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4일 오후 1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류되기 시작했다. ⓒKBS뉴스 화면갈무리

우리 역사에서 1910년 8월 29일을 경술 국치일로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가슴 아프게도 2023년 8월 24일을 계묘 국치일로 다시 한번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줌도 안 되는 것들이 다수 국민의 뜻을 어기고 일본에 굴복했습니다. 그 댓가는 결국 우리 아이들과 그 후의 세대들이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 가운데 독을 소량씩 장기간에 걸쳐 자기 배우자에게 먹여 독살한 어떤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희석해서 핵 오염수를 투기하는 것은 이와 꼭 같습니다. 핵물질은 바다에 또 생물들 속에 계속 쌓이고 결국 모두에게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자연을 죽이고 바다를 죽이고 땅을 죽이는 인간의 행위들이 그치지 않는 지금입니다. 미래세대가 기후위기와 함께 바다의 죽음을 맞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세계의 현재에 비춰 요한계시록을 보면 현재 세계는 어떤 흐름 속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계시록에는 어린 양이 일곱봉인을 차례차례 떼는 기사가 있습니다. 여섯 봉인까지와는 달리 그가 일곱째 봉인을 뗄 때는 일곱 천사들이 차례차례 나팔을 붑니다.

네 번째까지는 그때그때마다 자연재해들이 지구에서 일어나고 또 해와 달과 별도 재난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가 겪는 것들과 닮은 것들도 있습니다. 특히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불 때는 불 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져 바다의 1/3이 피바다가 되고 바다 생물도 1/3이 죽고 배들도 1/3이 부서집니다.

이것이 핵오염수 투기와 다르다 할지라도 최소한 이를 이해하는 창은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핵은 인간이 만든, 그러나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불덩이가 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을 후쿠시마 등에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에서 우리가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네번째 재해들 다음에도 여전히 ‘화’라고 부를 재난이 세 번이나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재앙을 부르는 사람의 행위가 계속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계시록 본문의 사건은 두 번째 ‘화’ 기간 중에 일어납니다. 하늘의 음성은 요한에게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예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라 하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의 두 증인에게 줄 것이다. 그들은 베옷을 입고 천이백육십 일 동안 예언할 것이다(요한계시록 11,3)

이 본문을 읽는 즉시 무엇을 준다는 거지라는 질문이 생길 것입니다. 그 말이 원문에는 없어 번역자들은 능력 또는 권세 등을 첨가하여 읽기도 합니다. 이것은 무난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없어도 그 다음의 말들을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첨가는 적절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혹시 그 다음 구절이 그들을 이 땅의 주님 앞에 서 있는 두 올리브(감람) 나무와 두 등잔대(촛대)로 부르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가랴는 이와 동일한 표현들을 즈룹바벨과 기름부은 자들에 대해 사용하는데 등잔대가 하나인 점이 다릅니다(슥 4,1-14). 이를 감안하고 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올리브 나무는 등불의 기름을 제공하며 등잔대(등불)은 성막의 물품 가운데 하나로 언급됩니다.

그 기능이 무엇이든 그들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그들이 성전/성막의 불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그 빛이 항상 세상을 비추게 하는 자들임을 추정케 합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앞에서 요한이 측량한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예배하는 자들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거기서 그들 앞에서 하나님과 그의 어린 양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증인이란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댜. 증인이란 자신이 경험한 과거 사실에 대해 증언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언을 소명으로 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보여주시고 말씀하시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 예언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예언은 명시적이든 아니든 현재를 비판하며 그 현재 끝에 다가올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증인으로서 이러한 예언을 한다면, 이는 증인(과 증언)에 대한 보다 확대된 새로운 이해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들의 예언적 증언이 등잔대 위에서 계속 빛날 불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예언적 증언은 옛날 예언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박해를 당하고 목숨을 앗기기도 했던 저들과 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본문이 암시하는 대로 차라리 모세나 엘리야/엘리사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늘을 닫을 수도 있고 땅을 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을 해치려는 자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죽임당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입은 베옷이 예언의 성격을 짐작케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거룩한 성이 이방인들에게 유린당하는 42개월=1260일 곧 삼년 반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그들의 증언과 능력은 그 기간 동안 그들에게 맡겨진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예배하는 자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활동 양상이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성전 밖 사람들에게는 꽤나 큰 고통이고 괴로움이고 성전 안 사람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일은 시간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그후 끝없이 깊은 곳(아비소스)에서 올라온 짐승에게 주님의 십자가가 세워졌던 곳에서 죽임당하고 삼일 반 동안 버려져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었던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런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살리시고 하늘로 불러 올리시고, 땅에는 큰 재앙이 닥칩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행적은 예수의 지상 사역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예수의 지상사역을 삼년 반으로 추산하는 이들도 있고 그의 부활도 삼일 반 만에 있었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특히 예수는 그에게 주어진 자들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요 11.,8). 재앙과 재난이 계속되고 성전 밖이 이방인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계속 일하십니다.

그런데 두 올리브 나무와 두 등잔대로 불리는 예언적 증인들의 증언을 들을 사람들은 그들이 지키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적대적인 성전 밖 사람들도 아울러 포함할 것입니다. 그들이 하늘로 올라간 뒤에도 그들의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요한에게 위임된 예언을 통해 계속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를테면 하나님이 재앙과 재난의 프로그램을 말씀하심이 운명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 세상을 혹은 적어도 그 일부를 어떻게든 살리시려는데 있을 것입니다. 더우기 그 프로그램 끝에는 새예루살렘이 있습니다. 정의와 공의가 실현된 평등과 평화의 새세상입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세상으로 모두를 초대하십니다. 그 세상을 모델로 이 땅 위 나라들의 모습이 바뀌기를 원하십니다. 이를 위해 일하던 두 증인들과 요한 그리고 그들의 뒤를 잇는 사람들의 대열이 계속되고 그 가운데 우리도 있기를 빕니다.

이 말씀과 그 프로그램을 기억하고 기후 위기와 핵오염수 투기 등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세상을 살리는 일을 수행하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그 끝에 있는 새세상을 보며 그 세상을 오늘의 현실로 바꾸기 위해 일하는 우리이기를 빕니다. 새로운 희망을 말씀 속에서 발견하고 미래 세대에게 생명의 세상을 남겨주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위기의 세상에서 하나님의 등불이 우리에게 비치고 길 잃은 세상에서 그 빛에 힘입어 어둠 속에 길을 내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