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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대한 도전이며, 노동자에 대한 도발”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미래를 듣는다 (1)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 승인 2023.11.26 02:59
▲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노조법 2·3조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노동자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홍인식
에큐메니안이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 양경수 후보와 박희은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한 상황이었다. 인터뷰는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이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향후 계획에 대해 두 후보의 입장을 듣는 것에 두었다. 인터뷰 자체가 자칫 선거 운동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두 후보, 특히 양경수 후보 측에서 같은 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지면을 빌어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후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를 진행한 순서로 게재한다. 같은 날 먼저 인터뷰에 응해준 박희은 후보와 뒤이어 인터뷰를 진행한 양경수 후보 순으로 기사화했다. - 편집자 주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살라 군사독재정권 시절 노동과 노동자의 현실을 알린지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전태일 열사 생전 노동과 노동자의 현실은 그야말로 ‘노동착취’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전태일 열사의 일기에 기록된 노동자의 현실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는 사이 한국은 2022년 말 통계로 수출과 무역액을 합쳐 전세계 6위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 노동과 노동자의 현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 현실이 달라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하청에 하청에 또 하청에, 위험천만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러한 의문에 대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수사로 대신한다. 특히 1997년 IMF 위환위기 당시 달러가 부족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한국 정부에게 달러를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IMF 측에서는 노동유연화, 즉 비정규직 도입을 권고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소위 이를 기점으로 한국 노동사회는 급속하게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외환위기 전후 한국 정부의 노동 정책은 비정규직을 통해 직무경험을 높이고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는 계획이었다. 경제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의 추세에 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 채용 이전의 직무 경험용으로 활용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책의 결과는 비정규직이 하나의 계급화된 직종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어떤 사업이나 프로젝트에서 구매자와 직접 계약한 업체로 일컬어지는 원청과 원청으로부터 단계별로 부분 사업을 외주를 주는 하청까지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자들에게 소요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규직인 경우 아무리 낮은 직급이나 연봉이 낮은 직군이라도 기본적인 복리후생비나 교육비 등이 지출되기에 인건비가 상당히 높다고 여겼다.

따라서 원청에서 정규직에게는 보다 고난이도의 업무를 맡기고, 하청에게는 위험한 일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규직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시 지불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채용해 노동시키는 것이다. 단순화라는 위험성을 안고 정리한 것만해도 비정규직의 문제점은 한두개가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급속하게 한국 노동사회에 자리잡게 되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2년 비정규직 비율은 37.5%이다. 이러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를 웃돌고, 노동자 3명 중 1명이 비규정직이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한국 노동사회는 가장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고, 고용의 질이 가장 나쁜 노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이다.

현행 노조법 2·3조의 문제점

더 큰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신의 폭이다. 원청에서 하청, 하청, 또 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급여는 물론 기본적인 복리후생 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불합리한 노동 현실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권리조차도 없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바로 현행 노조법 2·3조이다.

현행 노조법 2조 2호와 3조는 다음과 같다.

노조법 2조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현행 노조법에 의하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자도 아닐뿐더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쟁의에 돌입해 사용자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할 경우 엄청난 손배소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간 이러한 손배소 때문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이 직접 생명을 끝내는 비극이 발생했었다. 이에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일컬어지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

개정안 2조.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개정안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①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

단순하게 살펴보면 노조법 2조 개정안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시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새로운 항을 신설해 손배소 위협을 감소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에큐메니안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 한 박희은 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 받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복안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상적인 인터뷰가 인터뷰 내용을 요약·정리해 소개하는 것이지만,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가감없이 박희은 후보의 이야기를 전한다.

