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의 또 다른 이름은 ‘위로’이다. ⓒGetty Images

루아흐는 기본적으로 숨이나 바람을 뜻하고, 이에 더하여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것을 가리키며 문맥에 따라 마음, 정신, 영 등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의 문맥은 이를 어떻게 옮겨야 할 지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마음과 정신과 영 등은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으나 그렇다고 같지도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놓고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명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창 2,5에서 하나님은 사람의 모양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심으로 사람을 산 존재가 되게 하셨습니다. 여기에는 루아흐라는 말은 나오지 않으나 바로 그 ‘생기’를 루아흐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다면, 루아흐는 사람을 산존재가 되게 하고 사람 되게 하는 것으로 숨, 마음, 정신, 영 등을 모두 포괄하는 어떤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이를 나타낼 말을 찾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로 옮기지만, 보다 근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고 부분적인 의미의 낱말을 사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병과 관련해서 우리는 몸과 마음을 통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을 마음으로 옮겼습니다.

몸과 마음의 관계는 사실상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해서 단적으로 이렇다 말할 수 없습니다. 물질주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을 몸의 일부로 여기고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명상 같은 것을 통해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하는 ‘정신주의적’(?) 입장도 있습니다. 위의 본문은 지배관계라기 보다는 상호관계를 인정하며 몸과 마음이 상대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몸의 병을 마음으로 다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아니어도 어떠한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병세는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이야기합니다만, 그 마음의 근거는 과연 무엇일지요? 일차적으로 주변에 있는 것들입니다.

그것들이 무엇이든 그것들은 우리에게 대단히 소중하고 그만큼 우리의 삶이 의미있음을 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 우리에게 닥친 병마에 굴복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들과 우리 마음의 관계는 나선형식 선순환을 이루며 점점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러한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무너질 수 있어서 그것들이 다일 수는 없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누가 부축하고 북돋우고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몸이 그리 할 수 있습니까?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기댈 수 없어서 무너지는 것이기에 이 역시 그렇다 하고 답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본문은 의문문이기에 읽기에 따라 답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학적 의문문으로 읽으면 아무도 없다가 답입니다. 사람을 비롯한 주변의 것들에 찾으려 한다면 그것이 예상되는 답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아닌 다른 것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라면 본문은 실제 질문으로서 그 답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 믿음의 주이신 하나님을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무너져 세상의 그 무엇도 그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없을 때 우리의 마음을 붙잡아 주시고 싸매시고 보듬어주시는 이가 우리에게 계심을 이 본문은 질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놓고 푸념하고 항변하며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은 무너진 우리 마음 속에 계시며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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