싣고 있는 장면을 고흐가 그렸다. 토탄을 캐서 외발 수레에 가득 싣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남자의 어깨가 꾸부정하다. 그것을 배에 가지런히 정돈하는 아내는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있다.

황금기를 지난 네덜란드지만 가난한 사람의 삶은 늘 곤고하다. 하지만 가난을 게으름의 결과로 가르치는 부자들로서는 알 수 없는 삶의 깊이가 있다.

성실한 사람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는 세상,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이다.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담담함을 그린 고흐가 시대를 위로한다. 아내의 옷이 화사하다.

최광열 목사(인천하늘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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