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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개는 말이나 삶의 방향과 그 변화이다. ⓒGetty Images |
우리는 늘 세상이 달라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합니다.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한탄하기도 합니다. 달라져야 하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을 괴롭고 힘들게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인데, 이를 더 힘들고 더 아프게 하는 일들이 사람들 자신에 의해 더 심해지고 제도에 의해 더 강화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삶의 모습이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크게 보면 참 소박합니다. 해를 끼치거나 해를 당하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서로 돕고 서로 평화롭게 살며 자기를 실현시키는 정도의 희망입니다. 누구나 다 바랄 수 있는 이 평범한 꿈이 지금도 꿈이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평범한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없지 않고서야 설명하기가 어려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그 세력의 대표를 사탄이라고 부릅니다. 그 세력은 외부의 세력이기는 하지만, 사람 안에 그에 조응하는 것이 없으면, 사탄 그 세력을 행사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입니다.사람 속에 있는 그 사탄의 짝이 곧 탐욕입니다. 욕(慾)이 없으면 사람은 사람이 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욕이 우리를 사로잡고 금지된 것, 부당한 것을 향하게 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어서 문제입니다. 이러한 욕을 우리는 탐욕이라고 합니다. 야고보서 1,15절은 (우리를) ‘사로잡은’ 욕심은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사망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죄와 죽음을 낳을 수 있는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빕니다. 그렇지 않은 욕을 선한 욕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욕에 따라 움직이고, 이것이 탐욕을 제어하는 장치가 되기를 빕니다.
이스라엘을 포로가 되게 한 것이 탐욕이었다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고, 그때문에 그들을 하나님을 떠나고 하나님과의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50여년간의 포로생활을 정화기간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충분한 정화가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금이나 은을 정련하듯 불순물이 모두 제거되고 순수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떠났던 그들이 하나님에게 돌아왔다고 할 수도 없지 않아 있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버리게 했던 탐심을 그들은 포로지에 두고 돌아와야 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다시 갖고 왔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본문이 전하는 사건입니다.
포로기 이전 이스라엘의 가장 참담한 상황들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이사야 5,8이 증언하는 대로 토지와 주택이 일부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초집중되는 현상일 것입니다. 집과 땅을 잃은 그 소유욕의 피해자들은 떠돌이가 되거나 노예가 되는 것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들의 참상은 시대를 달리 하지만 욥기 24장에 자세히 열거되어 있는 것들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포로지에서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흉년이 들어 토지와 가옥을 저당잡히고 양식을 구하고 세금 을 내야 했습니다. 아들 딸을 종으로 팔아야 하기도 했습니다. 토지와 가옥이 이미 다른 사람에 넘어갔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느헤미야는 분노했습니다. 외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이 내부에서 다시 종살이를 햬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 현상 핵심에는 이자, 아마도 상당히 높았을 이자가 있습니다.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한 재테크 수단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이 불행한 자가 더 불행해지고, 힘 없는 자가 남은 힘마저 잃고 종살이 해야 한다면, 이자는 가정을 해체시키고 사회를 붕괴시키는 주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느헤미야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토지와 가옥 그리고 이자도 돌려주고 더이상 이자를 받지 말 것을 요구하고 설득했습니다. 채권자들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귀환 사회는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과거와 다른 점입니다. 동족의 불행을 재산 증식의 기회로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들은 소유욕을 사람들의 불행 앞에서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해방을 기억하고 하나님을 경외할 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소유욕은 불행해진 사람을 볼 수 없게 하고 재산 증식의 기회로 간주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이익의 수단으로 봄으로써 자신의 인간됨도 상실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탄의 목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소유욕을 내려놓거나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활동하시기 전에 하나님은 세례 요한을 보내 예수 앞서 일하게 하시고 그의 길을 준비하게 하십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며 회개를 촉구합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사실이 하나님의 나라를 맞는 충분한 조건이 아님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회개라는데, 사람들은 회개가 뭔지 잘 모릅니다.
느헤미야 시대의 사람들이 했던 것이 곧 회개입니다. 지금 가던 길을 멈추고 돌이키는 것,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일의 그릇된 결과를 바로 잡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것은 과거의 일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회개하려면 무엇을 해야 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요한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10 무리가 요한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11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12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13 요한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14 또 군인들도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게 여겨라.”
소유욕의 다양한 형태들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소유욕은 시대를 불문하고 부동산을 선호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보다 작은 영역들에서도 소유욕은 작동합니다. 회개는 각 영역에서 그에 맞서는 행동입니다. 이웃의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나눔으로 채워주고, 자기 것에 만족해서 남의 것을 이렇게든 저렇게든 탈취하지 않고, 규정을 넘지 않는 것 등입니다.
회개가 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타자와의 관계가 있는 곳이면 소유욕은 어디서든 작동하므로 회개는 그에 걸맞게 요구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회개가 말이나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한 회개이기에 방향을 바꾸고 길을 돌이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에 충분한 조건이 아닙니다. 믿음은 그 나라에 합당한 삶으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믿음에 의한 그 회개의 삶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죽어가는 세상을 살리려면 우리는 이제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행동을 해야 합니다. 편의와 이익의 축소와 이를 위한 자연과의 관계 변화가 넓게 말해 회개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부합하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회개는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행위로서 결국 자신을 살리는 행위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회개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에 동참하고 그 사랑을 구현하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회개와 함께 새로운 세계의 문이 모두에게 열리고 실질적으로 변화된 세계에서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하나님께서 그 꿈을 주셨으니 또한 그 회개의 삶을 살아갈 힘도 주실 것입니다. 회개의 삶이 우리 가운데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전개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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