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행복지수 2023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삶이 그만큼 녹녹치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Getty Images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지금 여기 나 있는 곳에 함께 계신 우리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은혜와 평안을 가득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앞으로 7주간 빌립보서를 중심으로 ‘삶의 기쁨을 회복하다’라는 주제의 말씀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삶의 기초와 방향을 재확립하다’라는 제목으로 은혜 나누겠습니다.

우리 삶의 질적 차원을 진단하기 위해 우리가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입니다. 지금 스스로에게 한 번 이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 행복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 사이의 수로 표현하면 몇으로 대답하시겠습니까?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실제로 이런 질문 방식으로 해마다 각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세계행복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언론을 통해 이미 한 두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2023년 3월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입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핀란드로 7.804점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지난 10년간 계속 비슷한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점입니다.

굳이 이런 지수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한 번 되돌아 보십시오. 가만히 보면, 우리에게 ‘힘들다’, ‘괴롭다’라는 말은 친숙하지만, ‘행복하다’, ‘기쁘다’라는 말은 왠지 어색합니다. 물론 ‘나는 아닌데요’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가 힘들고 괴로운 일을 지각하는 데는 재빠르지만 행복하고 기쁜 일을 알아차리는 데는 둔감하다는 점입니다. 돌아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행복한 삶을 그렇게도 원하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내뱉는 데는 우리는 왜 이렇게 인색할까요? 행복을 행복으로 인식하는 데는 왜 이렇게 무딜까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혹시 ‘행복하다고 말하기에는 힘든 일이 너무 많아요’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정말 이런 생각이 들면, 선뜻 ‘나 행복하다’고 말하기 힘들겠지요. 우리 중에는 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행복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런 생각이라면, 더더욱 ‘나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해지는 건,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복에 대한 협소한 인식이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행복에 대한 인식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을 터입니다.

우선, 힘든 일이 많으면 정말 행복할 수 없을까요? 고된 삶에는 과연 기쁨이 자리 잡을 수 없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점, 누구나 이미 어렴풋이나마 다 알고 있습니다. 행복은 고난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기쁨은 괴로움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행복을 고난의 반대로 여기면 고난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행복하다’는 소리를 못할 것입니다. 기쁨을 괴로움의 반대로 여기면 괴로움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기쁘다’는 소리를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고난 중에도 행복할 수 있고, 괴로움 중에도 기뻐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행복과 기쁨이 무엇이길래요? 기독교 신앙은 행복과 기쁨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그저 기분 좋은 상태가 아닙니다. 그저 감정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 또는 기쁨은 하나님께 대한 영적 감수성과 지향성을 견지하고 있는 내면의 상태입니다. 하나님을 의식하며 지각한 외적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내면의 긍정적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행복과 기쁨을 이렇게 정의하면, 행복과 기쁨을 경험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가 고난 중에도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차린다면, 그 고난을 통해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행복 관념에 지나치게 고착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우리의 무의식적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으면 진정한 행복을 의도할 수 없습니다. 행복에 접근하는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없습니다. 행복에 관한 우리의 무의식적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다시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행복과 기쁨은 무엇입니까? 주로 세 가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욕망을 채움으로써 얻는 만족감,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즐거움이 그것입니다.

만족감, 성취감, 감각적 즐거움, 이것도 분명 행복과 기쁨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부작용이 아닙니다. 우선, 욕망의 충족을 행복이라 가정하고, 욕망 충족을 통한 행복에 집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욕망의 결핍 상황을 불행으로 인식하게 될 터입니다. 욕망의 좌절로 인해 지나치게 절망할 수 있습니다. 욕망의 결핍이나 좌절이 반드시 불행은 아닌 데도 말입니다. 더욱이 욕망을 보류하거나 내려놓음으로써 누리게 되는 행복이 있음에도 말입니다. 예를 들면, 창세기 13장에서 아브라함은 좋은 땅에 대한 선택권을 조카 롯에게 양보함으로써 하나님의 약속의 땅을 선취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사례 뿐입니까? 사소한 욕심을 버려 더 깊은 은혜를 누렸던 우리의 경험들을 반추해 보더라도 욕망의 결핍이나 좌절이 마냥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욕망의 충족으로서의 행복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행복과 짝지어 놓은 그 욕망의 대상들입니다. 그 욕망의 대상들이 주로 부, 지위, 권력, 명성, 인정과 같은 물리적이고 외형적인 것들로 제한될 때가 진짜 문제입니다. 평안, 자유, 자존감, 친밀함, 사랑, 지혜, 깨달음과 같은 내면적인 것들도 얼마든지 갈망할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사실 외적 욕망의 대상들은 모두 내 바깥에서 획득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부, 내 손에 많이 돈이 들어와야 충족됩니다. 지위, 권력, 명성, 인정, 모두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승인되고 주어져야 충족되는 것들입니다.