▲ 한국 노동사회 비정규직 비율 ⓒ나라지표

▲ 예전과는 다르게 교계와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습니다. 지금은 특정 분야에서의 연대하는 것 외에는 교류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직선 4기 위원장 후보 기호 2번 박희은입니다. 후보 등록 뒤 첫 기자회견 때 저 스스로를 ‘변방의 40대 여성노동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쟁쟁한 대공장 출신도 아닌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정권에 맞서 이기려면 민주노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고, 다르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대변해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보수의 상징이라는 대구에서, 그것도 가장 소외받는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제 노조활동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과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을 거쳐 2021년부터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부위원장 시절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을 맡아 재난이 엎치고 물가폭등이 덮친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임투쟁을 치러냈습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민주노총을 대표해 30일 단식투쟁과 민주당사 점거투쟁을 감행했습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장과 성평등위원장을 맡아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 투쟁의 과정이 박희은을 만들어 왔고, 기호 2번 위원장 후보로 나서게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오늘 찾아뵙고 인터뷰를 나누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요즘 노동계와 종교계의 공통 관심사인 ‘노조법 2·3조 개정안’ 문제입니다. 먼저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노동계나 종교계 안팎에서 소위 몸통이 다 빠졌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법이 애초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노동계와 종교계에서는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또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배 청구를 금지하고, 손배 청구의 규모 역시 상한을 두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다 넓게 보장하기 위해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이는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의 과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이 의미가 없다고 보진 않으며, 오히려 상당한 진전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자’로 확대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과 노조활동의 길을 넓게 열었습니다. 또 노동쟁의의 대상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대했습니다. 기존에는 단체교섭 체결 과정에서만 파업이 인정됐는데, 이제는 부당노동행위나 단협불이행, 해고 등에 대해서도 파업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해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발을 막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신원보증인의 면책도 분명히 했습니다.

국회에서 벌어졌던 논쟁을 지켜보면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엿보이는데, 국회와 한국사회가 여전히 ‘파업을 막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노조법이 ‘노조활동제한법’이란 오명도 얻고 있습니다. 이 부분부터 고쳐내는 게 필요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그 헌법적 가치에 맞게 보장하기 위한 법이 바로 노조법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를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결국 노조법-근기법 등 노동관계법에 대한 대규모 전부개정이 필요합니다. 기호 2번 선본은 이번 선거 공약의 주요한 내용으로 이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많은 이들의 불만 중 하나는 노조법 2·3조에 대해 민주노총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관계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리고 오해였다면 어떤 부분에서 오해였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주노총이 오랜 기간에 걸쳐 규모가 확대되면서, 투쟁을 준비하는 데에 혹시나 잘못된 관행이 싹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영화 저지 투쟁은 공공운수노조가 하는 것이고, 노조법 개정 투쟁은 금속노조가 하는 것이란 식의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있진 않은지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전체 노조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전반에 대한 지나친 제약을 걷어내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의제였고, 또 그만큼의 조직적 역량이 투입됐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예컨대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선제적 총파업을 하반기에 배치하고, 이를 목표로 각 산별연맹이 자기과제로 만들 수 있도록 정책선전 지원을 강화하고, 이 힘을 바탕으로 종교, 시민사회 등 연대를 더 크게 조직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국회 본회의 일정에 대응하는 식의 집회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슈 피로도를 높이고 투쟁의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이런 면에서 민주노총이 미온적이었다는 표현이 과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필요한 건 비판보다 대안일 텐데, 저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국회 일정에 끌려 다니지 않는 선제적 입법투쟁의 조직이고, 둘째는 민주노총의 투쟁이 현장 투쟁이 되고, 현장의 투쟁이 민주노총 투쟁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전략과 구조의 마련입니다.

▲ 지난 20일 3개 종단 노동위원회와 개신교대책위가 진행하고 있는 ‘노조법 2·3조 즉시 개정을 기원하는 금식기도회’에서 민주노총 한 관계자께서 “22년간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폐기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앞선 질문과 관계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왜 그동안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입법투쟁이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회 내 여·야 의석수의 현실, 모역'과 ‘촉구’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원외 투쟁의 한계, 입법을 위한 파업을 불법으로 모는 한국 노조법의 문제점 등 한 둘이 아닙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와 함께, 대중적 공감과 필요성을 얻기 어려운 입법투쟁의 제약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유권자, 즉 시민의 압력을 받을 때 비로소 움직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입법안에 대해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또 그 내용을 알고 지지한다고 해도, ‘나의 문제’가 아닌 경우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국민에 게 영향일 미치는 매우 중요한 사안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않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14%에 머물고 있는 노조조직률과 15%에 묶여 있는 단체협약적용률에 주목해야 합니다. 많아야 15% 정도의 노동자만이 노조법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민주노총에서도 그간 노조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펼쳐 왔습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단체협약 효력확대 제도 도입을 통해 “단체협약적용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프랑스의 노조조직률이 10%대로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바로 98%에 이르는 단협적용률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협적용률이 높아지면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는 OECD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진심 어린 투쟁을 조직하는 것과 함께, 더 넓은 모두의 싸움으로 만들기 위한 “노조조직률ᅳ단협적용률” 동시 상향을 위한 쌍끌이 전략을 통해, ‘시민 모두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노동계와 종교계는 한 목소리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을 촉구했다. ⓒ에큐메니안

