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0년대의 런던 지도(Wikimedia에서 갈무리)

1873년 6월 13일에 빈센트는 런던에 도착하였다. 덴하그(헤이그)에서 일한 지 4년 만이다. 스무 살의 청년 빈센트가 런던에서 받는 연봉 90파운드는 목사인 아버지보다 많은 금액이다. 부양가족이 있는 보통 노동자의 4배에 이른다. 물론 빈센트는 그 후 두 번 다시 이런 연봉을 받지 못했다.

런던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도시였다. 산업혁명으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에 빼앗겨 노동자들은 더 싼 값에 몸을 팔아야 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격차는 점점 커졌다. 노동자들의 허름한 숙소를 본 빈센트는 격앙했다. 알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욕망의 도시, 자본주의가 괴물이 되는 과정을 네덜란드 청년이 목격하였다.

구필화랑은 런던 중심 사우샘프턴 가에 있었다. 곁에는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서점과 출판사들이 있었고 윤락가도 있었고 근처에 내셔널갤러리도 있었다. 빈센트는 공원을 산책하며 하는 사색을 즐겼고 휴일이면 미술관을 찾았다.

매일 템스강 둑을 따라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 출퇴근하며 영국을 눈에 담았다. 종종 편지 곳곳에 드로잉도 남겼다. 위대한 예술가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한 꿈틀거림이었지만 아직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일, 그 위대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최광열 목사(인천하늘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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