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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새로운 창조(창세기 2,4-7; 요한복음서 20,19-23)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08.24 00:47
▲ Duccio Di Buoninsegna, 「Appearance on the Mountain in Galilee」 (1308-11) ⓒWikimediaCommons

부활하신 날 저녁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찾아오십니다. 예수의 부활 소식을 이미 전해 들은 제자들이지만 그 소식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들은 혼란과 두려움에 떨며 모든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습니다. 자기들의 스승처럼 붙잡혀 죽게 될까 불안해하고 불투명해진 미래 앞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예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예수의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들은 예수를 떠나지 않고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께서 닫힌 문을 지나 들어오셔서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닌 제자들을 두려움과 절망과 혼란 속에서 이끌어내는 예수의 평화입니다. 여전히 예수의 죽음의 어둠 가운데 있는 그들을 부활의 빛 속으로 부르는 평화입니다. 그 평화가 제자들의 두려움을 기쁨으로 바꾸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그들로 하여금 닫힌 문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합니다. 그 평화가 그들의 경험과 이해 밖에 있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예수의 부활을 살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다시 세상으로 보내시면서 약속하셨던 성령을 주십니다. 자신이 아버지께 복종하시고 자신에게 임한 성령의 능력으로 행하셨듯이, 예수께서는 이제 제자들에게 그 성령을 주어 자신의 일을 계속하게 하십니다. 예수께서 숨을 내쉬며 성령을 주시는 모습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는 창조 기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사람이 산 존재가 되게 하십니다.

이 생명의 숨 없이, 또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두신 이 영 없이 사람은 사람일 수 없습니다. 이 영으로 인해 사람은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하나님께서 뜻하신 바를 이행해 갑니다. 땅을 갈고 땅이 생명을 꽃피우도록 돕는 존재로서 창조된 목적을 실현해 갑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듯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새롭게 창조하십니다.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산 존재, 새로운 피조물을 갈구하는 세상을 위해 성령을 주십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제자들은 과거 그들이 그랬듯이 죽음과 어둠 속에 있는 세상에 부활의 소식을 전하고 세상을 그로부터 해방시킬 것입니다. 어둠과 무질서와 무의미로만 가득해 보이던 곳에 생명의 질서를 펼쳐 내고 생명을 꽃피우게 하신 하나님의 영이 이제 그들 속에서 활동하시며 그들로 하여금 새 창조의 일을 계속하도록 하실 것입니다.

제자들을 다시 세상으로 보내시며 예수께서 주신 명령은 죄의 용서입니다. 그러나 이 죄의 용서는 예수께서 그리하셨듯이 권력과 체제가 덧씌운 죄의 굴레를 벗기고, 그 악을 이기고 심판하며 악의 결과인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향해 가며 하신 일입니다. 새로운 피조물로서 제자들은 이 예수의 일을 이어 가며 사람과 세상이 잃었던 생명과 평화의 기쁨을 회복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의 세상에는 악이 갖가지 모양으로 여전히 힘을 떨치고 있고, 그 세력 아래 많은 이들의 고난과 고통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이 예수의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때로 자신의 작고 연약함을 탓하는 우리이지만, 성서는 우리가 그 부르심을 위해 성령을 받았고 그보다 충분한 준비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던 성령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며 자신의 뜻을 실현해 가십니다. 그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우리는 억압과 불평등, 차별과 배제와 혐오를 낳는 권력과 체제를 무너뜨리며 예수의 일을 확장해 가고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취할 것입니다.

예수의 평화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죽음으로도 빼앗지 못한 평화입니다. 세상은 줄 수 없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보여주는 평화입니다. 성령의 능력 안에서 그 평화의 미래를 여기서 살며 우리는 현재에 끝내 좌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음하는 자연과 사람들이 예수의 평화를 누리게 되기를 빕니다. 새로운 피조물 된 우리가 그 평화의 사도가 되기를 빕니다.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예수의 평화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새로운 사회의 굳건한 기초가 되기를 빕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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