외적 욕망의 대상들은 내 내면에서 생산되거나 산출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취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의 참된 자기로부터 소외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다움 또는 진짜 나를 상실해 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를 축적하는 일에 집착하면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내 삶의 사명은 무엇인지는 물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부가 어디 사람을 가리던가요? 그저 돈 버는 수단만 잘 알면 됩니다. 그저 어떻게든 돈만 많이 벌면 됩니다. 부자가 되는 게 중요하지 나답게 사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지위, 권력, 명성, 인정과 같은 것도 그것을 취하려면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때로 나 자신을 억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곧 자기 소외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목표 성취로서의 행복에 대한 집착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단, 행복이 노력의 결실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 행복은 은총이고 선물이고 신비인 데도 말입니다. 만약 목표를 이루는 일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면,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행복은 맛볼 수 없는 게 되어 버립니다. 이 경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행복해선 안 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해 버리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그게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행복은 행복을 보류시키고 지연시키는 모순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목표 성취로서의 행복에 집착하면, 목표의 좌절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느라 그 과정이 매우 괴로울 수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강박적 행동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희망이 동력이 아니라 불안과 강박에 붙잡혀 행동하면 그 행동이 즐거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표와는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불안과 강박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하며 능률과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학생이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꼭 1등을 해야 한다’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도 ‘1등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행복을 위해 우리가 세운 목표 그 자체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가 세운 목표가 그저 우리 욕망의 수단에 불과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는 누구한테도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누구도 날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큰 권력을 내 손에 쥐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실제 목표를 이루면, 잠깐의 행복을 누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행복이 그를 속물과 위선자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왜 그렇습니까? 국회의원은 처음부터 그저 세속적인 자기 욕망을 위해 세운 목표였지, 국회의원으로서의 사명이나 이타적이고 공익적인 목표는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감각적 쾌락, 일시적 즐거움을 행복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에는,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일시적인 즐거움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게 중독의 메커니즘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독의 메커니즘은 우상숭배의 메커니즘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유한하고 일시적인 것을 무한하고 영원한 것으로 받아들여 숭배하는 게 우상숭배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독은 영원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은혜를 가로막는 제일 큰 장애물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중독의 대상도 문제입니다. 중독의 대상이 만약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들이라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 아닙니까? 스마트폰 중독, SNS 중독도 그 폐해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렇게 행복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 관념과 태도의 문제들을 직시했다면, 이제 진정한 행복과 기쁨은 어디에 있는지를 고찰해 보아야 하겠지요. 기독교 신앙, 성경의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그것은 우선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습니다. 행복과 기쁨은 우리 바깥에 있는 뭔가를 우리 손에 넣어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의 관심과 시선과 인식과 태도를 달리함으로써 우리 안에서 누리는 것입니다. 행복과 기쁨은 본질적으로 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안팎을 둘러싸고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15장 10, 11절을 보십시오.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의 사랑 안에 거하는 것 같이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 행복과 기쁨은 서로 사랑하라는 진리의 말씀에 순복하여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거할 때 그리스도에게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행복과 기쁨의 원천은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주님과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영원하신 하나님께 관심을 기울이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에 우리 내면의 시선을 집중하며, 우리 삶의 평범한 모든 것들 속에 내재해 있는 하나님의 신비를 알아차려 그에 경탄과 사랑으로 응답함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게 곧 행복과 기쁨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행복과 기쁨은 우리 안에 ‘이미’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이미’, ‘이전부터 줄곧’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부단한 노력 끝에 미래의 어느 시점에나 쟁취할 수 있는 것처럼 대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그런 부단한 노력이 오히려 우리를 더 큰 불행과 괴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바삐 살고, 부지런하게 사는 데도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하다면, 행복한 삶을 위한 우리의 전략을 이제는 수정하고 전환해야 마땅합니다. 