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 가뭄으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Ed Ram/Getty Images

9월 1일은 전 세계 교회가 공동으로 지키는 창조일이고, 우리는 이로부터 대림절 전까지를 창조절로 지킵니다. 근래의 상황 때문에 해가 갈수록 창조절이 새롭기만 합니다. 지금은 기후위기가 폭염과 폭우 등의 형태로 급격하게 다가오고, 코로나 19 같은 새로운 질병이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시대입니다. 불행한 것은 이런 시대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 분명치 않고 또 그 시대의 흐름을 돌이킬 수 있는지는 더더욱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된 원인을 최종적으로 인간의 욕망에서 찾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욕망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슬로건이나 광고들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습니다. 한없이 욕망을 키우고 또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쥐어짜고, 그럼으로써 지구의 종말이 앞당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욕망은 한편 뿐이고 다는 아닙니다. 다른 편에는 날로 증가하는 인구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지구는 거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어느 정도까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요? 이제 한계치에 가까와지지 않았을까요?

식량 소비의 불평등 때문에 인구증가의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화학 비료와 농약을 쓰고 유전자를 변형시키기도 하지만, 그 피해는 차치한다 해도 늘어나는 식량 생산이 늘어나는 인구를 언제까지나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성장을 위해 또 성장이란 이름으로 인구를 늘리려고 각 나라마다 애를 씁니다.

인간의 욕망과 인구증가문제는 인간을 품고 있는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창조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요? 세계를 지으신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시고 축복하십니다. 자식을 낳고 불어나라. 땅에 충만하라! 충만하라는 것은 명령으로 읽기 보다는 결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든 저렇게 읽든 인구증가가 축복의 핵심입니다. 땅을 정복하라는 것은 남의 땅을 빼앗으라는게 아니라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는 길은 인구수에 맞는 농토를 확보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을 정복하라는 것은 가꿀 필요가 없던 땅을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땅으로 개간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삶의 영역 또한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처음에 또 인구가 아직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것은 분명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땅이 무한정으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는지도 모릅니다. 기후문제로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자기 땅을 떠나 난민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목격합니다. 시리아만이 아닙니다. 땅이 사람을 수용할 수 없고 마치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땅의 힘만으로는 생산량이 부족하니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땅의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었고 지금 같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지구가 앞으로 얼마의 사람을 더 수용할 수 있을 지는 단정할 수 없겠으나 땅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의 지구 상태는 저 축복이 넘치도록 실현된 것일까요?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는 말을 성서에서나 생태학에서 우리는 듣습니다. 사람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성서가 말하는 ‘땅 정복’인가요? 그럴 리 없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모두 건강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요?

인류의 역사는 확대지향적이었고 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땅을 짓밟아도 되는 줄 알았던 우리의 역사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땅이 고통당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소리가 성서 속에 있었음에도 우리는 이를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축복이 경고에 의해 수정되고 있음을 우리는 몰랐습니다. 축복이 자연과 사람과 하나님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의 세상을 전제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땅의 생명력 보존이 평화임을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하나님의 축복이 홍수 이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으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이 덧붙여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하나이고 땅에 대한 배려가 다른 하나입니다. 하나님이 사람 때문에 땅을 다시는 저주하지 않겠다 무시하지 않겠다 하신 것이 하나님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겠습니까? 사람도 생명을 존중함으로써 하나님의 그 뜻에 맞게 땅을 배려해야 되지 않았을까요? 자주 인용하는 말씀입니다만, 이와 관련하여 호세아의 탄식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아, 야훼의 말씀을 들어라. 야훼께서 이 땅의 주민들과 변론하신다. “이 땅에는 진실도 사랑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없다. (있는 것은) 맹세와 거짓과 살인과 도둑질과 간음뿐이다. 침입하고 피를 피로 친다. 그러므로 땅이 슬퍼하고, 땅 주민과 들짐승과 하늘을 나는 새들도 다 쇠하고, 바다 속의 물고기들도 사라질 것이다.”(호 4,1-3)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놀라운 통찰입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호세아가 열거한 폭력행위들이 멈춰질 수 있고 땅과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평화가 깃들지 않을까요? 현재 상태는 돌이키기에 너무 늦었다고 하며 돌이키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돌이키는 그 순간 기대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나님에게 너무 늦었다는 것은 없습니다. 끝까지 돌이키기를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새역사를 기획하십니다. 이사야 32장에서 하나님은 심판의 위기 속에 있는 이스라엘에게 공의로 통치되고 정의로 다스려지는 새시대를 약속하십니다. 비록 심판이 있어도 하나님의 그 계획은 멈추지 않습니다. 심판으로 정화되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그의 영을 부어주십니다. 사람들에게 특별한 어떤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 부어지는 그 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마음 새로운 생각 새로운 행동 새로운 삶을 살게 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지도록 하나님께서 일하신다고 사람은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시대는 악을 행하는 어리석음과 우둔함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를 수용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이 부어질 것입니다. 바로 지금이 그 새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 호세아에서 하나님이 탄식했던 사람들의 그와 같은 모습이 청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땅에 정의와 공의가 들어서고 그 열매로 평화와 평강과 안전이 자리잡을 것입니다(사32,15-18).

늦었다 하지 맙시다. 지금 바뀌고 지금 새삶을 만들어갑시다.

복음서에 있는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사건에서도 이와 연관하여 들을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르다와 마리아의 형제 나사로가 죽었습니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예수께서 여기 계셨다면 오라비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현합니다. 그들은 나사로가 다시 살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고 죽은지 이미 나흘이나 지나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예수께서는 무덤의 돌을 치우라 하시며 무덤 앞에서 죽은 나사로를 향해 큰 소리로 말씀하십니다. 나사로야, 나오라!

그 소리에 나사로가 수의를 입은 채 무덤 밖으로 걸어나왔습니다. 예수의 외침에 하나님이 응답하신 사건입니다. 나사로에 대한 예수의 사랑이 그를 다시 살렸습니다. 그 생명에 대한 간절함이 그를 무덤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예수에게 너무 늦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없습니다. 늦었다고 하는 그때가 바로 생명과 정의와 공의와 평화를 향해 출발할 때입니다.

세상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지금이 지구를 향해 화해의 손을 내밀 때입니다. 우리의 욕망을 내려놓고 성장에 대한 망상을 접고 우리를 찾아오신 성령으로 새삶을 시작할 때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향해 간절하게 외치십니다. 죽음의 터널에서 나오라!

그 간절함이 우리의 간절함이 되기를 빕니다. 우리를 부르시고 나사로를 살리신 주님이 신음하는 이 땅의 생명력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바다와 땅에 대한 폭력을 멈추고 뭇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새세상을 열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새세상에서 우리를 맞이하시는 하나님과 더불어 이 땅에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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