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영

▲ 하나님의 영은 세상을 위한 영이다. ⓒGetty Images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나와 함께 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내 삶을 이끌어 가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기억한다면 성도는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순간에서든지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평안을 알아차리고, 선택하고, 누리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주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는 성도, 주님의 산에서 머무를 수 있는 성도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시편 15편의 말씀으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성도는 이런 세상 풍조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고, 타인에게도 다른 삶이 가능함을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주간 주님의 장막에 살고, 주님의 산에 머무를 수 있는 성도가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사셨습니까? 타인에 대한 비난과 판단과 정죄가 난무하는 곳에서 그들의 말에 동조하며 한몫을 하지는 않으셨습니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는 않으셨습니까? 나도 피해당할까 두려워, 어떠한 순간에 침묵하지는 않으셨습니까?

성도는 거룩한 사람이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성도는 마땅히 삶에서 거룩한 모습, 구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수행자가 갠지스 강변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빨래가 직업인 남자가 아침마다 빨래를 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날도 위탁받은 세탁물을 당나귀 등에 산더미처럼 싣고 와서는 바닥에 부려놓고 일을 시작했다. 비누칠한 옷들을 둘둘 말아 물가의 평평한 돌에 힘껏 내리쳤다.

한참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한 빨래꾼은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물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당나귀가 걱정된 그는 강둑에 하릴없이 앉아 있는 수행자를 발견하고 소리쳐 말했다.

“내가 짜이 한 잔 마시고 오는 동안 당나귀를 부탁해요.” 그런 다음 강둑을 올라가 찻집으로 향했다. 얼마 후 다시 강으로 내려온 빨래꾼의 눈에 당나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급히 수행자에게 다가가며 소리쳐 물었다. “당나귀가 어디로 갔지?” 빨래꾼의 고함소리에 수행자가 눈을 뜨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 고함을 치는가?” 빨래꾼이 다시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고? 당나귀를 잠깐 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사라지고 없잖아. 내 당나귀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수행자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네 눈에는 내가 네 당나귀나 봐 주는 사람으로 보이나? 내가 신의 길을 걷는 수행자라는 것이 안 보이냐?” 빨래꾼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이 여기 앉아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을 때 내 당나귀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잖아.”

모욕을 당한 수행자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뭐라고? 내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린다고?” 그렇게 해서 두 사람 사이에 격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수행자가 먼저 빨래꾼을 밀쳤고 빨래꾼이 몸을 피하면서 수행자를 앞으로 자빠뜨렸다. 욕설이 오가고 헛발질과 주먹질이 난무했다.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렀다. 오랜 노동을 통해 근육이 단련된 빨래꾼이 채식주의자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수행자를 찍어 눌렀다. 수행자는 버둥거리면서 신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신은 무응답이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당나귀가 내려다보는 동안 주위 사람들이 뜯어말려 싸움이 끝났다. 빨래꾼은 당나귀를 데리고 가고, 얼굴에 피멍이 든 수행자는 힘없이 앉아 신을 원망했다. 이때 신이 그의 눈앞에 현현했다.

신을 보자 수행자는 울부짖으며 말했다. “저 무식한 빨래꾼에게 얻어맞으면서 애타게 부를 때 왜 오지 않으셨나요? 평생을 당신에게 헌신했는데, 왜 수모를 당하게 내버려 두셨나요?”

신이 말했다. “내 아들아, 그대가 나를 부를 때 나는 곧바로 달려왔다. 그런데 두 사람이 똑같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우고 있어서 누가 수행자이고 누가 빨래꾼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분노에 찬 모습이 둘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두 빨래꾼이 싸우게 그냥 둬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성도’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성도는 거룩한 사람을 말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다른 말을 하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들려드린 예화처럼 누가 수행자이고, 누가 빨래꾼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수행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도 성도는 구별된 삶, 거룩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은 거룩한 길을 포기해도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사야 본문을 통해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1절 전반 절의 말씀입니다. “1a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이사야는 주 하나님의 영이 자신에게 임하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확히 이 영은 오늘날 우리와도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다. 그리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계시게 하실 것이다. 그는 진리의 영이시다. 세상은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그를 맞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안다. 그것은, 그가 너희와 함께 계시고, 또 너희 안에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요한복음 14:16-17)

이 영이 오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 영은 이사야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시겠습니까?

