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은혜의 상징인 ‘만나’ ⓒGetty Images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평안은 성도가 누릴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성도는 이 평안을 누려야 합니다.

혹시 주중에 마음을 닫게 만드는 사건을 경험하셨습니까? 마음을 닫게 할 만한 말을 들으셨습니까? 사건과 말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 사건과 말에 머물며 분노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내시지는 않으셨습니까?

이런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지킨다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으면 우리 안에 있는 평안, 사랑, 기쁨이 흐르지 못하고 막히게 됩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면 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몸도 같이 아픈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지킨다는 건, 마음의 문을 닫을 때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어 둘 때 가능합니다. 이미 경험한 사건과 말에 머무르지 않고 통과하기로 결단하며 마음을 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머릿속에서 떠드는 거짓 목소리에 더이상 귀 기울이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흘려보내기로 선택하는 것, 삶을 하나님께 의탁하기로 선택하는 것이 마음을 여는 태도입니다.

마음을 열어 마음을 지키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이 생명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됩니다. 그러니 더욱 마음을 지키십시오. 마음을 지켜 생명이 흐르게 하는 성도, 마음을 지켜 생명이 흐르게 하는 교회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희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나쁜 습관이 부모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럼 부모는 그 나쁜 습관을 고쳐주려고 애를 쓰게 되어있습니다. 저의 아내도 아들의 공부할 때 보이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나쁜 습관을 보일 때마다 반복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내가 여러 번 반복해서 주의 주었던 모습이 공부 중에 또다시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좋게좋게 넘어갔는데 그날은 아내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았던 화를 한꺼번에 터트리게 되었습니다.

인내를 거듭하다 낸 화이기 때문에 아내의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좀 피하려고 아내에게 “교회 좀 갔다올께요.”하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둘째 딸이 제 다리를 탁 잡더니 비장한 얼굴로 “나도 같이 가”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아빠 교회 가는 거야. 교회 가는데 왜 같이 가.”라고 했더니 “아빠 도망가는 거잖아. 나도 데려가.”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정곡을 찔린 저는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넌 집에 있으면 되는데 왜 나가?”라고 물었더니, 집에 있다가 자기도 덩달아 혼나게 될까 싶어서 나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때로 아들만 혼나다가 나중에 보면 둘이 같이 혼나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딸이 옆에서 오빠 혼나는 거 말로 거들다가 말실수를 하면서 혼나는 경우입니다. 미리 자신이 말실수해서 혼나게 될까 싶어 자신도 데리고 나가달라고 저에게 말 한 것입니다.

7살이지만, 본인의 반복되는 경험을 토대로 혼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7살도 반복되는 일이 있으면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어떤 방향이 자신에게 좋은지를 선택합니다.

성도님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은 반복되는 일을 통해 학습(學習)합니다. 어떤 행동을 통해 좋은 일이 반복되면 좋은 일이 계속될 수 있도록 행동을 하고, 어떤 행동을 통해 나쁜 일이 반복되면 나쁜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행동을 고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르치려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도저히 탈출이란 불가능해 보일 것 같던, 종살이하던 애굽 땅에서 출애굽 시켜주시면서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인도하시면서 여러 가지 방편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을 의지하고, 신뢰하고, 말씀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셨습니다.

시편 105편에서 시편 기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과 광야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말하며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는 구름을 펼치셔서 덮개로 삼으시고, 불로 밤길을 밝혀 주셨다. 그들이 먹거리를 찾을 때에, 그가 메추라기를 몰아다 주시며, 하늘 양식으로 배부르게 해주셨다. 반석을 갈라서 물이 흐르게 하셨고, 마른 땅에 강물이 흐르게 하셨다. 이것은 그가 그의 종 아브라함에게 하신 그 거룩하신 말씀을 기억하셨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백성을 흥겹게 나오게 하시며 그가 뽑으신 백성이 기쁜 노래를 부르며 나오게 하셨다. 그들에게 여러 나라의 땅을 주셔서, 여러 민족이 애써서 일군 땅을 물려받게 하셨다. 이것은 그들에게 그의 율례를 지키고 그의 법을 따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할렐루야.”(39-45절)

열 가지 기적, 바다를 가르는 기적으로 이집트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고, 광야에서는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만나와 메추라기로, 반석에서 물을 내심으로 약속의 땅 가나안 앞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이런 은혜와 기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확신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구나.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구나. 하나님은 우리 삶을 인도하시는구나. 하나님이 하신 말씀은 스스로 지키시는 분이시구나. 등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확신하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이 정도 되었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리라는 확신 가운데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광야를 지나 드디어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 앞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들의 절망적인 보고를 듣고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 그리고 하나님께 어떻게 말을 합니까?

“1 온 회중이 소리 높여 아우성쳤다. 백성이 밤새도록 통곡하였다. 2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였다. 온 회중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우리가 이 광야에서라도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3 그런데 주님은 왜 우리를 이 땅으로 끌고 와서, 칼에 맞아 죽게 하는가? 왜 우리의 아내들과 자식들을 사로잡히게 하는가?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4 그들은 또 서로 말하였다. "우두머리를 세우자. 그리고 이집트로 돌아가자.”

밤새도록 통곡하고, 원망하고, ‘차라리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차라리 광야에서라도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요? 남들은 보지도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놀라운 기적과 은혜를 체험하고서도 하나님이 분명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주겠다.’라고 하신 약속의 말씀도 있는데, 아무리 당장 눈앞에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이집트에서 광야에서 그 정도로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을 경험했으면 이제는 하나님을 신뢰할 만도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또 자신들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고 해서 이런 원망과 배신의 고백을 쏟아낼 수 있습니까?

그런데 이런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반복해서 나를 위로하시고, 어려울 때 나를 도우셨고, 내 기도에 응답해 주신 삶의 은혜가 있었음에도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삶이 조금만 막혀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원망하고 불평하지 않으셨습니까? ‘차라리 그때가 더 나았습니다.’라고 소리치면서 하나님을 멀리하지는 않으셨습니까?

하나님은 이런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이런 우리는 향해 무엇이라 말씀하실 것 같으십니까? “11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언제까지 이 백성이 나를 멸시할 것이라더냐? 내가 이 백성 가운데서 보인 온갖 표적들이 있는데,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다더냐?’”

그렇게 내가 너를 사랑해주었건만, 그렇게 내가 너를 도와주었건만,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다더냐? 하나님의 이 질문에 성도님들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제가 하나님을 신뢰하겠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성도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도제일교회에 부임해서 5년간 하나님이 우리 공동체를 향해 부어 주신 사랑과 은혜는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 교회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이 와 정확히 보내고자 했던 장학금 액수만큼의 헌금을 보내주었습니다.

언제나 정말 언제나 하나님은 우리 공동체의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딱 맞아 떨어지게 채워주신 것도 아니고 언제나 넘치게 채워주셨습니다. 이런 은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좋은 일이 되었건 좋지 않은 일이 되었건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일에 ‘네, 제가 하나님을 믿습니다. 제가 하나님을 신뢰합니다.’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성도는 반복적인 은혜를 통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마저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나쁜 일이 생긴다고 ‘차라리 그때가 더 나았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와 우리를 향해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여전히 인도하실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며 소망 가운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11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언제까지 이 백성이 나를 멸시할 것이라더냐? 내가 이 백성 가운데서 보인 온갖 표적들이 있는데,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다더냐?’”

성도님들은 기쁜 일에만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지 않은 일을 포함한 모든 일을 경험하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언제나, 모든 상황 속에서 ‘네, 제가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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