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해 11월 27일 김건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영상을 보도했다. ⓒ서울의 소리 화면 갈무리

대통령 부인이 주가를 조작하고 고가의 명품 가방을 날름 받은 것이 알려져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법을 어겼으므로 사과는 물론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국격 손상을 한탄하는 목소리 높아가고 있습니다.

성경은 어느 종교 경전 보다 뇌물의 죄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뇌물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취지의 말씀이 25번 정도 나옵니다. 신명기에는 “세상에는 신도 많지만… 너희 주 하나님은 참 하나님이시고… 뇌물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다.”(10:17, 대하 19:7 참조)고 선언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27:5)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모세는 그의 백성들을 바로의 압제에서 탈출시켜 광야에 이르렀을 때, 모세의 장인은 모세가 백성을 홀로 다스리기에 너무 벅차므로, 관리를 세워 짐을 나누어지게 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모세에게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사람,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서 거짓이 없으며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뽑아서(출 11:21-22)”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으로 세우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출애굽 공동체의 관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부정직한 소득’, 즉 뇌물을 싫어하는 자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이는 “너희는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뇌물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의로운 사람의 말을 왜곡시킨다.”(출 23:8)는 계명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정착했을 때 어떤 정치 제도를 채택할 것인지 주요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들은 세겜에서 12지파가 모여 동맹을 맺고 다른 나라처럼 왕(malek)을 세우지 않고 ‘쇼페트(shophet)’, 즉 사사(士師)를 하나님의 통치의 대리자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사사는 이스라엘이 외침을 당할 경우 한시적으로 하나님이 세우신 군사적 지도자로 등장하였고, 평상시에는 재판도 하고 제사장 역할로 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종신 세습의 왕과는 달랐습니다. 아마도 “뇌물을 좋아하는 왕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잠 29:4)는 다른 나라의 왕정제도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사사제도였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경우 “너희는 재판에서 공정성을 잃어서도 안 되고, 사람의 얼굴을 보아주어서도 안 되며, 재판관이 뇌물을 받아서도 안 된다.”(신 16:19)고 엄히 경고하였습니다.

200년을 지속한 초기 이스라엘 계약공동체의 사사제도는 사사들의 부패와 세습으로 몰락하게 됩니다. 물론 외적으로 불레셋의 잦은 외침과 법궤를 탈취 당한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내적으로는 사사제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였습니다. 40년간 이스라엘을 치리한 유능한 사사였던 엘리의 두 아들도 생전에 하나님의 처소에 하나님께 바치라고 명한 ‘제물(祭物)과  예물을 탐하여’(삼상 2:29) 불법적으로 제물을 탈취하고 뇌물을 탐하는 온갖 잘못을 다 저질렀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사사 사무엘을 자기의 두 아들 요엘과 아비야에게 사사직을 세습하였습니다. 왕과 달리 사사들은 종신직도 세습직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때그때마다 사사를 세워 한시적으로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사제도 말기에는 사무엘이 이러한 불문율을 깬 것입니다.

200년 사사시대 동안 한 번도 세습되지 않은 사사직을 세습한 것도 문제지만, 세습한 아들들이 뇌물을 받고 불의한 재판을 하는 것으로 인해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사사제도를 폐지하고 다른 나라처럼 왕정을 도입하도록 내 몰린 것입니다.

왕정을 도입하면 ‘왕이 마침내 백성들을 종으로 삼을 것’(삼상 8:17)이라는 사무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울을 제비 뽑아 초대 왕으로 세우고 왕정을 도입하였지만 뇌물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미가 선지자는 “이 도성의 지도자들은 뇌물을 받고서야 다스리며, 제사장들은 삯을 받고서야 율법을 가르치며, 예언자들은 돈을 받고서야 계시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이런 자들은 하나같이 주께서 자기들과 함께 계신다고 큰소리를 친다.”(미 3:11)고 한탄하였습니다. 이사야는 “그들은 뇌물을 받고 악인을 의롭다고 하며, 의인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구나.”(사 5:23)라고 탄식하였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도 횡행하는 ‘없는 죄도 있게 만들고 있는 죄도 없게 만드는 권력의 카르텔’을 지적한 말씀입니다.

예수의 죽음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롯 유다의 배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다에게는 나자렛 예수가 그의 기대를 저버린 면모를 보였을지 몰라도, 한 때 추종했던 예수를 배신하고 산헤드린 공의회에 예수의 거처와 인적 사항을 알려준 것은 인간적으로는 비난받을 배신 행위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가 밀고의 댓가로 흥정을 하고 받은 은 30냥은 불의한 자를 재판에 넘기기 위해 받은 뇌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유다가 뇌물을 받고 밀고한 것 때문에 예수가 체포되어 재판 받고 마침내 처형된 것이 됩니다. 유다는 저주를 받아 죽었으니,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신 27:5)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허호익(전 대전신대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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