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nuel Perez 신부 ⓒWikipedia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로켓포로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집중 포격을 가하며 사실상 중동지방에서 전쟁이 발생하였다. 전쟁으로 인하여 이 지역, 특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사망자 수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국제사회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게 근원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오랜 세월의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지배와 탄압에 대항하는 해방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도도 분명히 존재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해방을 위한 무력 투쟁 혹은 폭력은 정당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나는 해방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폭력 행위에 대한 해방신학적 해석에 대하여 언급하려고 한다. 해방신학을 향한 가장 큰 비판과 오해는 아마도 해방신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무장 투쟁에 적극적이며 게릴라전도 불사한다는 생각들이다. 그래서 해방신학은 폭력적인 집단과 깊은 연관을 맺는 매우 폭력적인 사람들이며 험악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생각이다.

과연 해방신학은 무장투쟁을 선동하는 신학일까? 해방을 위해서는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해방신학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매우 간단하다. 그렇지 않다. 해방신학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록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 무장 게릴라의 행위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 약간의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대다수의 사제들과 신학자는 사회정의의 획득이라는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폭력의 사용에 대하여 찬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폭력의 사용을 반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게릴라들의 무력 충돌을 중재하기 위한 평화 협상의 중재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기도 하였다. 엘살바도르의 엘라꾸리야와 니카라과의 에르네스토 까르네달 신부의 경우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연관성에 있어서 콜롬비아의 경우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자 한다

골꼰다(Golconda)

콜롬비아의 지방의 이름인 골꼰다를 명칭으로 사용하는 사제그룹의 경우는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관계에 있어서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그룹은 1968년 콜롬비아의 골꼰다 지역에서 비센테 메히아(Vicente Mejia) 레네 그라시아(Rene Gracia) 등 몇몇 사제들을 중심으로 결성된다. 결성초기에 이 그룹은 바울 6세의 “민족의 발전”(Populurim Progressio)의 내용을 심화시키는 일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차츰 이들은 까르타헤나 데 인디아스(Cartagena de Indias) 지역의 사회적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군의 탄압을 받게 되고 탄압에 쫓기던 그들 중 일부는 당시의 게릴라 조직인 민족해방전선에 가담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 후 골꼰다 그룹은 제2차 모임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행동원리를 결정한다.

골꼰다 운동에는 위에서 언급한 비센테 메히아(Viente Mejia) 신부, 레네 그라시아(Rene Gracia) 신부, 로베르토 베세라(Roberto Becerra) 신부, 마누엘 알사테(Manuel Alazate) 신부와 스페인 아라곤 출신의 도밍고 라인(Domingo Lain)신부, 마누엘 페레스(Manuel Perez) 신부 그리고 호세 안토니오 히메네스(Jose Antonio Jimenez) 신부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 중 무장투쟁의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바로 스페인 아라곤 출신의 신부 세 사람이었다. 이들은 스페인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농민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특히 마누엘 페레스 신부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1966년 사제서품 이후부터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사목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 후 그는 1967년 도미니크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를 방문하게 되고 그 곳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참혹한 가난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 그곳에서 그는 농민 공동체를 조직하여 그들과 함께 가난의 현실과 불의를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 이러한 활동은 지주들의 극심한 반대를 초래하게 되었고 급기야 미국 출신의 대 주교 레일리로부터 추방명령을 받게 만들었다.

마누엘 페레스는 그곳을 떠나 1968년 까르타헤나 데 인디아스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헤라르도 발렌시아(Gerardo Valencia) 신부의 소개로 골꼰다 그룹을 알게 되고 이 그룹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골꼰다 그룹을 통하여 민족해방군에 가담하기에 이른다.

마누엘 페레스, 도밍고 라인 그리고 호세 안토니오 히메네스 신부 등 세 사람은 민족해방군의 일원이 되어 게릴라전을 직접 수행한다. 이들 중 호세 안토니오 신부는 게릴라에 가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뱀에 물려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도밍고 라인 신부는 6년 후에 전사하고 마누엘 페레스 신부만이 살아남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는 1998년까지 근 30여년을 게릴라 무장 투쟁을 계속하였다. 마누엘 페레스 신부는 1983년 민족 해방군의 사령관의 자리에 오르게 되며 민족해방군이 벌인 가장 잔혹한 행위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기도 한다.

▲ 하마스 ⓒMahmud Hams/AFP

신앙적인 답변과 혁명적인 헌신

해방신학과 무장투쟁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에서 마누엘 페레스 신부를 비롯한 ‘골꼰다’ 그룹의 행동에 대한 지적은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무장투쟁의 가담은 해방신학이 무장투쟁을 조장하고 있으며 목적 달성에 있어서 폭력의 사용을 정당화 합리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조성하는데 단골메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무력투쟁 가담이 해방신학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신학임을 증명하는데 충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상 이들의 해방신학과의 직접적인 관련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규명되어지지 않고 있으며 애매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해방신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해방신학의 대대수의 신학자들과 참여자들이 공개적으로 무력투쟁을 정당화 하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오히려 무력투쟁에 의한 생명살상과 희생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의 민족해방군의 사령관으로 일생을 마쳤던 마누엘 페레스 신부는 생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마누엘 페레스 신부를 비롯한 무장투쟁에 가담한 일부의 해방신학의 사람들은 불의한 현실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질적인 질문들 앞에서 혁명에 대한 헌신을 간직한 채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인 답변을 시도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무장 투쟁이 해방신학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하였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것이 단순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폭력혁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해방신학은 폭력사용을 정당화하는 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거대하고 조직적이며 권력에 의해 정당화 혹은 합법화된 폭력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순응하기를 권유하고 주장하는 신학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다시 말하면 폭력적 상황을 하마스의 폭력적 선제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적 대응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하마스의 폭력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누가 혁명적인 헌신의 길을 가는 여정에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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