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산에 오를 자 누구이겠습니까? ⓒGetty Images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지난 주일부터 목 상태가 안 좋더니 화요일에는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목사에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참 절망스러운 일입니다. 당장 며칠 동안 새벽기도를 제대로 인도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성도님들도 기억하시겠지만 부임하고 1년 정도 지나서 몇 달을 목 때문에 고생했었습니다. 고성에서 치료가 되지 않아 서울에 있는 병원도 몇 번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목사인 저에게 목과 관련된 건강 문제는 중요하고 그래서 늘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화요일 새벽에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되자, 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불안감이 확 올라왔습니다.

순식간에 불안이라는 감정에 휩쓸리게 되었고, 별별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목 상태가 계속 이러면 어떻게 하지?’, ‘치료가 지난번처럼 어려우면 어떻게 하지?’, ‘큰 병이라도 걸린 거 아니야?’ 등등의 말이었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제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불안을 넘어 두려운 마음이 제 안에 퍼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라는 우리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사로잡히면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한 주간 평안을 누렸을까요, 누리지 못했을까요? 당연히 평안을 누렸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생각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또 그 순간 제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떠올렸습니다.

나의 이 걱정, 불안, 두려움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 함께 계심을 떠올리자 불안과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결국, 치료될 거야, 좋아질 거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내 삶은 하나님께 달려 있다.’ 이 생각이 떠오르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평안은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삶이 흘러가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이 아닙니다. 평안은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성도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고, 내 삶이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내 삶을 하나님께서 이끌어가고 계심을 늘 기억하시며 평안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시편 기자는 첫 구절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주님, 누가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의 거룩한 산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질문은 두 가지이지만, 하나의 의미를 말합니다. ‘장막’과 ‘거룩한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이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소입니다. 그렇기에 시편 기자는 하나님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 하나님께 나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지 않냐고, 자격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질문하는 중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예배자는 예배를 위해 준비할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2절 이하의 말씀입니다.

“2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마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 3 혀를 놀려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 사람, 친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 4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자를 경멸하고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맹세한 것은 해가 되더라도 깨뜨리지 않고 지키는 사람입니다. 5a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 주지 않으며, 무죄한 사람을 해칠세라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열 가지의 태도에 대해 시편 기자는 나열했습니다. 이런 삶의 태도를 갖춘 자들이야말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시편 기자는 스스로 대답했습니다. 사실 이 조건들을 보면, ‘우리가 예배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 우리 중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들을 보면 막막해 보이기는 해도, 적어도 시편 기자의 이런 조건들은 우리 자신이 ‘예배드리기 위해, 하나님께 나아오기 위해 삶 속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롬 12:1) 이렇게 말하며 바울은 몸으로 어떻게 거룩한 산 제물이 될 수 있는지를 로마서 12장에서 나열했습니다. 그리고 이 본문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롬 12:21)

교회에 나와 드리는 예배, 입으로만 드리는 예배뿐 아니라 성도는 삶을 통해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삶 자체가 하나님이 기뻐 받으실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까?

성도의 삶과 교회 공동체의 삶은 세상 사람들과 다른 삶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정의를 실천하고, 선을 행하는 등의 모습이 성도와 공동체를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초도리 마을 그리고 지역 분들에게 저와 성도님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취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성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점점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들려드릴 두 사건이 특별히 이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월 2일에 있었던 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 씨 피습사건과 1월 25일에 있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 배현진 씨 피습사건입니다. 사실 이 두 사건보다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사건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잘 되고, 또 더 큰 일이라 여기기에 이 두 사건을 소개합니다.

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각과 의견들이 있습니다. 대낮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공인을 공격하는 일, 자신의 집 현관에서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으로부터 공격받는 사회가 정상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왜 이런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폭력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지를 이야기 나누면서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애써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 기사의 댓글을 듣고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비꼬고, 비난하고, 음모 아니냐, 자작극이 아니냐, 잘되었다, 차라리 죽지 등등. 정말 ‘사람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면서 이념적인 대립은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념은 압도적으로는 지역별로 깊게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된 이념들을 이용해,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자신들의 이익을 공고히 합니다. 제대로 된 ‘정치’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라는 주제로, 잘못 주입된 이념들 때문에 앞으로 비난과 폭력, 야만적인 일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성도님들이 만나는 누군가도 이런 이야기들을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계속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런 상황에서 성도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이 거룩한 산 제물이 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주님의 장막과 주님의 산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성도가 될 수 있겠습니까? ‘비난과 조롱, 폭력과 야만에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더 성숙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더 아름답고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사야 11장에는 주님이 다스리실 세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6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7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눕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8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9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세상에는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라고 이사야서는 말합니다. 이런 비전은 오늘날 성도가 이루어야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있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울 수 있습니까? 어떻게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될 수 있습니까? 이 표현들을 비유로 생각해 본다면 다른 정치적인 이념을 가진 이들이 절대 서로 함께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씀은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쓴 책 <선하게 태어난 우리>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는 용서와 화해의 길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남편, 아내, 자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화해까지 이르게 되었는지를 말입니다.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이렇게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안에 ‘선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폭력, 상처, 증오 등이 인간 모습의 전부가 아니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는 선한 존재들이라고 말입니다.

저와 성도님들이 이런 선한 존재들로서 점점 더 폭력과 야만의 시대로 치닫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야 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만이 이 세상을 하나님이 다스리는 정의와 공의가 넘치는 세상으로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5b 이러한 사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서 옳은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것이고, 악이 아닌 선을 택하는 것입니다.

교회 밖에서의 삶은 성도에게 중요합니다. 먹고살기 위한 곳으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의 거룩함,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성도의 삶을 통해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예배드리기 위해 합당한 삶을 사는 성도, 믿음 가운데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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