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다시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맨 바닥이 아니다”“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종교인 금식기도 맺음 기도회” 마치고 금식기도천막 철수하며 마무리해
이정훈 | 승인 2023.12.02 05:04
▲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11월 13일부터 광화문 감리회관 앞에 설치된 금식기도천막을 중심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매일 기도회가 19일간 지속되었다. ⓒ이정훈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라(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 [인인지이도자, 인지이기])”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의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의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12월 1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땅에 내동댕이친 날이었다. 종교계와 노동계가 분노로 휩싸인 날이기도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종교인 금식기도 매일 기도회”에 연대 발언을 위해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위해 22년을 싸워왔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웠을까?’ 하는 자괴감과 의문으로 가득차 절망에 빠져도 누구 하나 ‘그러지 말라고’ 다그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런 자괴감과 의문에 대해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종교인 금식기도 맺음 기도회”에서 ‘연대의 증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 김혜진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22년간의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정훈

“남재영 목사님이 설령 거부권이 행사되도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고 쓰셨던 글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그래. 패배한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그냥 자기 위안이 아니라 진짜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좀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여태까지 걸어와서 만들어낸 길이 뭐였을까?’ 좀 찬찬히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까 굉장히 많이 왔더라고요.

일단 노조법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노조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시민들이 70%가 훨씬 넘더라고요. 저는 이게 매우 놀라웠습니다. 처음에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만들었을 때, ‘이게 뭘 개정하자는거냐’를 설명하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원청이 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됩니다’, ‘손해배상이 문제입니다’, 이런 얘기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 들으시는 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걸 설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70%가 넘는 시민들이 ‘당연히 노조법 개정해야지’,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이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일까 지금에 와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저는 노동자들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 아마 기도회에 계속 참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기도회에 많은 비정규직 분들이 와서 연대 증언을 하셨습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게 정말 되는구나’, ‘우리가 좀 더 힘을 모아보면 할 수 있겠구나’, 이런 마음을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서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이렇게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해보자고 결심하는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있습니다. 너무나 큰 변화죠. 또 정부에 대한 분노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재벌의 편에 서 있는지를 스스로 너무 열심히 폭로를 하는 바람에 이제는 모두가 다 알 수 있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 힘이 축적되면서 우리의 권리를 훼손하는 정부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가 똑똑히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후에 다시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맨 바닥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국회를 바로 통과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더 이상 후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미처 담지 못했던 더 많은 요구, 더 많은 마음을 담아서 더 큰 걸음을 내딛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그러다 보니 좌절할 필요가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이날 맺음 기도회는 김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다짐으로 가득찬 기도와 발언들로 넘쳐났다.

▲ 19일간 금식을 이어온 남재영 목사는 한계를 넘어 “우리의 길을 가자”고 독려했다. ⓒ이정훈

이성환 ‘기장정의평화목회자행동’ 공동대표는 “주님 우리가 좌절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가 눈물로 뿌린 복음의 씨앗이 돌짝밭과 가시덤불에 떨어지고 새가 쪼아먹는 시련으로 이어지지만 언젠가는 단 한 번의 발화로 풍성한 결실을 맺고 온 생명이 깃드는 하나님 나라로 임하듯이, 이 땅 노동자들의 꿈, 노동 해방의 역사는 99번의 패배 끝에 단 한 번의 승리로 찾아온다는 진실을 우리가 알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전남병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기독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동안 그 자리를 지키시고 버텨주신 남재영 목사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독교대책위원회는 해산하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행복한 삶을 살 권리를 위해서 내일도 계속 싸우겠다.”고 연대의 증언을 마쳤다.

이날 맺음 기도회에서 홍인식 NCCK인권센터 이사장은 마태복음 20:1-10을 본문으로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는데”라는 제목을 말씀을 전하며 “모든 인생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거두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행위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의 사회는 이렇게까지 어렵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 이사장은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이웃을 바라 보아야 한다.”며 “양보와 자기 내놓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간 금식을 이어온 남재영 목사는 ‘현장의 증언’에서 “우리가 이 한계를 넘어서면 다시 새로운 한계를 만나겠지만 그때도 우리는 계속해서 한계를 넘어 전진해 나가야 한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에서 우리가 가진 2%의 한계, 부족했던 2%는 윤석열에게 구별해서 채우지 않고 이제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주체적으로 채워나자.”고 촉구했다.

“이제 우리는 승리의 선언과 함께 국회에서 입법된 노조법을 사수하기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가겠다는 우리의 결기를 윤석열에게 천명할 때”라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해도 우리는 승리의 길을 가자.”고 맺음 기도회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맺음 기도회가 마친 후 19일간 금식기도의 장소를 사용되었던 금식기도천막은 철수되었고 민주노총 문화제를 끝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종교인 금식기도 맺음 기도회”는 모두 마무리되었다.

▲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종교인 금식기도 맺음 기도회”를 마치고 금식기도천막이 철수되기 전 남재영 목사는 그간 기도하며 썼던 글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친구인 박경양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19일간 남재영 목사의 곁을 지켜온 박영락 NCCK정평위 부장과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류순권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4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