▲ 노동계나 종교계나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향후 계획을 좀 듣고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만시지탄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노조법의 좁은 사용자 정의를 지적해온 지 이미 오래입니다. 철도와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손배가압류를 휘두르며 자행된 노조파괴 공작도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일찌감치 개정됐어야 할 노조법 2·3조가 이제라도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정부와 사용자는 원하청 직접 교섭과 공공부문 노정교섭 등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 시간에도 파업과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건강보험고 객센터지부 등 간접고용 노동자와의 직접 교섭에 전향된 자세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대통령 거부권 역시 안 될 말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보다 영밀히 보장하는 법이자,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입니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민의에 대한 배반이자, 헌법에 대한 도전이며, 노동자에 대한 도발입니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연, 임기가 시작되는 1월 1일부터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4월까지, 본회의 재의결을 위한 여·야 의원 압박 투쟁에 돌입하겠습니다. 이어 22대 국회 첫해에 노조법을 비롯한 주요 노동사회 전략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신임집행부의 첫 과제로 삼아 투쟁할 것입니다.

▲ 이미 널리 알려진 부분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활동 이나 복지가 너무 열악합니다.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비정규-플랫폼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이들 스스로가 나서서 노조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토대와 조건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비정규-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올 옥죄고 있는 법과 제도를 바꿔내는 것입니다.

첫 번째 과제를 위해선 조직과 투쟁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플랫폼노동자가 각각 민주노조로 모일 수 있도록 조직사업에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겠습니다. 또한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노조 현실을 반영해, 설립부터 안착까지 책임지는 민주노총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 이주, 장애 등 영역별 파업을 조직해 힘을 드러내고 사회적 메시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노조 조직을 통해 투쟁에 나서고, 이 투쟁을 통해 다시 노조 조직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걸 떼어놓고 봐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화물연대본부가 그 어마어마한 탄압 속에서도 안전운임제 투쟁을 통해 오히려 조합원이 늘어난 결과는 매우 시사적입니다.

두 번째 과제를 위해선 플랫폼 등 변화한 노동헌실올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배달플랫폼의 경우 일감 배정과 보수 산정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AI 알고리즘입니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이 모두 비공개 상태이다 보니, 노동자로서는 내가 정당한 노동의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AI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운동과 함께, AI 알고리즘 운영 관련 내용을 새롭게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문제가 너무 커서 다른 노동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노동계 문제에 대해 교계에 알리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떤 것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 무엇 하나를 꼽기 쉽지 않을 지경입니다. 철도에서 시작된 민영화 공세,건보-연금— 병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영리화 공격, 일터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코 로나19 이후 나타난 초단시간 노동자 확대 등 노동시간 앙극화 문제, 건설현장에서 격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 등 한 둘이 아닙니다.

모두가 시민사회와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의제들이지만, 이중에서도 교계와 항께 하고 싶은 사업은 감정노동자 보호운동입니다. 악성민원과 갑질 등 대민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공 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사업장의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 다. 최근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등을 통해 쟁점화가 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응 사업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권의 문제이자 동시에 인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용이 아닌 존재로서의 노동을 인정받는 투쟁, 서로가 서로에게 갑이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 등을 고쳐내기 위한 실천을 노동계와 종교계가 함께 만들어볼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제일 첫 질문에도 언급했지만 노동계와 종교계의 관계가 많이 소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교계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알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레위기 19장 13절에는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품꾼의 삯을 아침까지 밤새 도록 네게 두지 말라”는 말이 나옵니다. 노동자가 투쟁하는 노동해방과 성서의 말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교집합들을 많이 만들고, 또 실현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하는 것이 켜켜이 쌓인다면, 노동자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리 먼 일만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아직 선거기간 중이라 당락을 알 수 없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다연 그런 교집합을 더 크게 만든 위원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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