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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이철수’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와 <함께 부르는 노래>(유재건, 범우출판사, 2009) 2
정리연 | 승인 2023.09.02 14:47
▲ 후원회원들에게 ‘프리 철수 리’ 운동의 뜻을 알리고 있는 유재건 장로(사진 오른쪽) ⓒ커넥트픽쳐스
서부 지역에 최대의 신문부수(100만 부)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MES> 지는 철수 사건을 ‘뷰VEN’란 머리기사로 게재했다. 제목은 ‘아시아인이 관련된 화제의 살인사건 재판-복잡한 법정투쟁 속의 한국인 죄수’였다. 알라 파라니치 기자가 쓴 이 기사에는 … (중략) …
‘미국에 도착한 이래 자신의 생활을 마음대로 이끌어오지 못했던 젊은 코리언’이라고 철수의 인상을 기록한 기자는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동양계 젊은이들이 철수의 곤경이 자신들의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후원운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철수의 어린 시절부터 차이나타운 살인사건과 육중 살인사건 재판의 함수관계를 언급하면서 캘리포니아주 형사법변호사협회장인 에프레인 마골린 변호사의 말을 인용했다.
마골린 변호사는 “정부는 철수의 생명을 잃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현재 철수 케이스에 말려든 것은 영뚱한 사람을 교도소에 보냈다는 것과 교도소에 폭력이 횡행하게 내버려 두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지금까지 서로 격리되어왔던 아시안 커뮤니티들이 철수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단합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깨닫게 하는 참계기가 되고 있다고”고 결론짓고 있다.
- <함께 부르는 노래>, 266쪽.

차이나타운의 외톨이, 철수

조용한 성격에 영어도 서툴렀고, 차이나타운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이철수는 언제나 외로워했다. 사건 당시 21살 생일을 앞두고 있던 그는 매일같이 폭력이 벌어지는 그곳에서 한번도 시비에 얽힌 적 없었다. “20대 초반의 중국인이 뒤에서 총을 쏘고 도망갔다”라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다른 백인 목격자들의 엉뚱한 증언으로 철수는 종신형을 받았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총알과 이철수가 자신의 방 벽에 쐈던 총알의 강선(총 내부에 나선형으로 판 홈으로, 이 강선 때문에 총알이 총열을 지나면서 특정한 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총알의 지문’인 셈)의 특징이 달랐는데도!

그러나 철수의 결백을 확신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아시안-아메리카 전체가 ‘프리 철수 리 캠페인’을 전개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수의 개인적인 사건을 넘어서 공동의 것이 되었던 것이다.

이철수는 그냥 한 명의 죄수일 뿐인 자신을 위해 많은 사람이 힘써주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감사하면서도 놀라워했다. 그 힘은 뭐였을까? 그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많은 사람이 뭉칠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교회공동체가 있었다는 거다. 비난도 받고 욕도 많이 먹는 교회이지만, 정의와 평화, 사랑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는 것 또한 교회 아닌가? 예수님이 직접 그 길을 걸으셨고,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고자 교회에 모였으니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철수 사건

서구 사회에서 동양인은 오랫동안 문화적, 인종적으로 차별받아 왔다. 편견, 인종적 차별, 혐오 등의 형태로 말이다. 동양인들은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이지만, 또한 너무 일상적이라서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 버리는 현실이기도 하다. 서구의 매체나 대중문화에서도 동양인들은 편견이나 혐오에 비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동양인들도 개인적 특성과 다양성을 갖는 사람들임을 무시하고, 동양인들의 역할을 한정하거나 제한한다. 동양인들이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시민’으로 취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양인들은 일부 국가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더 많은 장벽을 극복해야 하며, 인종차별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까지도 동양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범행이 자주 일어나지 않았던가. 일상의 만연한 차별이 결국 심각한 인권 침해를 낳고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다큐 <프리 철수 리>가 증명한다. 한편, 한국 땅에 있는 이주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 하는 생각과 반성이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 사회에는 외국인 이주민이 많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러시아 등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외국어가 자주 들리고, 음식점이나 상점을 운영하거나 고용된 외국인들도 많다.

그런데 이상한 건, 시끄럽거나 지저분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둔 걸 보면 그들을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양심을 속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건 인종에 상관이 없는데. 또 가끔 식당에서 불친절한 직원을 만나면 ‘어쩐지, 중국인이었잖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은 한국어에 서툴러서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친구 중에 콩고에서 온 가족이 있다. 한번은 집에 놀러 갔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독특한 향이 났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여서 솔직히, 처음엔 좀 거북했다. 금방 그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냄새고 뭐고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속으로 많이 미안했다. 나도 모르게 스며 있는 편견과 혐오의 감정이. 한국인에게는 마늘 냄새가 난다고 했던가.

그 친구에게도 우리처럼 독특한 냄새가 있는 것뿐이었다. 친구가 한 번은 지하철을 탔을 때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가 앉자,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일어나 가버려서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다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을 거다. 친구의 아이들도 학교에서 피부색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달라서 친구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은 아니, 세상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다. 그들이 소수라고 해서, 공장노동자라고 해서,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내가, 가족이, 자녀가, 친구가 겪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부터 먼저 이 땅의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혐오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편견과 차별, 불공정과 부당한 일들을 모두 몰아내기 위해 ‘프리 철수 운동’은 아직 멈출 수 없는 것이다.

