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에 대한 아브라함의 신뢰를 보여주는 사건은 이삭을 바치는 것이다. ⓒGetty Images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에게 더 가까이 계신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하늘의 크신 은혜와 평화 가득 부어주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합니다. ‘돌이켜 행하는 신앙’ 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하나님의 벗’ 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의 은혜 나누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주일에 자비에 관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 중의 성품은 자비에 있고, 하나님이 자비하시니 그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우리도 자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비는 근원적으로 나와 다를 바 하나 없는, 나와 동등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민감함이며,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구체적 행위이자, 고통에도 불구하고 기쁨의 춤을 추게 하는 일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자비가 특별한 것은 그게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행위와 하나님의 자비를 닮아 자비를 실천하는 행위가 교차하고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비란 이름으로 하나님과 만나고 하나님과 사귀며 하나님과 함께 삽니다. 자비처럼 하나님과 우리를 매개해 주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우정이라는 건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친밀한 정서적 교감이자 그것에 기초한 지속적 사귐이며 그 사귐에 대한 의지입니다. 우정 깊은 친구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우정도 자비의 속성을 공유합니다. 우정에도 동질감이 있습니다. 공감이 있습니다. 배려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우정에는 서로를 즐거워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놀러갈 때 우리 주로 친구들과 함께 가지 않습니까? 우정에는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자기 희생이 있습니다. 가족 말고 나 잘 되는 것 박수쳐 줄 사람 친구 밖에 없습니다.

물론 친구라고 해서 다 우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는 것도 아닙니다. 우정은 깊은 차원의 관계 방식이긴 하지만 광범위한 관계 방식은 아닙니다. 우정은 깊이를 추구하지 넓이를 추구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입니다. 대개 많으면 서너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정을 경험한 사람은 사랑의 본질을 알게 됩니다. 우정어린 마음으로만 성숙한 사랑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우정 자체가 친구 간의 사랑이기도 하니까요.

예수님은 요한복음 15장 13-14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다는 것은 결국 예수님과 우정을 나누는 일로 깊어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우정에 기초한 자기 희생적 사랑이 최상의 사랑이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 바로 이 우정에 기초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사랑도 바로 이 우정에 기초한 사랑입니다.

본문에서 야고보서 기자는 아브라함을 일컬어 하나님의 벗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브라함의 믿음은 처음부터 행함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믿음은 행하는 믿음이었습니다. “너는 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 내가 내게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 아브라함에게는 하나님의 이 부르심과 명령에 순종하는 게 곧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 반대로도 표현할 수 있겠지요. 하나님을 신뢰해야 이 부르심과 명령에 순종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브라함에게 믿음은 처음부터 신뢰의 행위였습니다. 그에게 믿음과 행함은 분리될 수 없는 한짝이었습니다. 그에게 믿음과 행함은 끊을 수 없는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아브라함에게는 일종의 신앙의 테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긴 하지만, 그분의 명령에는 도저히 순종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비가 아들의 목숨을 해하라니요. 그간 행함으로 믿음을 보였던 아브라함에게도 이 순간 만큼은 믿음과 행함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아브라함이 만약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 그대로 이행하면 하나님의 약속은 파기될지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지금 일종의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이삭은 하나님의 약속된 아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 때 불임 상태인 사라를 통해 직접 은혜로 주신 아들입니다. 하늘의 별처럼, 바다의 모래알처럼 자손을 번창하게 해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이삭을 통해 계승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아브라함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한다면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야 마땅한데, 만약 그 명령을 이행한다면, 하나님이 당신의 약속을 스스로 파괴해 버리는 꼴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을 더 이상 신뢰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립니다.

