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께서는 창조 안에 내재하시지만 창조물은 아니다. ⓒGetty Images

우리의 시대를 특징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AI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는 AI시대에 이미 들어섰습니다.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AI가 결코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고 주문 외우듯 자기를 안심시키면서 AI 개발에 몰두합니다.

컴퓨터에서 AI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간의 반응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단순 계산기 취급했고, 로봇이 나오자 인간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인간처럼 창조적일 수 없다고 하며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AI가 출현하자 AI의 인류 공격 가능성을 염려하면서도 통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마법을 걸며 어떻게 AI와 공존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AI가 아직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금 AI는 벌써 사람의 스승이 되고 의사가 되고 각종 상담자가 되고 법관이 되고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AI가 인간의 대체물이 되고 통제자가 되어갑니다. 머지 않아 다수의 인간은 잉여존재로 전락되고 그에 따라 소수의 사람들과 AI에게 부담과 짐이 될 것 같습니다.

미래 사회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위한 사회, AI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만 필요한 사회가 될 것 같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AI가 장착되고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모양의 로봇은 그야말로 슈퍼맨과 초슈퍼맨일 것입니다. 종교영역은 AI가 비껴갈까요? 아닙니다. 앞으로는 AI가 해석자가 되고 설교자가 되고 마침내 신처럼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이 AI에 대한 과대평가일까요? 하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지, AI가 할 수 없는 게 과연 있는지 등을 물으면 적어도 과대평가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나를 대신하는 AI, 그래서 나는 살아 있다 해도 전적으로 AI에게 의존하는 시대, AI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시대, AI를 위해 일해야 하는 시대가 미래의 모습일 것 같아 두렵기만 합니다. 이렇게 AI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간이 되는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겁니다. 전적인 의존 감정을 종교라고 했던가요?

그때에도 우리는 하나님을 부를 수 있을까요? 로마서 본문이 말하는 대로, 창조주와 그의 피조물 사이에서 피조물을 선택하고 숭배했던 것이 사람입니다. 그랬던 사람이 앞으로는 사람과 그의 피조물 AI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AI를 선택하고 그의 지시를 받으며 그를 숭배하게 되지 않을까요? 하나님이 현재 ‘있는 것’의 창조주라면, AI는 앞으로 ‘있을 것’의 창조주로 여겨지겠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AI에게 쫓겨나고 밀려날 사람들의 삶은 보장될까요? 그렇다고 얼른 답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기후위기까지 더해 생각하면 인간의 미래는 참 우울하고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전망에 저항하며 인간이 당당해지고 인간이 존중받는 미래를 꿈꾸며 이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을 함께 찾고 함께 갑시다.

히나님은 피조물 가운데 자신의 자취를 남기시고 사람에게 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전도서 기자의 위대한 깨달음입니다. 그 능력이 하나님의 뜻대로 작동되었다면, 사람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지극히 자에게 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받아들이면, 지극히 작은 자를 학대하거나 혐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낼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힘과 자연의 신비 때문에 사람의 시선은 자연을 그렇게 만드신 하나님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에게 향했고 거기 머물렀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 때문입니다. 그 결과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피조물들이 피조물인 사람의 하나님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에 봉사하는 신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세상은 파괴되고 모든 곳에서 생명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생명들은 도움을 찾지만 도움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버리신 것일까요? 하나님은 이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 가시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이러한 세상을 뚫고 들어오시고 사람이 되신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세상을 여전히 사랑하십니다. 이 세상을 살릴 방법은 모색하십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치 있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계획하십니다. 하나님이 그러한 사람들과 함께 만드실 평화의 세상입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나님, 하나님과 자연이 화해하고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정의의 세상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주신 그의 말씀과 그가 세상에 내려 보내신 그의 아들이 이 새로운 세상의 출발점입니다.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죽음을 향해 달음질하는 인간을 불러 돌이키시고 그 출발점에 세우시고자 하십니다. 우리 모두 그 새세상을 향해 하나님과 함께 모두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원하십니다.

그를 향해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산들을 바라보는 시인입니다. 그는 어느 산에서 도움이 올까 기다립니다. 그에게 산은 그저 산이 아닙니다. 자기를 도울 수 있는 산입니다. 그가 기대고 의지하려고 하는 산입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일반적 행태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산들의 장엄함 속에서 하나님의 자취를 보았습니다. 그 산들을 지으신 창조주의 존재를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이 어떻게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산들은 비록 그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창조주 하나님일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도움의 근원이 하나님임을 깨달았습니다.

피조물은 그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든 사람이 만든 것이든 하나님일 수 없고 우리에게 아무리 유익해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피조물과 창조주를 구분할 수 있는 평범한 상식이 지혜가 되는 세상입니다. 그 지혜가 우리에게 있기를 빕니다. 우리에게 인간과 생명이 존중되고 그 권리가 보장되는 삶을 살게 하는 도움은 오직 창조주 하나님에게서만 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새시대를 열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그 길이 어려울지라도 그 길 위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에게 새힘을 더하시고 끝까지 가게 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함께 감사와 기쁨으로 그 길 가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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