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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참사 속 그리스도인의 자리는기독여민회 제26회 종교개혁제, ‘참사와 사회적 고통 앞에 선 그리스도인’의 역할 돌아봐
정리연 | 승인 2023.11.08 13:50
▲ 기독여민회가 제26회 종교개혁제를 개최하고 사회적 참사 앞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심도 깊게 다루었다. ⓒ정리연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 없이 안일하게 처리된 사회적 참사는 또 다음 참사를 불러옵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탐욕의 사회는 구조적 문제해결의 의지 없이 고통의 악순환을 되풀이합니다.”
- 여혜숙 회장, <환영의 인사> 중에서

참혹한 현실 가운데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연이은 사회적 참사와 함께, 반복되는 교회의 외면과 혐오 또한 경험했다. 고통에 둔감해진 교회는 사회적 재난을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전히 사회적 고통의 현장에 함께 연대하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활동의 의미를 잃고,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적 참사에서 ‘사회적’이라는 단어에는 사회 구성원 다수가 관계되거나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규모의 차원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집단적 죽음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고통도 당사자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 영역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을 야기했으며, 따라서 그 고통의 치유도 진상규명과 배·보상, 사죄와 재발 방지, 추모, 현실적 안정과 필요에 대한 지원, 화해와 사회적 재연결 등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참사와 사회적 고통 앞에 선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11월 7일, 기독여민회 제26회 종교개혁제가 열렸다. 사회적 고통 앞에 선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기독교사회운동 역사의 맥락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쁨, 감사, 연대”

▲ 정경일 박사는 사회적 참사 가운데서 작동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리연

이현아 목사(기독여민회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문을 연 포럼에서 1부 주제 강연은 신학자로서 세월호 유가족과 오랜 시간 동행해 온 정경일 박사가 ‘재난 속의 기쁨: 사회적 우애’를 제목으로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적 영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다.

정경일 박사는 “제가 거의 10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슬픔이나 고난만 있었다면 지금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라며 “당시에 사회적 우울이 굉장히 심했는데, 사회적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이 재난 속에서도 기쁨, 감사, 연대”가 있더라면서 사회적 우애 안에서의 기쁨을 이야기했다.

이어 정 박사는 재난과 참사 앞에 자본주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난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가 있다. 2005년 8월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를 완전히 물에 잠기게 하고, 최소 1800명의 사상자와 8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혔다. 태풍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실감하게 한 전국적인 참사였다. 이때 재난 자본주의가 발동한다. 개발업자들은 바로 이때가 재개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재난 보험상품도 생겼다. 재난이 닥쳤을 때, 리무진으로 안전한 곳으로 긴급히 대피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나오미 클라인은 《쇼크 독트린: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라는 책에서 ‘재난 자본주의’를 말하는데, 대형 홍수, 테러, 전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고 기존 사회시스템은 작동을 멈춘다. 자본은 이 기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는 체제 구축에 활용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재난을 먹고 자란다.”

정 박사는 또한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소개하며 “리베카 솔닛은 ‘재난 유토피아를 말하는데 이 책은 대재난 속에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 사회적 탐사를 담고 있다.”며 “빚진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재난 속에서 서로 위로하고 연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예배와 기도회가 재난 유토피아”라고 했다. 

또한 우리가 재난 속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건 “재난을 견디게 하는 우정과 기쁨의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순간이 아니라 천만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 공룡처럼 길게 망해가자는 건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고, 계속해보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목사님의 자리, 종교인의 자리’

▲ 사회적 참사 현장 한 가운데 있어야 할 종교인의 모습의 강조하는 김민아 박사. ⓒ정리연

이어진 2부 주제 발제에서는 종교사회학자이자 기독활동가인 김민아 박사가 ‘목사님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사회운동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활동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박사는 “사회적 참사의 경우, 해당 집단적 고통을 ‘사회적 참사’로 담론화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참사 원인을 찾아 잘못 있는 사람을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참사에서 죽음은 ‘불운’에 의한 것, ‘불가항력’적인 것, 따라서 운명론적 수용밖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참사는 ‘재난’과 다름”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반복되는 참사 속에서도 우리 정부는 변한 것이 없으며 국가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발전하기는커녕 더욱 처참해졌다고 진단하며 이런 때일수록 개신교인들의 역할과 책임은 크고 분명해진다고 했다. 국가가 부재한 그곳에 신이 존재하고, 그렇다면 개신교인은 신의 자리에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지금까지 그리스도인 모임에 참여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소회를 나누었다. 그는 평신도가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과 그로부터 나오는 상상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속과 성숙을 위해서는 평신도 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투쟁에 연대하며 ‘목사님’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태원 유가족들을 만나면 꼭 ‘목사님’이라는 호칭을 듣게 된다.”며 “처음에는 ‘저는 목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목사님이라는 호칭에, ‘네, 저 여기 있어요’라고 답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목사가 아니라는 말에 유가족들이 실망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왜 목사님을 찾게 되는 걸까? 그들은 언론 매체를 통해, 기억과 추모의 현장에 목사님이 없는 아쉬움을 왜 그토록 강하게 표현하는 것일까. 희생자나 유가족들이 가진 종교와는 무관하게 ‘목사님’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용기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사회적 참사와 종교의 접점이 확인된다. 사회적 참사는 ‘목사님’들의 목회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실제로 유가족들은 힘든 일이 있거나 요청할 내용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종교인들을 찾고, 무언가 새로운 실천 방식이 필요할 때에도, 어딘가에 대고 하소연하고 싶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에도, 삼보일배를 할 때에도, 잃어버린 가족이 생각날 때에도, 희망을 발견하고 싶을 때에도 “목사님”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자리에 나 같은 가짜 목사 말고 진짜 ‘목사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예수, 여성, 민중과 함께하는 기독여민회는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을 위해 일하려는 뜻을 가진 여성들이 모인 초교파 단체로 1986년에 창립되었다. 예수를 따라 민중과 더불어 살기 원하는 기독여성들의 연대체로서, 교회와 사회에서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과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여성주의 기독문화 창출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매해 개최하고 있는 종교개혁제 심포지엄은 1993년 제1회 <여성과 종교개혁>을 시작으로 올해 26회차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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