아브라함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습니까?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창세기 22장이 그의 갈등과 고뇌와 번뇌의 마음을 속속들이 기술하거나 묘사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저 믿음의 상상력을 발휘해 추측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유의해 보아야 할 구절이 있습니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모리아 산으로 가던 도중 아들 이삭이 아브라함에게 묻습니다. 창세기 22장 7절입니다. “내 아버지여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이런 질문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죠. 그때 아브라함은 무엇이라 대답합니까? 창세기 22장 8절입니다.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아브라함의 이 대답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브라함이 이삭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거짓으로 꾸민 말일까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일단은 이삭이 안심하고 아버지를 따라 나설테니까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게는 아브라함의 그 말이 이렇게 들립니다. 아마도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아들아, 나도 사실 잘 모르겠고 혼란스럽다. 인신제사는 내가 알고 있던 하나님과 어울리지도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하나님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구나. 내 생각과 판단과 예측을 뛰어넘어 일하시는 하나님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구나. 하나님이 정말 하나님이시라면 널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실 리 없고, 설사 네가 죽더라도 널 다시 살리시지 않겠느냐?”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한 말을 곱씹어 봅시다. 하나님의 명령은 분명 받아들일 수 없는 모순으로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자기 판단에 근거해 하나님께 대한 신뢰를 거둘 수는 없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아브라함은 자기 생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납득 못하는 자기 생각을 고집하기보다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에 대한 사랑이 없었을까요? 그럴리가요. 자기 목숨도 아깝지 않았을만큼 사랑했을 것입니다. 이삭 죽이는 일에 아무런 갈등이 없었을까요? 그것은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 순간 자기 마음에 요동치는 모든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전부 걷어치우고 딱 한 가지 물음과 선택 앞에 자신을 세워 놓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아브라함은 ‘이삭 없이 과연 어찌 하나? 아들을 죽인 아비라는 비난과 죄책감을 어찌 안고 사나? 사라는 또 어떻게 보고 사나? 이삭 없이 과연 무슨 희망이 있나?’, 이 모든 생각들, 의문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적 갈등들을 다 뒤로하고 ‘그래서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만 집중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도저히 알 수도 없는 근거나 이유를 캐내기보다 그냥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선택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는 듯,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를 둘 필요도 없다는 듯,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작정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분명히 할 것은 이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지금 이삭을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나를 끝까지 그리고 전적으로 신뢰하라’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나님의 모든 명령은 결국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명령으로 귀결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이 명령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문제 말고는 자신에게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야고보서 기자가 아브라함을 가리켜 하나님의 벗이라 칭한 근본적 이유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벗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언제나 신뢰 관계이니까요.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들이 되어 버리니까요.

신뢰를 지키고 유지하는 일 이외의 것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게 곧 우정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우정은 우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합니다. 우정 깊은 친구들을 보십시오. 그들에게는 우정 그 자체를 향유하고 우정에 기초해 사귀는 게 목적이지 우정을 수단으로 자기 이익을 탐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만약 우정보다 더한 어떤 가치를 위해 우정을 수단화한다면 우정은 그 순간 파괴되고 상실됩니다.

저도 줌과 같은 단체 화상 채팅으로 거의 매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화상으로 주로 만납니다. 대화의 소재는 돌아올 주일에 선포할 설교의 메시지입니다. 서로 설교 주제를 나누고 어떤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성서적 근거와 체험적 근거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눕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서로 모여 대화하는 건 그저 설교 준비에 도움을 얻기 위함이 아닙니다. 설교 준비를 매개로 우정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때로 설교에 관한 이야기보다 수다가 많습니다. 설교 준비에 딱히 도움이 안 되더라도 모임을 지속합니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우정이니까요.

정기적으로 자주 만나는 모든 친구들을 살펴 보십시오. 우리가 그들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그들을 친구로 삼았습니까? 그들이 우리 인생에 유용한 것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친구 삼았습니까?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친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닌 게 되어 버립니다. 이익 교환이 목적인 친구는 조직폭력배와 사기꾼 말고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우정 깊은 친구에게도 도움과 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도움과 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정의 표현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벗으로 삼으신 이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에게서 뭔가 얻어내실려고요? 우리를 수단삼아서 하나님께서 취하실 이익이 있어서요? 아닙니다. 하나님이 뭐가 아쉬우셔서요? 하나님이 하나님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하던가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벗으로 삼으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그저 우리와 사랑의 교제를 나누기 원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저 우리와 우정을 나누기 원하실 뿐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품 안에 안식과 기쁨을 누리며,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하나님을 예배하길 원하실 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벗으로 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을 벗으로 삼으려면 하나님과 우정을 나누며 사는 것, 하나님과 동행하며 사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완전하게 계시해 보여주신 예수님과 친구로서 우정을 쌓고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며 사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주님의 벗으로 삼아야 비로소 우리의 믿음이 행하는 믿음이 됩니다. 왜 그렇습니까? 주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 주님의 성품이 내 성품이 되고 주님의 인격이 내 인격이 되어 가니까요. 주님의 뜻이 내 뜻이 되어 가고,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나도 원하게 되니까요.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15장 15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오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제자들은 알게 됐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를 위한 사랑의 승리구나, 그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사랑의 승리구나’ 알게 됐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그들을 벗으로 삼아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도 그렇게 주님의 벗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과 함께 동거동락했던 모든 세월의 의미와 가치를 훤히 깨달아 알게 되자 그들은 주님과 함께 사는 데, 주님과 동행하는 데 자기 목숨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과 함께 교제하며 살고, 주님과 동행하며 사는 일 외에는 삶의 다른 목적을 두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의 벗으로 주님과 우정을 쌓기 시작하면서 믿음과 행함 사이의 분리가 극복되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벗이 주님이 하시는 일을 외면할 수 있나요? 주님의 벗이 주님이 행하시려고 하는 일에 무심할 수 있습니까? 주님과의 우정을 위해서라도 주님과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주님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 곁을 찾으시는데, 그곳에서 나를 부르시는데 주님의 벗인 내가 거절할 수 있습니까? 주님이 자기 옷을 벗어 헐벗은 이에게 내어 주는데 내 옷을 벗어 주님께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이 자기 몸을 내어 주며 굶주린 이를 먹이시는데 내 것을 주님께 내어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흔히 선행은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선행이 힘든 것입니다. 선행에 소홀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선행은 선하신 주님과의 우정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우정 속에서 주님의 성품의 힘에 기대어 사는 중에 선행이 나오는 것입니다. 감시와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선행을 실천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합니다. 자기 이익이나 보상 때문에 선을 행하는 것은 교환에 불과합니다. 사회적 인정이나 명예 때문에 선을 행하는 것은 자기 사랑에 불과합니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려는 마음 때문에 선을 행하는 것은 별 감동이나 감격을 주진 못합니다. 오직 주님과의 깊은 우정 속에서 주님의 성품에 힘입어 선행을 베풀 때, 주님이 우정 속에서 우리 마음에 새겨 주신 사랑의 법에 이끌려 선행을 베풀 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선행이 됩니다. 그런 선행만이 사람을 살리고 그 영혼을 살찌울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존재의 차원과 행위의 차원이 그것입니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being’의 차원과 ‘doing’의 차원이 그것입니다. 존재의 차원에서는 ‘어떠 어떠한 상태로 있음’ 이 중요합니다. 행위의 차원에서는 ‘어떠 어떠한 목적을 따라 행함’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예수님은 요한복음 15장 4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예수님은 이 말씀에서 존재의 차원과 행위의 차원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계십니다.

