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은 부활을 기다리는 한 순서이다. ⓒ고상균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를 기억하며, 도시 개발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해 보기 위해 모두의교회P.U.B. 씨앗들은 2024년 1월 21일 오후 2시 용산역 앞 광장에서 모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진행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님(이하, 위원장님)이 하셨다.

첫 번째 장소는 용산역 역사 내부에 있는 아이파크 몰이었다. 민자역사를 개발할 때 10% 이상은 역무 시설을 포함해야 한다. 당일은 괜찮았지만, 위원장님 말로는 역사 내에서 다크투어를 진행할 때 정장을 입은 아이파크 몰 보안 직원이 다가와 누구의 허락을 맡고 진행하는 것인지 물어보곤 했다고 하셨다. 또한, 용산역 앞 광장에서 집회나 추모제 등을 할 때, 아이파크 몰로부터 사실상의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원장님은 한 가지 사례를 말해주셨는데, 어느 날 용산역 광장 앞 기둥에서 쉬고 있는 홈리스에게 아이파크 몰 보안 직원들이 몰려와 팔과 다리를 잡고 밖으로 내쫓으려고 해서 위원장님이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백화점 땅이고 통행에 불편하니 광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소유권은 국가이며, 사용권이 아이파크 몰이지만 아이파크 몰이 소유자인양 행사하게 된 지금, 그리고 아이파크 몰 운영이 10년 남은 지금, 그 후에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에덴은 공(公)의 사유화로 인해 낙원이 황폐화가 되었다. 공공재가 자본의 이익이 되어버린 지금을 살펴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 이동한 장소는 구름다리(홈리스 텐트촌)였다. 과거 용산 정비창은 현재 대전과 창동으로 옮겨졌다. 정비창 이전 후, 한 교회가 용산역 앞 공원에서 점심 배식을 시작했고, 홈리스들은 그곳으로 모여들었고 점차 그곳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용산역에서 전자상가 방향으로 이어지는 육교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이었던 텐트를 잃어버렸던 홈리스 중 한 명은 최근 공공주택 입주를 하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곳에서 거주 중이다.

이에 대해 담당 지자체 공무원은 ‘시행사에서 텐트 사줬으면 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그들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한국 사회에서 익숙해진 사회적 경쟁과 빼앗음, 내 일이 아니라며 방관하며 지켜봤던 모두의 잘못일까. 성서에서 봤던 예수님의 모습을 살펴보면 하나(느)님은 분명 다양한 어려움과 이유로 그곳에 있는 홈리스와 함께 하실 것이다.

세 번째로 이동한 장소는 용산전자상가였다. 아직 몇 개의 점포가 남아있지만, 재건축 예정이라는 현수막과 공사장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매우 을씨년스러웠다. 나는 새로운 기계와 새로운 물건과 빠르고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살아온 모습을 뒤돌아보며 “나의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네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 용산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타크투어에 나선 ‘모두의교회 P.U.B.’ 씨앗들 ⓒ고상균

네 번째 장소는 마사회 장학관이었다. 그곳은 과거에 마사회가 화상 경마라는 도박장 운영을 위해 조성한 공간이었다. 이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단체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오랜 투쟁을 이어갔고, 결국 경마장 운영을 멈추게 했다. 이후, 그곳은 농어촌 거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학생 기숙사로 바꾸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실천이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바꿀 수 있는 사례로 여겨졌다.

다섯 번째 장소는 용산 정비창 정문이었다. 서울시장은 과거에 그곳을 ‘국제업무지구’로 만들려고 했고, 재 보궐선거 이후로 다시 당선된 현 오세훈 시장은 재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위원장님은 한 청년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는 민간 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SH 역세권 청년 주택의 문제점인 비싼 임대료에 대해 담당 공무원에게 문제 제기를 했단다. 이에 대한 답변이 “서울에 공공부지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 개발자에게 일정부분의 혜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넓은 땅을 보니 “완전 속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드높은 바벨을 쌓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화려한 성전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고혈을 빼앗겼다. 하나(느)님은 그곳에 깃들 수 없다. 공공부지의 민간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장소에서는 “관심”과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여섯 번째 장소는 땡땡거리었다. 열차 지나갈 때, 땡땡거리는 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래된 가옥이 많은 곳, 이곳 또한 대규모 개발이 예고 되고 있다. 계속되는 개발로 마지막 나무가 뽑히고, 최후의 강이 말라버린 뒤엔 돌이킬 수 없다.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잊지 말고!’, ‘기억하자!’

마지막, 일곱 번째 장소는 용산참사 현장이었다. 동행하신 용산참사 유가족은 “당시에 재개발 소식을 듣고 2년도 되지 않아, 철거 용역들이 근처에 상주했다”고 증언했다. 철거민들은 그곳을 지키기 위해 망루를 설치했다. 이에 만 하루도 지나지 않고 대거 공권력이 투입되었고, 끝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극이 일어났다. 지금은 그곳에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주상복합 아파트가 서있다.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야 법원은 철거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발이 진행되었다고 판결했지만, 끝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당시의 경찰청장은 현재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고, 당시의 서울시장은 다시 시장이 되어 대규모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용산참사의 본질인 자본과 권력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함께 ‘추모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기도 말을 함께하며 용산 기도 순례를 마무리했다.

끝으로 기도 순례에 참여하며 느낀 점으로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첫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둘째, 평소 솔직히 두렵거나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고, 나를 포함하여 사회가 이들을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공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이 나의 정체성을 위해 연대하는 것처럼 나도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고, 공동체와 공유해야겠다.

▲ 다크투어를 시작하기 전 안내 사항을 전달 받고 있다. ⓒ고상균

길태준(모두의교회 P.U.B.)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