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계·교회 보도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 허용 결정, 부드러워졌지만 한계 역시 분명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교리선언문 속 동성 커플 축복에 대한 의미는
이정훈 | 승인 2023.12.21 04:44
▲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 허용 결정은 교황의 “사목 비전”에 따른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Andreas Solaro/Agence France-Presse - Getty Images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시간 18일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 교리선언문에 서명하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교리선언문의 등장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이 동성 커플의 결합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이 교리선언문의 구성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 교리선언문은 크게 선언문의 배경을 설명한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부분과 ‘소개(Introduction)’ 부분으로, 그리고 이 소개 부분에 총 45개 조항이 나열되어 있다. 교리선언문의 본 내용이 바로 45개 조항이다.

이 45개의 조항은 또한 크게 ‘I. 혼인 성사 속 축복’, ‘II. 다양한 축복의 의미’, ‘III. 비정상적(irregular) 상황에 처한 커플과 동성 커플의 축복’, ‘IV. 교회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성사’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이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 것 외에도 어떠한 번호도 붙어 있지 않은 ‘축복 의례의 전례적 의미(The Liturgical Meaning of the Rites of Blessing)’, ‘성서 속 축복(Blessings in Sacred Scripture)’, ‘축복에 대한 신학적-사목적 이해(A Theological-Pastoral Understanding of Blessings)’ 등의 제목으로 45개의 조항을 다시 구분하고 있다. 로마 숫자를 붙인 것보다 로마 숫자가 붙지 않은 제목이 더 확실한 구분으로 보인다.

이 교리선언문의 발표로 전 세계가 놀라고 있지만 논쟁이 일어나는 부분이다. 과연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축복하고 있느냐는 논란이다. 하지만 원문을 살펴보면 동성 커플의 결혼은 물론 이들에 대한 공적인 축복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담고 있는 것이 39항이다.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39. Ad ogni modo, proprio per evitare qualsiasi forma di confusione o di scandalo, quando la preghiera di benedizione, benché espressa al di fuori dei riti previsti dai libri liturgici, sia chiesta da una coppia in una situazione irregolare, questa benedizione mai verrà svolta contestualmente ai riti civili di unione e nemmeno in relazione a essi. Neanche con degli abiti, gesti o parole propri di un matrimonio. Lo stesso vale quando la benedizione è richiesta da una coppia dello stesso sesso (In any case, precisely to avoid any form of confusion or scandal, when the prayer of blessing is requested by a couple in an irregular situation, even though it is expressed outside the rites prescribed by the liturgical books, this blessing should never be imparted in concurrence with the ceremonies of a civil union, and not even in connection with them. Nor can it be performed with any clothing, gestures, or words that are proper to a wedding. The same applies when the blessing is requested by a same-sex couple).”

이를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다.

“39. 어떠한 경우에도,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혼란이나 추문을 피하기 위해, 비정상적 상황에 처한 커플에 의해 축복 기도를 요청받을 때, 심지어 그것이 전례서에 규정된 예식 밖에서 표현되더라도, 이 축복은 사회적 결합의 의식과 일치시켜서는 안 되며, 심지어 그것과 연결시켜서도 안 됩니다. 또한 결혼식에 적합한 의복, 상징적 행위 혹은 말로 (축복을) 행할 수 없습니다. 동성 커플에 의해 축복을 요청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공적인 성격을 띨 수 없으며, 사제에 의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혼례 성사나 그 유사한 것도 일치시켜서도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결혼식을 떠올리게 하는 의복조차도 금지하고 있다.

또한 4항에서 결혼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4. Si tratta di evitare che «si riconosca come matrimonio qualcosa che non lo è». Perciò sono inammissibili riti e preghiere che possano creare confusione tra ciò che è costitutivo del matrimonio, quale «unione esclusiva, stabile e indissolubile tra un uomo e una donna, naturalmente aperta a generare figli», e ciò che lo contraddice. Questa convinzione è fondata sulla perenne dottrina cattolica del matrimonio. Soltanto in questo contesto i rapporti sessuali trovano il loro senso naturale, adeguato e pienamente umano. La dottrina della Chiesa su questo punto resta ferma (It is a matter of avoiding that “something that is not marriage is being recognized as marriage.” Therefore, rites and prayers that could create confusion between what constitutes marriage—which is the “exclusive, stable, and indissoluble union between a man and a woman, naturally open to the generation of children”—and what contradicts it are inadmissible. This conviction is grounded in the perennial Catholic doctrine of marriage; it is only in this context that sexual relations find their natural, proper, and fully human meaning. The Church’s doctrine on this point remains firm).

이를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다.

4. 이는 “결혼이 아닌 것을 결혼으로 인정하는 것”을 피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결혼의 구성 요소인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배타적이고 안정적이며 불용성이며 자연적으로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결합”과 이에 모순되는 것 사이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의식과 기도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가톨릭의 영원한 결혼 교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만 성관계는 자연스럽고 적절하며 온전히 인간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교회의 교리는 여전히 확고합니다.

동성 결혼에 대해 확고히 반대하고 있다.

또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교리선언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부분에서 “혼인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전례 예식이나 전례 예식과 유사한 축복을 허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 세계는 왜 이 교리선언문을 환영하고 있을까? 이 역시도 페르난데스 추기경의 프레젠테이션에 담겨 있다.

“이 문헌의 가치는 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기여를 통해 전례적 관점과 밀접하게 연관된 축복에 대한 고전적 이해를 넓히고 풍부하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비전에 기초한 이러한 신학적 성찰은 교도권과 교회의 공식 문헌에서 축복에 관해 언급된 내용에서 진정한 발전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교리선언문은 비록 결혼 자체에 대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입장 변화는 없지만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어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진일보한 것이라면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특정한 상황에서 동성 커플이나 ‘비정상적(irregular)’인 상황에 처한 커플을 축복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신교는 더욱 그렇고, 로마 가톨릭교회도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4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