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Tissot, 「The Healing of the Ten Lepers」 (1886-1896) ⓒWikipedia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지난주 악에는 악으로 맞서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상대방이 나한테 부정적인 무언가를 한만큼 되돌려 주려 할 때, 우리 삶에는 고통이 넘쳐나고, 삶의 자리가 지옥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다른 데 지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무언가로 되돌려 주려 하는 생각이 우리 안에 있는 한, 그 생각으로 인해 마음의 문이 꽉 닫혀 버려서 사랑, 생명이 우리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흘러갈 수 없게도 됩니다. 이뿐만입니까? 부정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내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고, 주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조금만 우리의 과거를 떠올려봐도 알 수 있는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가 당한 만큼 또는 당한 것보다 더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욥기 4:8 말씀입니다. “내가 보건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둔다.” 욥의 친구가 한 말입니다. 욥을 비난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이 말은 옳은 말입니다.

상대방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 안에다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고 다니는 생각 그리고 이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망가뜨릴 뿐입니다.

그래서 다른 길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악에 사랑으로, 악에 선으로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예수님, 바울, 베드로가 알려준 방식입니다. 나 자신을 진정으로 지키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복을 상속받는 비결이라고도 했습니다.

옛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미울수록 매 대신 떡을 준다는 말로, 미운 사람일수록 잘 해 주고 생각하는 체라도 하여 감정을 쌓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네이버 어린이백과에 나온 설명입니다.

오리를 걷자고 하면 십리를 같이 걸어주고, 속옷을 달라고 요구하면 겉옷까지 내어 주십시오.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 뺨도 내주십시오. 이렇게 사랑으로 대응할 때, 이때 상대방은 이런 나에게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

이렇게 마음먹을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면 내 마음도 변화하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밝은 빛이, 내 안에서 드러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내 안에 분노, 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쌓아두고자 하십니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말씀이 성도의 유일한 삶의 길입니다. 복을 상속받는 유일한 길입니다. 은혜와 복을 이 땅에서 누리고 싶다면, 이 유일한 길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결코, 손해 보는 인생이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언정, 하나님은 우리를 그렇게 보시지 않습니다. 악에 맞대응하지 않고 사랑으로, 선으로, 용서로 되갚아 줄 수 있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새해가 되면서 매일 생각하게 된 성경의 본문이 있습니다. 어디서라도 스치듯 읽게 되어서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매일같이 이 본문을 묵상했고, 묵상하면서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제가 매일같이 묵상한 본문이 바로 오늘 성도님들과 함께 읽은 누가복음 17장의 본문입니다.

이 본문이 특히나 저에게 은혜가 되었던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몰입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으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성도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아니라 어떤 존재,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에 삶의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직장인들에게 2024년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45.3%가 잘리거나 월급이 깎일 것이라 예상했고, 경기는 65.5%가 나빠지리라 예상했습니다.(2024.01.07. [뉴스원 기사]) ‘올해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과 동시에 한숨이 나오는 게 우리 삶의 모습입니다. 이런 삶의 현실이 존재하지만, 이 생각과 감정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씀은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예수께서 [자기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고,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눅 17:22)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예수님은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 가운데서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제 수명을 한 순간인들 늘일 수 있느냐? 너희가 지극히 작은 일도 못하면서, 어찌하여 다른 일들을 걱정하느냐?”(눅 17:25-26)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오늘 들에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들어갈 풀도 하나님께서 그와 같이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야 더 잘 입히지 않으시겠느냐?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말고, 염려하지 말아라.”(눅 17:28-29)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은 하나님께 맡기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러므로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눅 17:31) 이렇게 말씀하시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초점을 맞추라고 권면하십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 열 명의 나병환자가 등장합니다. 나병환자는 멀찍이 서서 예수님에게 소리칩니다.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나병환자가 예수님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성경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위기 13:45-46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은 입은 옷을 찢고 머리를 풀어야 한다. 또한 그는 자기 코밑 수염을 가리고 '부정하다, 부정하다' 하고 외쳐야 한다. 병에 걸려 있는 한, 부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므로, 그는 부정하다. 그는 진 바깥에서 혼자 따로 살아야 한다.”

