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 진정성을 돌아보아야 한다.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성도 여러분 모두를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께서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한없는 은혜와 평강, 가득 부어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앞으로 6주간, 야고보서를 기초로 ‘돌이켜 행하는 신앙’ 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해 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진정성이 경건이다’ 이런 제목으로 함께 은혜 나누겠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계시된 하나님과의 관계와 사귐을 지향합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를 상상해 볼까요? 통성명도 하고 나이도 물으며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서로를 의미 있게 연결해 줄 그 무엇인가를 찾는 일입니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라도 같으면, 하다 못해 사는 동네라도 가까우면, 금새 초기 관계가 형성됩니다.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은 그저 하나님이 누구이신가를 아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임영웅 씨나 그룹 BTS를 모르시는 분들 별로 없으시죠. 하지만 나랑 관련은 없으니 나와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누구이신지를 안다고 절로 하나님과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와 무슨 상관인지를 알아야, 그 하나님이 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아야 하나님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것은 인정하고 말 것도 없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역사적 고증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는 정도면 됩니다. 예수님이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은 종교적 신앙고백입니다. 실증과학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그걸 진실이라 믿는다 하면 존중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예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누군가가 받아들인 그 종교적 신앙고백을 존중하는 것만으로는 예수님과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날 위해, 스스로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바로 날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는 실존적 고백이 있어야 예수님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하나님을 나와 관련지어 알아야 하나님과 관계가 가능해지는 법입니다. 그래서 장로교의 창시자인 칼뱅은 하나님을 알아야 나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하나님을 안다는 말을 했던 것입니다.

다시 인간관계의 예로 돌아가 볼까요? 서로를 의미 있게 연결해 주는 그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초기 관계를 형성하고 나면, 다음으로 신뢰 관계를 쌓는 데 힘을 쏟기 마련입니다. 신뢰 관계는 어떻게 구축됩니까? 칼 로저스는 낯선 두 사람이 신뢰 관계를 쌓을 때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자세를 제시합니다. 이 개념은 본래 상담자가 내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때 필요한 자세로 제시되었는데, 나중에 다양한 유형의 인간관계에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세 가지 기본 자세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진실성입니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존중하자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그래?’ 라고 따짜고짜 따지기 전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일단은 수용하고 허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감적 이해는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그 내적 기제를 지적으로 이해하고 동시에 정서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 그런 상황이면 그런 맘 들법도 하네. 그런 심정이었으면 그렇게 행동할 법도 하네.’ 이게 공감적 이해입니다. 진실성은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불러 일으키는 나의 내적 반응들에 대한 명민한 인식과 그 반응들이 암시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정직한 자기 인식, 그리고 적확한 대응을 의미합니다. 서로에게서 만약 이런 태도들이 엿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하면 신뢰 관계가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나와 관련지어 앎으로써 하나님과 초기 관계를 형성했으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하나님과 신뢰 관계를 쌓는 일입니다. 진실된 눈으로 마음을 살피며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하나님은 나를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 존중하십니까? 하나님은 우리의 반역과 불신과 죄와 허물을 아시면서도 우리를 구원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변화와 성숙을 기대하신다는 고백이 내 고백 맞습니까? 하나님은 나를 공감하십니까? 우리를 기계 다루듯 분석적으로 쪼개어 보시고 뚝딱뚝딱 수리할 생각이셨으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셔서 십자가 고통을 친히 담당하실 이유가 없으셨겠지요.

하지만 이런 합리적 추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나님을 남의 아픔이 아니라 바로 내 아픔을 아시는 하나님으로 고백하십니까? 하나님은 나에게 진실되게 반응해 주십니까? 성경은 분명 하나님께서 당신의 약속을 일관되게 지키셨음을 확증해 줍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 내 인생에도 드러났다고 고백하십니까?

가만히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하나님과의 신뢰 관계 구축에서 관건은 항상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이셨는데 우리가 알아차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과연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 드렸는가가 관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으로 존중합니까? 가끔 아니 꽤 자주 의문을 품지 않던가요? 우리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과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을 가슴 깊이 공감합니까? 하나님의 성품과 마음에 기초해 그분의 말씀과 역사를 이해하고 있습니까? 간혹 아니 꽤 빈번하게 의심을 품지 않던가요? 우리는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 정직하게 반응합니까?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던가요?

사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되는 게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신뢰 관계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닙니다.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도 아닙니다. 핵심은 진정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게 바로 이 진정성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완전함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으십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완벽함과 완전함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다만 우리에게 진정성을 원하십니다. 신뢰의 진정성, 진정성 있는 신뢰를 원하십니다.

