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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의 아름다움고흐와 산책하기 (26)
최광열 목사(인천하늘교회) | 승인 2024.02.24 03:15
▲ 「감자를 심는 농부와 여인」 (1885. 4. 뉘넌, 캔버스에 유채, 33×45cm, 쿤스트하우스, 취리히)

“농부를 그린 그림에서 향수 냄새가 나서는 안 돼.”

빈센트가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릴 무렵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글이다. 시골 아낙네에게서 귀부인을 흉내 내는 몸가짐을 기대하는 일은 시골 아낙네에 대한 모독이다. 똥 냄새가 나야 마구간이고 두엄 냄새가 나야 건강한 밭이다. 시골 아낙에게 향수를 뿌리기보다 귀부인이 두엄 냄새를 알아야 한다. 격이란 자기에게 맞는 분수와 품위를 말한다. 든 것 없는데 나대기 좋아하거나 쥐꼬리만 한 힘과 남보다 한 푼 더 있는 돈을 믿고 안하무인처럼 살면 ‘꼴값떤다’는 핀잔을 듣는다.

고향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농업이 대세이던 시절 고향이란 구수하고 텁텁한 두엄 냄새가 나는 곳이다. 빈센트의 고향은 네덜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 준데르트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꺼내 읽고 어머니로부터 그림과 음악을 배웠고, 다섯 명의 동생과 함께 자연을 호흡하며 살았다. 부요하지는 않았으나 행복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고향을 그리워하였다.

빈센트는 그곳에서 16년을 넘게 살다가 첫 직장인 구필화랑이 있는 헤이그로 이주하였다. 아버지의 집이 있는 곳이 고향이라면 아버지가 임지를 따라 옮겨 다닌 헬보르트, 에텐, 뉘넌도 고향이다. 빈센트는 매해 성탄절이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집을 찾았다. 그는 37살의 짧은 삶을 살았으나 네덜란드와 벨기에와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21개 도시를 넘나들며 사회생활을 하고 그림을 그렸다.

▲ 「감자를 캐는 여인」 (1885. 뉘넌, 캔버스에 유채, 41.8×32.5cm,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특히 그의 미술 인생에서 뉘넌에 머문 4년(1883. 12~1885. 11)은 미술의 지향이 분명해진 때이다. 이곳에서 그는 바르비종 미술의 밀레처럼 농민 화가가 되기를 다짐했고, 실제로 이 무렵에 그린 작품들은 향토적 색감이 강하게 스며있다. <감자를 심는 농부와 여인>(1885)과 <감자를 캐는 여인>(1885) 등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농부를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가 되어 그들처럼 느끼고 생각해야 해. 내 눈에는 시골 아낙이 고상한 귀부인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때가 묻고 기운 자국에 시간, 바람, 태양이 더없이 섬세하게 장식된 파란 치마와 상의 차림의 그녀들이 말이야. 그녀들이 귀부인의 드레스를 걸치는 순간, 진정성은 사라져.”

최광열 목사(인천하늘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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