“1b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2 주님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이사야에게 오신 영은 이사야가 가난한 사람들, 상한 마음의 사람들, 포로 된 사람들, 갇힌 사람들 등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말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이 영은 오늘날의 성도에게도 같은 역할을 하도록 우리 안에서 충동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며, 또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실 것이다.”(요한복음 14:26)

하나님이 보내신 영을 통해 이사야가 전한 위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변해갔습니다. 그들은 괴로운 마음 대신에 찬송이 마음에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기록합니다.

“3 시온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재 대신에 화관을 씌워 주시며, 슬픔 대신에 기쁨의 기름을 발라 주시며, 괴로운 마음 대신에 찬송이 마음에 가득 차게 하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의의 나무, 주님께서 스스로 영광을 나타내시려고 손수 심으신 나무라고 부른다.”

그리고 4절 이하의 말씀을 통해 괴로운 마음 대신 찬송이 마음에 가득한 이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이들은 더 놀라운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4 그들은 오래 전에 황폐해진 곳을 쌓으며, 오랫동안 무너져 있던 곳도 세울 것이다. 황폐한 성읍들을 새로 세우며, 대대로 무너진 채로 버려져 있던 곳을 다시 세울 것이다.”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일, 능동적이고 협동적인 일을 시작하고 완성한다고 이사야는 말합니다. 힘을 잃었던 이들이 다시 힘을 얻어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습니까? 이사야의 선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영을 통해 전해진 위로’, 바로 이 위로의 선포가 쓰러져 있던 이들을 일으켰고, 삶이 무의미했던 이들이 다시 삶의 의미를 찾도록 했습니다. 상처가 싸매어져 굳게 닫혀있던 입이 열리고 그들의 입술이 찬양을 쏟아내도록 했습니다.

개인이 변하고, 공동체가 변하고, 공동체를 둘러싼 이들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기업을 다시 상속받기에 이릅니다. 영원한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5 낯선 사람들이 나서서 너희 양 떼를 먹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너희의 농부와 포도원지기가 될 것이다. 6 사람들은 너희를 ‘주님의 제사장’이라고 부를 것이며, ‘우리 하나님의 봉사자’라고 일컬을 것이다. 열방의 재물이 너희 것이 되어 너희가 마음껏 쓸 것이고, 그들의 부귀영화가 바로 너의 것임을 너희가 자랑할 것이다. 7 너희가 받은 수치를 갑절이나 보상받으며, 부끄러움을 당한 대가로 받은 몫을 기뻐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땅에서 갑절의 상속을 받으며, 영원한 기쁨을 차지할 것이다.”

오늘 본문의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왜 이사야에게 영을 주셔서 위로를 선포하게 하셨는지에 관한 동기가 나타납니다. 단순히 고통 가운데 있는 백성을 건지기 위함이셨겠습니까? 하나님은 공평을 사랑하고, 불의와 약탈을 미워하시기 때문에 이사야에게 위로를 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위로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8 나 주는 공평을 사랑하고, 불의와 약탈을 미워한다. 나는 그들의 수고를 성실히 보상하여 주고, 그들과 영원한 언약을 세우겠다. 9 그들의 자손이 열방에 알려지며, 그들의 자손이 만민 가운데 알려질 것이다. 그들을 보는 사람마다, 그들이 나 주의 복을 받은 자손임을 인정할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 불의와 약탈이 묵인되는 세상, 일상에서 폭력이 서슴없이 자행되는 세상 또, 이런 폭력을 막으려 하는 이들도 없는 세상을 하나님은 미워하십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바로 잡기를 원하십니다.

그렇기에 이사야에게 내리신 영,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신 영, 오늘날 우리와도 함께 하시는 영은 이런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있음을 선포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선포가 위로입니다.

공감하는 표현을 하고, 따뜻한 말을 하고, 나의 경험으로 하는 조언이 오늘 말씀에서 이야기하는 위로가 아닙니다.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사람이 바로 위로자입니다.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있습니다!”, “더 정의롭고, 공의로운 세상은 가능합니다!”라고 끝끝내 선언하는 자가 바로 영을 통해 위로를 전달하는 성도입니다.

이것이 여호와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이 이 일을 하시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선포할 수 있습니다. 내 능력과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고 말씀하십시오. 이대로 절망 가운데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십시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말씀하십시오. 여호와의 은혜를 선포하십시오. 그리하여 가난과 절망과 두려움에 있는 이들이 힘을 얻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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