▲ 83년 8월 제1, 제2 사건으로부터 완전 해방되어 석방된 이철수를 맞이하려고 교도소 앞에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철수가 웃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커넥트픽쳐스

기독교인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프리 철수 리>는 한 개인의 억울함을 폭로하고 영웅화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추켜세우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철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자 해방시켜야 할 존재이고, 50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기독교인들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요즘 많은 사회적 이슈가 있어서 몸도 정신도 분주한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쉼이 필요하니, 영화를 보며 쉼을 얻기를. 영화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모습을 한 ‘예수’와 ‘나’를 만날 수 있다. 차별하는 자와 받는 자, 소외와 멸시하는 자와 당하는 자, 정의와 평화를 위해 힘쓰는 자와 자기만 살기 바쁜 자, 이웃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울어주는 자와 모른 체 하는 자 등.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는가. 나는,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

이철수라는 한 사람의 매우 위엄 있는 초상화 같은 영화다.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어나 살아있다는 의미의 본질을 붙잡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했다.
이철수를 향한, 그리고 이철수로부터의 수많은 애정의 시선들, 애정 가득한 내레이터의 목소리 그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기리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영화 전체에 담겨있다.
이런 것들이 영화를 더 감동적이게 희망적이게 만들어주고 투쟁의 과정에서 이철수에게 평화를 준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 감독 ‘정이삭 Isaac Chung’, <미나리>

이철수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에 관한 정말로 멋진 영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여러 면에서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우리 각자에게 씌워진 편견과 싸우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이철수의 이야기는 그 싸움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받은 감동을 관객 여러분도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다. 제작진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 배우 ‘스티븐 연 Steven Yeun’, <성난 사람들, 미나리, 위킹데드, 버닝, 옥자>

엄청난 영화였다.
비극적인 인생, 그러나 놀라운, 정말 대단한 이야기였다.
(미국) 정부의 사법 체계에 경종을 울리는 공부가 될 영화이자
‘진정한 영웅들’이라 불렸던 이칠수와 공동체 사람들에 대한 증언,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불리했던 이철수의 인내에 대한 증언이기도 했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 배우 ‘랜들 박 Randall Park’, <앤트맨과 와스프, 아쿠아맨, 완다비전>

마치 계획하고 철수를 인터뷰 하고 관련 자료를 찍고 구명 운동의 여정을 직접 촬영해서 만든 영화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방대한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고 편집해서 담아낸 감독의 노력 덕분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하줄 리·이성민 감독은 당시 현장에서 일어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하줄 리 감독은 미국 내 아시안-아메리칸 출판 잡지 ‘코레암 저널’의 편집장 출신이며, 이성민 감독은 뉴욕타임스, 알자지라 등 세계적인 언론사의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두 재미 한인 감독은 한국 이민사에서 가장 선세이셔널 한 사건으로 손꼽히나 그 전모가 제대로 밝혀진 적 없고, 한국 사회가 꼭 알아야 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는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냈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선댄스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비롯하여 20여 개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을 미리 만났고,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18일 공식 개봉한다. 원래 9월 13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날짜가 조정되었다.

이에 대해 커넥트픽쳐스 남기웅 대표는 “하나님이 <이철수 구명 운동>을 기뻐하시고 <프리 철수 리>, <SBS꼬꼬무>를 통해 이 일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시기 원하시는 거 같다. 2023년 영화진흥위원회 하반기 개봉지원작에 선정되었다. 하나님의 은혜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 급히, 개봉일을 10월 18일로 변경하게 되었다.

더 많은 분께 자랑스럽고 아름다웠던 이철수 구명 운동과 영화 소식이 전해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께 좀 더 관람하기 편안한 상영관과 상영회차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정말 기쁘고 축하할 일이다. 한국영화 시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텐데 다큐 영화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거 같아서 참 신기하다. 이 영화, 안 보면 후회되겠죠?

이에 앞서 하줄 리·이성민 두 감독과 프로듀서 등 제작진이 9월 첫째 주 한국을 방문해 한국 관객들과도 직접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두 감독이 <프리 철수 리>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공식 초청에 이어 두 번째다. 이철수의 친구였던 랑코 야마다도 함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랑코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철수와 친분이 있던 사이로, 구명운동과 재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괜히 내가 막, 설레고 기다려지고 그러는 이유는 … ?

▲ 2007년 4월 LA에 있는 UCLA 법과대학원에서 이철수 사건 재조명 심포지엄이 열렸을 때 만난 유재건 장로와 이철수(화재 사건 이후). 이철수가 자유인이 된 지 24년이 지난 때였다. ⓒ연합뉴스

배급사인 커넥트픽쳐스(주)는 소니픽쳐스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겨울왕국>, <아이언맨>, <스파이더맨2>, <캐리비안의 해적>, <토이스토리3> 등 200여 편의 헐리웃 메이저 영화를 배급하고, 201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소재의 영화 <귀향>을 투자 배급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좋은 영화의 소셜임팩트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 358만 명이라는 기적의 흥행을 기록했던 남기웅 대표가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영화사이다.

커넥트픽쳐스는 하나님의 마음과 감동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마음이 상한 자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세상의 무너진 곳을 회복케 하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이라는 신념이 와닿는다. 커넥트픽쳐스는 이미 그걸 이뤘고 그 길로 많은 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것은 죄인 된 인간 이철수의 이야기라네.
수갑을 채워 꿇어 앉혔지만, 그의 혼은 당당히 우뚝 서 있네.
창살 위에 갇혀 있는 새 같은 그,
창살에 막혀 몸은 나올 수 없지만 그의 음성은 언제나 
노래로 흘러 나올 수 있네.

그는 이제 혼자 서 있지 않네
우리 모두가 함게 나가네
그의 정신은 우리와 함께 있으니까.
- ‘철수의 노래’ 중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 147쪽.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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