시편 51편에서 다윗은 고백합니다. “보소서 주께서는 중심이 진실함을 원하시오니 내게 지혜를 은밀히 가르치시리이다.” 다윗의 위대함은 무결함에 있는 게 아니라 진실함에 있습니다. 다윗은 욕망에 사로잡혀 부당하게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했을 뿐만 아니라 그걸 감추려고 매우 비열하고 저열한 방식으로 우리야를 죽게 했습니다. 이 행위만 보면, 우리보다도 못한 도덕성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돋보이는 게 있었는데, 그건 하나님을 향한 그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하나님께 진정성 있는 회개를 올려 드렸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그는 진심으로 두려워했습니다. 시편 51편 11절입니다.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다윗의 회개에 진심과 진실이 있음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밧세바를 취한 사건 이후 연달아 발생한 비극적 일들에 다윗이 취한 태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아들 암논은 셋째 아들 압살롬의 누이를 겁탈했고, 셋째 아들 압살롬은 첫째 아들 암논을 살해했습니다. 압살롬은 다윗에게 반기를 들고 쿠테타를 일으켰고 다윗은 예루살렘 성을 급히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 속에서 다윗은 하나님을 원망하지도 억울해하지도 않았습니다. 묵묵히 감내했습니다. 조롱하는 시므온을 향해 보복의 칼을 꺼내들기는커녕 “틀린 말 하나 없다”는 심정으로 그냥 듣기만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생각했고, 하나님께 진심으로 죄송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완전 무결함을 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차라리 진심으로 회개할 줄 아는 마음을 원하십니다. 하나님을 향한 진심을 원하십니다.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 중에 유다 지파가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 보세요. 야곱의 열 두 아들들 중에서 유다는 넷째 아들입니다. 하나님은 첫째 아들 르우벤이 아니라 넷째 아들 유다를 주목하셨습니다. 유다에게 무슨 특별함이 있어서인가요? 야곱의 아들들이 요셉을 시기해서 죽이려다 애굽의 노예로 팔아 넘겼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훗날 요셉이 애굽의 총리가 되고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왔던 형제들과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때 요셉은 형들이 자기에게 했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여러 가지로 시험을 합니다. 베냐민을 데려올 것을 요구하고,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가는 베냐민의 자루에 몰래 은잔과 돈을 집어 넣고 그들을 곤경에 빠뜨립니다. 요셉은 베냐민을 종으로 삼겠다 명합니다. 그때 유다가 베냐민을 대신해 인질을 자처했습니다. 왜 일까요? 유다는 그 옛날 요셉에게 가했던 악행에 진심으로 후회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했을 터입니다. 유다에게는 진정으로 회개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진정성은 완벽함이나 완전함과는 다릅니다. 우리 솔직히 완벽한 신뢰 불가능합니다. 중간 중간에 불쑥 불쑥 의구심이 우리 마음을 강타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도 우리의 의구심을 정죄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을 부활에 의구심을 드러냈던 도마를 예수님은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못자국 난 당신의 몸을 직접 만져보게 하셨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우리 정직히 말하자면, 완전한 신뢰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의심 하나 없는 척하는 것을 오히려 싫어하십니다. 의심하는 우리를 오히려 안타까워 하십니다.  의심하면서도 의심하는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십니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의 잘못을 나무랄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잘못한 일 자체보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는 것,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부모가 자녀들에게 화가 나는 포인트는 잘못 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핑계를 대는 것,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우리 모두는 영적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하나님도 우리의 잘못 그 자체에 분을 내시는 게 아닙니다. 잘못 없는 척, 잘 하는 척만 할 뿐인 점에 분을 내십니다.

그렇다면 진정성은 무엇입니까? 진정성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명민한 자기 인식입니다. 둘째는 자기 진실에 대한 수용입니다. 셋째는 긍정적 대응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의심하는 순간 그 의심을 의심으로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알아차렸으면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인정해야 합니다. 의심하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 의심은 은폐되고 더 교묘한 방식으로 의심을 확대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의 걸음을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신뢰하기를 멈추지 않기를 선택하고 지향할 수 있습니다. 그 신뢰의 크고 작음을 떠나 지금 내가 내 처지에서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신뢰를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게 진정성 있는 신뢰입니다. 비록 작더라도 의심을 뚫고 나갈만한 진짜 신뢰가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 바로 진정성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유무형의 재화들 중에 가품 많이 있긴 해도 그중 진품도 하나쯤 있는지 확인하되 가품은 가품이고 진품은 진품이다는 명민한 알아차림과 정직한 인식이 있느냐가 곧 진정성의 요체입니다.