행복과 기쁨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주님에게서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과의 사랑의 관계를 삶의 기초로 삼고, 주님의 말씀이 가리키고 안내하는 하나님 나라를 삶의 방향으로 삼아 사는 과정에서 은총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울의 가르침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빌립보서를 저술한 바울은 유독 기쁨을 강조합니다. 그는 우리의 신앙이 진심이라면 기쁨은 당연한 일이란 듯 말합니다. 기쁨과 관련된 바울의 권면은 주로 명령형 또는 청유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바울은 ‘기뻐하라’고 말하지, ‘기쁨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제 귀에는, ‘기쁨이 이미 우리 곁에 있으니 그 기쁨을 누리라’는 말로 들립니다. ‘우리의 믿음의 여정, 곧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여정 속에 이미 기쁨이 있으니, 기뻐하며 이 여정에 매진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바울이 기쁨을 강조하긴 하지만, 기쁨을 삶의 목적으로 취급하지도, 그걸 목적으로 삼으라 말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바울에게 우리 삶의 궁극적 목적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에 있으니까요. 바울에게 기쁨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을 보십시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바울의 권면에 의하면, 기쁨은 결코 기쁨 그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삼고 살아야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하나님 나라를 삶의 목적으로 삼고, 그 나라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성령에 의해 주어짐으로써 우리가 경험하고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쁨을 얻기 위해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지향함으로써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 기쁨과 직접 관련해 우리가 뭔가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기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본문 1장 3-5절을 보십시오.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깊이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바울의 이 행위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당시 빌립보교회 성도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빌립보라는 도시는 당시 황제 숭배가 만연해 있던 곳이었습니다. 빌립보 시민들은 대개 황제를 하나님의 아들로, 그를 자기 주인으로 모셨습니다. 그런데 빌립보교회 성도들은 어떠했습니까? 황제가 아니라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이라 칭할 때 그 표현 속에는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십니다’는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황제를 주인으로 모시는 곳에서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했으니 당시 빌립보교회 성도들이 겪을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지금 종교적 박해 상황에 처해 있던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깊이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바울은 그저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게 아닙니다. 그랬다면 아마 마음이 무겁고 아픈 것으로 그쳤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바울은 고통과 괴로움 중에도 믿음을 견고히 지키며 하나님 나라의 삶을 묵묵히 지속했던 그들의 신앙의 태도와 여정에 대해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더 나아가 그들의 신앙의 여정을 친히 이끄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에 대해 생각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빌립보교회 성도들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알아차리고 하나님께 감사하니 바울의 내면에서 기쁨이 샘솟았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도할 때 걱정과 근심에 짓눌려 절규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기쁨으로 간구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 한 일이 있다면,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함께하셨는지를 반추하며, 그에 경탄하고 감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삶의 기초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두고 삶의 방향을 하나님 나라를 두고 살면, 기쁨이 이미 그곳에 있으니,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 하나님의 신비를 더듬어 찾으면 그 기쁨을 언제라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 기쁨의 체험 속에서 오늘 본문을 고백했습니다. 이 기쁨을 누리고 보니, 우리를 이 신앙의 여정으로 부르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이 여정을 완수할 때까지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실 분도 하나님이심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을 터입니다. 바울이 누렸던 이 기쁨과 확신이 오늘 우리의 기쁨과 확신이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을 통해 세속적 욕망을 충족시켜야 행복할 수 있다는 통념에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행복과 기쁨을 찾기 위해 우리의 영혼과 소중한 삶을 희생시키는 행태를 멈추어야 합니다. 참 행복과 기쁨은 삶의 기초와 방향을 재확립하는 데 있습니다. 진리의 말씀을 삶의 기초로 삼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지속적으로 삶을 돌이킴으로써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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