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ann Jakob Wick, 「Burning of three “witches” in Baden, Switzerland」 (1585) ⓒWikipedia

이제 한해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언론 편집자로 기사들을 읽고 정리하는 삶이란 세상, 특히 교회를 둘러싼 이른바 교계의 소식을 매일 접하는 위치이다. 그렇게 듣고 읽고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은 어떨 때는 참 비참하게 보이기조차 한다.

어두었지만 한줄기 빛도 있었다

‘교회가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천번씩 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역대 어느 정권 보다도 최악이라고 해도 누구 하나 욕할 사람 없는 ‘현재 한국 정치의 모습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도 곧잘 하게 된다. 누군가의 말대로, ‘갸나 갸냐 똑같다’는 일침이 틀리지 않다.

물론 교회가 이렇지만은 않다. 애써 위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닐뿐더러 ‘그래, 교회가 저래야지’ 하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일들과 기사들도 차고 넘친다. 작은 자들과 고난 당하는 사람들 곁에 서서 그들과 함께 동행하는 모습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반짝인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에 연대하고’, ‘10.20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했던 모습은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소원이었던 ‘노동법 2·3조 개정안’의 공포를 위해 종교를 넘어 연대해 금식하는 모습은 교회를 넘어 종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교회를 떠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마저도 고맙고 감동이었다고 고백했었다.

편집자로 그렇게 한해를 보내며,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한해 편집된 기사가 몇 개인지 살펴보았다. 기사가 되었든 칼럼이 되었던 에큐메니안에서 발행한 소식들은, 오늘 게재하는 기사들을 제외하고, 994개였다.

편집을 하고 있기에 제목만 읽어도 그때의 감정이 확 올라오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별 어려지 않게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을 빨리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사건이 가장 가까운 시기에 일어나서 그랬을까 하는 의심을 잠시 해보기도 했지만, 이것보다 더 깊은 충격을 주었던 일은 사실 없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근세 ‘마녀사냥’으로 돌아간 교회

그 사건은 바로 감리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가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에 대해 ‘출고’형을 선고한 것이었다. 지난 12월 8일에 발생한 ‘일대 사건’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이 기사를 편집할 당시에도 ‘도대체 교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왔었다.

자세한 내용이야 꼭 에큐메니안이 아니더라도 다른 교계 언론들이나 사회 언론들을 통해 접했으리라 생각하고 긴 사족은 붙이지 않겠지만, 이 출교형은 이동환 목사가 지난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감리회 교단 헌법에 의거해 내려진 선고였다. 이 선고가 잘 된 것이니 잘못된 것이니 하는 논쟁은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니 잠시 접어두자. 다만 출교형이 교단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용된다면 또 다른 ‘일대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 목사에 대해 동일한 죄목으로 선고했을 때는 못 느꼈던 감정이 출교형이 선고되었을 때는 ‘한국 교회는 여전히 중세교회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감리교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사상에 대해 검증하려는 시도는 예장 통합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바로 동성애 관한 생각을 신학생들에게 묻는 것이었다.

아니 중세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마녀 사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마녀 사냥이 흔히 중세 시대에 가장 많이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가장 극심했던 시대는 근세로서, 대표적으로 30년 전쟁 기간 독일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마녀사냥이 벌어진 주요 원인이, 가톨릭의 자체적 쇄신운동을 포함, 종교개혁으로 교파화 사회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몰아치기 시작한 광풍이 그렇게 쉽게 가라앉을 리 없었다. 결국 근세에 정점을 찍은 뒤 가라앉기 시작했다.

교회가 느끼는 위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어떤 교단이 되었던, 한국 교회는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데믹 사태 속에서 한국 교회가 보여준 모습에서 한국 사회는 교회의 비상식적 모습에 강한 거부감 뿐만 아니라 손가락질도 멈추지 않았다. 중세와 근세에 횡했던 마녀 사냥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 사회 속에서 존재감이 없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그 위기감을 누군가를 죽임으로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은 마녀 사냥의 출발점과 다르지 않다. 사회를 향해서도 아직 교회의 순결성을 강조하고 대척점에 서는 것으로 그 존재감을 찾으려 하는 욕망을 본다. 오히려 한국 사회의 극우 세력과 닮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독일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였던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세상은 ‘언어’가 되어 버렸으며, 그리스도인은 그 안에서 다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썼다. “교회는 더 이상 낡은 권력의 자리를 열망해서는 안 되고”, 심지어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이전처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본회퍼는 “종교 없이 하나님에 대해 세상적으로 말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없이도 삶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신다.”는 “무종교적 신앙”에 대해 강조했다.

순교자를 양산하는 권력은 성공한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이 제국이었든 교회였든 상관 없이 말이다. 비록 그것이 더디게 보였더라도 그들의 멸망했었다, 흔적도 없이 말이다. 한국 교회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본회퍼의 말대로 조금 더 세속적이 되어야만 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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