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에서 통용되는 가치가 하나님 나라에서도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Getty Images

이 말씀을 포함한 1-14절 문맥은 마가와 누가와 비교하면 마태의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더 크냐는 질문에 대한 예수의 답이 작은 자의 관점에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5절에서 예로 든 어린 아이가 6절에서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로 밝혀집니다. 이것이 마태의 독특한 관점입니다.

‘이’라는 말은 그들이 지금 그렇게 묻는 제자들과 예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임을 뜻합니다. 제자들은 그들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이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기를  낮춰야 한다고 하심으로 제자들의 우월의식을 교정하실 뿐 아니라 작은 자들에게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하심으로 그들에 대한 행동이 어떠 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십니다.

작은 자들에게 주목하시는 예수와 그들보다 자신들을 더 높이려는 제자들의 뚜렷한 차이를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자 보다는 큰 자에 관심을 갖고 작은 자와 연대하기 보다는 큰 자들과 자기를  동일시하고 이들을 지지하고 편들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큰 자들이 아니라 작은 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과 자기를 동일시합니다.

이는 이사야가 전한 하나님의 기쁜 소식에 비교될 수 있습니다. 이사야는 야훼의 길과 하나님의 큰 길이라는 말로 높은 곳은 낮아지고 낮은 곳은 돋아지고 우둘두툴한 곳은 매끈하게 되고 험한 곳은 평평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사 40,3-4),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것을 예수께서 이렇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길에서는 모든 사회적·신체적 장애가 극복되고 함께 어우러져 뛰고 춤추며 그 길이 인도하는 곳을 향해 행렬을 이룹니다. 거기서는 장애·비장애의 차이가 해소되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 사라지고 연령의 많고 적음이 존중을 방해하지 않고 성별과 성적 취향이 문제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앞의 한 사람으로서 해방의 기쁨과 감격을 누립니다. 흔히 말하는 대동세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이 그와 같은 꿈을 갖고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시지만, 사람들은 제자들처럼 하나님의 나라도 이 세상의 잣대로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큰 자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제자들의 시야에서 작은 자들이 사라집니다. 이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차별하고 배제할 수 있게 됩니다. 큰 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 그 욕망이 낳는 악입니다.

바로 이때문에 작은 자들은 상처를 입고 하나님을 멀리할 수 있습니다(14절). 다시 말해 그 악은 그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과 작은 자들을 모두 망하게 합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 위 본문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 본문은 우리에게 낯설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하늘에서 작은 자들을 대변하는 천사들이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하나님께 알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이 이상을 말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작은 자들과 약자들이 당하는 멸시와 모욕과 고통을 그들의 대변자인 천사들을 통해 알고 계십니다. 작은 자들에 대한 무시와 그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하나님이 알고 계심을 깨닫는다면, 그러한 태도가 교정될 것이라고 위의 본문은 기대합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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