민수기 5:2-3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악성 피부병 환자와 고름을 흘리는 사람과 주검에 닿아 부정을 탄 사람은 모두 진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지시하여라. 남자나 여자나 가릴 것 없이 똑같이 진 바깥으로 내보내어, 내가 머물고 있는 진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여라.”

병이 전염되지 않도록 그리고 종교적으로도 더럽혀지지 않도록 자신이 부정한 사람임을 소리쳐서 알려야 했을 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벗어나 진 바깥에 머물러야만 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과 사람들 가까이는 오지 못하고 멀리서 소리쳤습니다.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13절)

예수님은 즉시 이들의 간청에 응답하셨습니다.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14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 말씀에 순종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치료의 행위, 기도, 만져줌도 없었지만, 이 말을 들은 나병환자 열 명은 제사장에게로 향했습니다.

예수님이 제사장에게 가라고 하신 이유는, 제사장이 나병환자의 깨끗해짐을 확인해 주어 다시 공동체와 가정 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위기 13:1-2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살갗에 부스럼이나 뾰루지나 얼룩이 생겨서, 그 살갗이 악성 피부병에 감염된 것 같거든, 사람들은 그를 제사장 아론에게나 그의 아들 가운데 어느 제사장에게 데려가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움직인 나병환자들은 깨끗이 나았고, 제사장에게 자신들의 몸을 보여주고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구원을 이 지점까지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기도의 목적도 여기까지인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많은 성도 신앙의 한계입니다.

나병을 얻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나병에서 치유되는 것이 구원이고, 나병에서 치유되기를 바라는 목적을 가지고 기도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바람이 전적으로 잘 못 되었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도는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보통 이런 치유의 이야기는 나병환자들이 병이 나은 것으로 끝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이야기가 더 진행됩니다. 여기서부터가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15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자기의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되돌아와서, 16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방인 한 사람만이 예수에게 돌아와 발 앞에 엎드려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를 고백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17 그래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18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되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 사람 한 명밖에 없느냐? 19 그런 다음에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병에서 나음을 받은 것이 구원이 아니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알아본 것, 예수 그리스도를 예수 그리스도로 알아본 것 자체가 구원이라는 말씀입니다.

나병과 같은 인간적인 고통, 삶의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바라며 신앙생활 할 때 성도는 한 발자국도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아홉 명의 나병환자는 자신들의 병이 나았지만 아무도 예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지 않은 아홉 명의 나병 환자처럼 오늘날 많은 성도도 하나님과의 연합은 관심 없고, 내 삶의 문제 해결만을 바라며 도깨비 방망이 같은 신만을 찾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병으로부터 나음을 받은 이들은 또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또 다른 고통이 해결되기를 바라며 구걸하게 될 것입니다. 여전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린 이방인은 어떻겠습니까?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참 구원은 하나님 안에 머무는 삶입니다. 하나님과 연합하는 성도는 연합 그 자체에서 평안, 기쁨,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과의 연합에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구걸하지 않습니다.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건, 해결되건 그건 더 이상 중요한 삶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아무리 걱정한다 한들 하루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삶을 하나님에 맡기고, ‘어떻게 살아갈까?’가 아닌 ‘어떤 존재가 될까?’에 삶의 초점을 맞추십시오.

하나님 안에 머무를 때 참 평안을 경험합니다. 참 기쁨이 있습니다. 전 매일 ‘이렇게 살아야지, 저렇게 살아야지, 이렇게 살다가는 굶어 죽는 거 아니야?, 이렇게 살다가는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올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삶의 초점을 맞추라고 삶이 등을 마구 떠밀 때 오늘 본문이 큰 은혜를 주었고, 다시 삶의 방향을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이 아닌 평안의 자리에. 분노와 미움이 아닌 사랑의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가 구원입니다. 이 구원의 은혜가 성도님들의 삶에서 경험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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