신앙생활에서 존재의 차원은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반복해서 당신 안에 머물러 있을 것을 강조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어야 생명의 활동, 열매 맺음이 시작될 수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결실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존재가 행위에 우선하고 있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선행이 없다, 실천이 없다, 행함이 없다는 것으로 자아비판과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닙니다. 그 전제 조건이 되는 주님과의 우정 가운데 우리가 온전히 머물러 있는지부터 살필 일입니다.

19세기 말 미국 대부흥 시기에 활동했던 평신도 사역자 한나 휘톨 스미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한쪽 구석방에 갇힌 채 그분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집에 살고 계시는 것과 같습니다 … 그들은 은혜를 입은 특별한 집에 살면서도 자신들의 경이로운 특권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그들은 놀라운 손님이 집 안에 계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일상사에 파묻혀 지냅니다.” 14세기 신학자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집을 찾아 방문하셨는데, 우리가 그 집을 비워 놓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존재를 알리시고 모든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하나가 되시어 우리의 모든 삶을 함께 공유하길 원하시는데,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이제 우리만 그분을 인정하고 그분 안에 거하여 그분과 우정을 나누기만 하면 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우정을 나누시렵니까? 한나 휘톨 스미스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주님이 당신 마음속에 계신다는 기쁜 소식을 당신에게 전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건가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겁니까? 모든 문을 열어 주님을 환영할 겁니까?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의 모든 주권을 주님의 손에 넘겨줄 건가요? 삶의 모든 문제를 주님과 상의하고 주님께서 당신의 모든 걸음을 결정하시고 모든 길을 제시하도록 할 겁니까? 가장 은밀한 사적 공간으로 주님을 초대하고 가장 비밀한 삶의 부분까지 주님과 나눌 건가요? 당신과 연합시고자 하시는 주님의 모든 갈망에 예라고 대답하고 기쁘고 간절한 마음으로 당신 자신과 당신이 관심하는 모든 일을 주님의 손에 내어 맡길 건가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은 우리를 친구이자 벗으로 삼기 원하십니다. 우리도 주님을 벗으로 삼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주님은 이미 우리 안에 내주해 계십니다. 그리고 “내 안에 머물라” 초대하고 계십니다. 우리, 주님의 내주하심을 확신해야 합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거하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와 그저 우정을 나누는 것만으로 기뻐하시고 만족해 하시는 주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런 주님을 기뻐하고 주님만으로 만족해 해야 합니다. 주님이 우리를 소유하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내어 맡겨야 합니다. 이렇게 주님과의 우정이 깊어져야 주님이 우리를 통해 기쁨의 열매, 사랑의 열매, 평화를 열매를 맺어 가십니다. 주님과의 우정 속에서 우리가 주님이 기뻐하실 일들을 기꺼이 감당해 갈 수 있습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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