이번 시리즈 설교를 통해 우리가 관심하는 야고보서는 행하는 믿음을 강조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야고보 기자가 힘주어 말하는  그 이유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의 믿음과 행함 사이에는 그만큼 틈이 있다는 것이고, 그 틈은 종종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크게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믿음과 행함 사이의 이 틈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합니까? 더 완벽한 믿음일까요? 아니면 믿음에 부합하는 더 큰 노력일까요? 믿음의 진정성 아닐까요? 믿음과 행함 사이의 불일치는 우리의 모순과 불완전함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힘은 우리의 완벽한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진정성에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진정한 것이라면, 우리의 모순과 불완전함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할 것입니다. 믿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가로막고 흔들어대는 것들에 무심하지도 않고 방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을 챙겨 경계심을 가질 것입니다. 야고보서 기자는 1장 22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말씀을 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저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 문제는 결국 자기 기만의 문제라 말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가치와 능력을 믿는다 말은 하지만, 실은 정말 그럴까 의구심을 갖고 있는 한 말씀을 행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더 문제는 자기가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1장 23, 24절의 말씀을 보십시오. 야고보서 기자는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기만 할 뿐 제 얼굴이 어떠한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곧 잊어버리는 사람과 같다고 말합니다. 2천년 전 평범한 가정집 거울이라는 게 그저 형체 정도만 보이는 거울일 게 뻔합니다. 그러므로 거울을 본다는 것은 오히려 정직한 자기 인식의 부재를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 자기를 부정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자기가 아니라 거짓 자기로 사는 데 만족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 기자의 말에 따르면, 믿음과 행함 사이의 불일치의 문제는 곧 진정성의 문제입니다. 믿음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믿음이 아주 없던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그 믿음이 불완전할 뿐입니다. 그리고 때로 우리 믿음의 불완전함에 대해 무심할 뿐입니다. 믿음의 진정성은 우리 믿음의 불완전함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동시에 그것에 문제의식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이 우리의 믿음을 방해하는지에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고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도움을 청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믿음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게 문제가 아니라 믿음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게 없다면 믿음의 진정성을 의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행함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행함이 전혀 없던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그 행함이 불완전할 뿐입니다. 그리고 때로 우리 행함의 불완전함에 대해 무심할 뿐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진정한 것이라면, 우리 행함의 불완전성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그것에 문제의식을 갖을 뿐만 아니라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 볼 것입니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행함이 불완전한 게 문제가 아니라 행함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게 없다면 믿음의 진정성을 의심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신뢰 관계에서 우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언제일까요? 불신의 싹이 틀 때입니다. 불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성이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의 진정성은 그 불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야고보서 기자는 1장 2절에서 시험에 관한 사안부터 꺼내듭니다. 시험이 왔을 때가 믿음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재확립할 기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험을 당할 때, 우리가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자녀가 대학입시에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교회에 가기 싫어집니다. 기도는 해 뭣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상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하나님을 신뢰한 이유가 그저 하나님께서 내 자식 대학 보내기 위해서였던가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교회 가기 싫고 기도하기 싫어진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신뢰했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묻고 다시 하나님을 신뢰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찾는 과정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신뢰가 흔들리면 흔들리는 신뢰를 살피는 게 바로 진정성입니다.

시험을 당할 때,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에 진정성이 있으면 우리가 어떤 생각과 태도,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하나님께 대한 신뢰가 깊어질 수도 있고, 신뢰가 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야고보서 기자는 시험 당할 때, 그것을 기쁘게 여기라고 권면합니다. 기쁘게 여기라는 말은 감정적 기분 전환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응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믿음의 진정성이 있다면, 시험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거리들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유혹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하나님을 신뢰할 또 다른 이유를 찾는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터입니다.

야고보서 기자는 3, 4절에서 우리의 믿음에 진정성이 있다면, 시험은 인내로 이어질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인내가 온전함을 이루게 할 것이라 말합니다. 믿음의 진정성이 인내를 낳고 그 인내가 온전함을 낳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믿음이 진정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믿음의 진정성을 기초로 실천하는 믿음, 행동하는 믿음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바울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만큼 믿음을 강조한 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만큼 행동하는 믿음을 보인 이도 없습니다. 그에게 믿음은 행함과 분리된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의 믿음의 진정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믿음에는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우리에게 믿음으로 구원받는다 이야기했을 때 그 믿음은 진정성 있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그가 율법을 문자적으로 지켜 행함으로 우리가 구원받는 게 아니라고 말했을 때 그건 율법을 지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율법을 지키는 이유가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의 진정성에 기초해 하나님과 함께 살기 위함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초대교회의 성도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예수님을 구주로 믿었을 뿐만 아니라 그 믿음의 진정성 때문에 예수님의 도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갑자기 대단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불완전하지만 그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지만, 예수님을 향한 마음의 간절함과 그분을 신뢰하는 마음의 진정성 때문에 그분을 매순간 철저히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정한 것이었으니 우리를 향한 지극히 크신 사랑도 볼 수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니 자기를 속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보고자 하는 의지도 진정한 것이었으니 고통 중에 있는 약한 사람들을 향한 그분의 자비도 볼 수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니 고아와 과부, 환난에 처한 자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을 터입니다.

야고보서 기자는 오늘 본문에서 무엇이라 말합니까?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면서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경건은 헛것이라 말합니다. 하나님 믿는다 하면서, 기독교인이다 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진정성, 믿음의 진정성을 간과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일 터입니다. 하나님 믿는다 하면서, 기독교인이다 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하는 믿음의 진정성이 없다면 자비를 베푸는 일이 가능하겠냐 말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고통당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도움이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도움입니다. 그저 적선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나를 사람 취급하는 다른 사람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원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 신앙의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신앙의 방점은 완벽한 우리가 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완전해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하나님의 몫입니다. 우리의 몫은 완벽하시고 완전하신 하나님께 우리의 진정성 있는 신뢰심을 드리는 데 있습니다. 불완전한 게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불완전한 게 문제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경계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행하는 믿음이 없음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의 믿음이 진정한 것인지부터 재확인해야 합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